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의 명령이다.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

2014-07-22 5,730

[논 평]

국민의 명령이다.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

 

가만히 있으라 한다. 2014년 4월 16일 기울어진 선실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린 아이들의 머리위로 반복되어 울리던 안내방송이 아직도 선명한데, 정부와 집권여당은 유가족들을 항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사 이래 최악의 참사를 만든 원인을 밝히고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기 위한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정부와 새누리당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유가족은 또 가만히 있으라 한다.

그럴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눈물로 인정한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청와대를 비롯한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 국가 기관이 사고의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사건이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4.16 특별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① 유가족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② 특별위원회에 충분한 활동기간을 보장하며, ③ 분야별 진상규명 활동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④ 특별위원회에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여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도록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입법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러한 유가족들의 요구를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주장으로 호도하며 진상규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4.16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진상조사 기구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과 관련하여 “(검사에게 기소권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수사권을 가진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왜곡을 넘어선 심각한 거짓말이다.

첫째,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검찰청 내의 검사에게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은 없다.

우리 헌법은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함에 있어서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도록 규정(12조 제3항, 제16조)하고 있을 뿐 누구를 검사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 자격규정은 없고, 하위 법률인 검찰청법(제29조)에서 자격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검사의 자격과 권한은 천부적인 것도 아니요 헌법에서 정한 것도 아니다.  국회에서 검찰청 검사의 자격과 권한을 검찰청법(제29조)으로 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으로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 이외의 자에게 검사의 자격과 지위를 부여하고 수사와 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주장은 헌법 체계를 흔드는 주장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당연한 의무를 전제하고 있고,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34조). 헌법상 국민의 보호의무를 방기한 국가가 수사대상이 된 상황에서, 헌법에도 없는 검사 기소독점주의를 내세워 특별법이 불가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조사에서 성역을 두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둘째, 수사권과 기소권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입법사항이다.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권과 법원에 대하여 형사사건의 심판을 구하는 기소권을 누구에게 주느냐는 무엇이 가장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 기소독점주의는 검찰청법에 의한 검사만이라고 해석될 이유는 없으며, 특별법에 의한 검사 또한 마찬가지로 기소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예외적으로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을 견제하기 위해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제도를 두고 있으며,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서는 즉결심판제도를 두어 경찰서장이 예외적으로 기소를 하는 방안도 규정하고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독일이나 프랑스는 국가기관이 범죄자를 재판에 넘기는 국가소추주의를 취하면서도 피해자인 개인이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를 견제하기 위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기소배심제도를 두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검사에게 기소권을 독점하는 제도가 검사의 자의와 독선 및 정치권력의 영향으로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위험이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청법 의한 검사만이 기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셋째,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법률에 따라 검찰청 검사 이외의 자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사코 민간기구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다. 우선 4.16 특별법에 따라서 설치되는 특별위원회는 민간기구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설치되는 국가기구이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 경찰법에 따른 사법경찰관과 같은 지위인 것이다.

경찰이 아닌 공무원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리 제도 역시 고용노동부(근로감독관), 산림청, 관세청 등 50여개 공적기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또한, 수사와 기소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변호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특별검사제 역시 198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67건이나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이 중 12건에 달하는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되어 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검, 삼성 비자금 특검 등의 이름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받아 수차례 시행된 바 있다.

넷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4.16 특별법 제정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이자 준엄한 명령이다.

무엇보다 4.16 특별법은 350만명의 서명을 통해 제안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최고통치기관인 청와대 스스로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하면서 헌법에서 부여한 책임을 버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며 읍소하던 새누리당도 지방선거가 끝나자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있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다시 나섰다. 3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무너진 헌법질서를 바로잡고, 주권자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참여한 것이다.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억지스러운 변명으로 외면하는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오는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참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는 바로 성역 없는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드는 일이다. 그 출발은 제대로 된 4.16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4년 7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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