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변호사님과 함께한 12기 자원활동가 10월 월례회

2014-11-10 434

김선수 변호사님과 함께한 자원활동가 10월 월례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2기 자원활동가 김재웅

 

“민변 자원활동가 김재웅입니다” 쭈뼛쭈뼛한 자기소개가 어색하기만 했던 9월이 지나가고, 민변 12기 자원활동가로서의 시간도 어느덧 두어달이 쌓였습니다. 민변에 출근하기 전까지는 텍스트 속에만 존재했던 민주주의, 인권, 공익과 같은 단어들이 이제는 일상적인 무게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무게감을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혹은 활동가로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자원활동가들을 위해, ‘인권변호사의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김선수 변호사님께서 10월 월례회를 찾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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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일간지에서 ‘노동전문 변호사 가운데 노동자만 대리하는 외골수 변호사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흐름을 함께 따라 온 대표적인 노동 전문 변호사다. 사법시험을 본 이유가 노동자를 변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그의 원칙은 노동자만 대리한다는 것이다.’라는 김선수 변호사님의 소개문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이룬 성취들과 부딪혔던 고민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당신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

 

‘실존의 고민에서 사회 구조로’라는 문구로 강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행복한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왜 그러한가?’와 같은 의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이 문제가 결코 개인의 내적 고민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고 사회 구조로 눈을 돌리셨다고 합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당신이 행복해야 하고, 당신이 행복하려면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해답을 찾기 위한 ‘스무살 김선수’의 방황 이야기는 저희에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그리고 강제징집 이후에 노동자를 위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노동현장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꼈다던 변호사님의 말씀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자신과 했던 약속을 현재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노동 변호사 김선수’의 모습을 보며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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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변호사, 그리고 인간 조영래

 

인권변호사를 꿈꾸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조영래’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지키려는 피의자 또는 참고인 가족들에게 친절한 자세를 흩뜨리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의 우월감이 상대방을 위축시키거나 비굴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문장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신 조영래 변호사.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봐온 김선수 변호사님의 생생한 증언에 따르면, 조영래 변호사는 한 ‘개인’을 뛰어넘어 세상의 모든 고민들을 자신의 고민으로 승화시킨 ‘사상’ 그 자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사 조영래는 노련하고 냉철했지만, 인간 조영래는 무심한 듯 따뜻했다’고 그를 추억하시는 김선수 변호사님의 표정에서 슬픔을 띤 미소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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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어른스러움’이 없는 어른, 김선수 변호사

 

흔히, 우리 사회에서 멘토라 불리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하는 탓에 김선수 변호사님의 강연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에 오히려 놀랐습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과시하거나 자신에 대한 존경을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고 담담하게 모든 것이 소명인 듯 말씀하시는 변호사님의 모습에서 ‘왜곡된 어른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신보다 어린 이들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와 같이 삶의 내용과 방식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우리는 ‘꼰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김선수 변호사님께서는 어떤 것을 강요하지도, 권유하지도 않는 수줍은 ‘어른’이셨습니다. 강연 후에 변호사님의 페이스북에 적힌 문장은 이러한 ‘어른 김선수’를 잘 보여줍니다.

“민변 자원활동가 월례회를 마치고 뒤풀이. 젊은이들이 선배랍시고 불러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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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이번 월례회를 통해 김선수 변호사님은 많은 민변 자원활동가들에게 롤모델로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김선수 변호사님은 저희에게 또 다른 과제로 남으실 것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노동 변론과 삶의 궤적을 함께 해 오신 김선수 변호사님을 넘어,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강연 마지막에 선물로 주신 『노동을 변론하다』 첫 페이지에 ‘김재웅 同學께’라는 짧은 메모를 남겨주셨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시대의 고민을 나의 고민으로 끌어안는 법을 함께 배우자는 변호사님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에게 남은 과제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소중한 시간 함께 해주신 김선수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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