[교육청소년위][논평]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기성회비 해결방안이 아니다
[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 논평]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기성회비 해결방안이 아니다
‘기성회비법’이라고 불리는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의 제안이유가 기성회비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등으로 국립대학의 기성회비 징수에 대한 논란이 있으니 그동안 학교 운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기성회비를 이름 바꿔서 수업료로 받고 회계를 통합하여 대학회계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제안한다고 했지만, 법률안 어디에도 정부가 국립대학교의 등록금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결국 국립대학교를 위해서 ‘단 한푼도’ 더 내놓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법원에서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으니 학생들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난지 만 3년만의 일이다.
2010년 ‘반값등록금’ 움직임의 일환으로 2만명 이상이 참여하여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단지 반환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교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이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국립대학교의 등록금 비중 역시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학교에 납부하는 금액 중 수업료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기성회비가 80% 이상을 차지해왔고, 기성회비가 등록금 인상을 견인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부가 자신이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국립대학교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재정을 투입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법적 근거가 없으니까 법적 근거를 만들어서 징수하는 것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기성회비 문제는 최초 판결 후 국립대학교 총장들이 밝혔던 것처럼 기성회비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재정 지원을 할 것인지는 규정해야 한다. 그러나 위 법률안에는 “국가는 각 국립대학에 지원하는 출연금의 총액을 매년 확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지 그 결과는 묻지 않겠다는 것인데, 결국 앞으로도 계속하여 학생들의 돈으로만 국립대학교를 운영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기성회비 판결이 단지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까 법적 근거를 만들라는 것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판결은 우리가 법에 등록금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하여”이고,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고 특히 경제적 약자가 실질적인 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구현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부가 기성회를 통해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립대학교 운영비용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켜 왔다면 이제라도 사과하고 책임을 질 계획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국회 역시 무책임하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방기했다가는 국민 누구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의 마음을 읽어 고등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2015. 3.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김영준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