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의료 영리화의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서

2014-03-28 613

의료 영리화의 규제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서

(정부의 2014. 3. 27. 자 규제개혁안 보도자료 관련)

 

정부는 어제(2014. 3. 27.)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현장건의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부대사업 범위 확장,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등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모임은 정부의 규제완화를 표방한 의료 영리화 정책이 현행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과잉진료와 진료비 폭등에 따라 국민의 의료접근권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크며, 국민의 질병정보 등 개인정보보호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아래와 같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1. 영리 자법인 설립의 의료법 위반

 

2014. 3. 27.자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박근혜 정부는 해당 부처의 가이드라인, 즉 행정규칙 또는 행정권고로 ‘영리 자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 영리화이므로 이에 반대한다. 모법인과 자법인은 법인간의 지배·종속관계를 기본적인 개념으로 하는 법률관계이다. 의료법인의 경우 비영리법인으로서 그 고유목적사업은 영리추구를 금지하는 의료행위에 한정되어 있다(의료법 제33조, 제49조, 제51조 등).

 

정부 발표의 자법인은 의료행위가 아닌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 추구 목적의 자법인이 분명하다. 이는 영리 추구 금지 모법인과 영리 추구 자법인의 형태로 의료법인의 고유목적사업에서 충돌하고 있고, 사업의 목적이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지배·종속을 본질로 하는 모자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세법상 성실공익법인의 요건 등으로 자법인 남용방지 장치를 반영하여 부작용을 막는다고 하나, 이는 성실공익법인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남용방지 장칙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가환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고유목적사업을 애써 무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공익법인 운용소득의 80%를 직접 공익목적에 사용하고 외부감사, 전용계좌의 개설 및 사용, 결산서류 등의 공시, 관련 장부의 작성·비치를 하면 되는 것으로 의료법인이 출자하는 범위만을 제한할 뿐 영리회사인 자법인을 규율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특히 정부가 말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자법인은 주식회사라는 성격상 그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고, 모법인인 의료법인 지분에 따른 수익을 전부 모법인에 귀속시킨다 해도 그 주식회사가 모법인보다 더 큰 규모가 된다면 실질적으로(주로 금전적으로) 그 주식회사가 의료법인을 장악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 주식회사가 더 큰 규모의 상법상 회사의 출자를 통한 것이라면 의료행위를 위한 법인이 이윤 추구 목적의 회사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법․사회복지사업법 등은 학교법인과 사회복지법인 등에 대하여 행위를 특정하지 않은 수익사업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수익사업을 부대사업이라 규정하고, 그 범위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면서 의료기관 내에서 하여야하는 장소적 제한을 가하고 있으며, 그 경영방법 또한 직접 수행하거나 임대 또는 위탁으로 제한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이는 의료법인 또는 의료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부대사업의 수익은 전부 의료행위를 하는 법인에게 귀속되도록 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고 의료행위가 이윤추구의 도구로 변질될 위험을 차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이 수익 목적의 자법인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의료법인이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보다 더욱 광범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법인)의 본말이 전도될 뿐 아니라 의료법인의 수익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서울대학교병원법인, 사립학교법인 등은 소관법률에서 수익사업을 포괄적으로 규정, 고유목적사업에 반하지 않는 자법인 설립이 가능하다는 왜곡된 해석까지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법인은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에 따라 서울대학교와는 별개로 설립된 법인으로 그 목적사업은 교육, 진료, 국민보건에 한정되어 있고 수익사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인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수익사업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이러한 법률 규정 없이(즉 의료법 개정 없이) 의료법인의 수익사업을 위한 자법인 설립을 결코 가능하지 않다.

 

2. 부대사업의 광범위한 허용의 문제점

 

현행 의료법의 부대사업에 관한 규정은 ‘의료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공중위생에 이바지’하고, ‘영리추구를 하지 않았을’ 때 허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의료법 제49조, 의료법 시행령 제20조). 또한 위 조항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 부대사업(수익사업)을 할 경우 의료기관 설립취소사유로까지 정하고 있다(의료법 제51조). 즉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집중의 필요성, 의료 자체가 갖고 있는 공익적 성격으로 인하여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은 한정적 열거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법령의 명문 규정뿐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의료체계라는 측면에서도 부대사업은 한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들고 있는 안연케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병원과 의약품도매상의 유착과 불공정 관행은 그에 대한 규제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약사법 제46조 제3호)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2008년 ‘국민건강보험약제비 관리 실태’라는 보고서를 통해 병원이 병원장이나 이사장 친인척 등 명의로 의약품 도매상을 만들어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비싼 가격에 공급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지적하면서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 사유를 입법 취지에 맞게 더 명확히 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하였고, 보건복지부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병원 이사장뿐 아니라 이사장의 친인척, 병원을 사실상 소유하는 법인 등이 소유한 의약품 도매상이 해당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도록 약사법을 개정하였다(약사법 제47조 제4항 등). 그러나 이번 정부의 부대사업 범위 확장 정책은 병원의 우회적인 수익 겸업을 ‘부당 이익’으로 판단하고 규제하였던 결과를 뒤집고 오히려 규제완화라면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3. 원격의료 허용의 문제점

 

첫째,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대면진료가 아닌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 시범사업 실시 이후 허용이라는 ‘의정합의’를 하였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그 법적 근거는 여전히 모호하다. 의료법은 의료행위의 자격을 갖춘 자만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자격을 갖춘 자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의료기관 내에서 할 것을 규율하고 있다. 즉, 원격의료에 관한 법적 근거 없이는 시범사업이 의료법 위반의 소지를 낳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실시하기 위한 단순한 전단계로서의 시범사업이라면 의료법 개정시 시행시기를 늦추는 부칙 규정 등 법기술적인 방법으로 가능하겠지만 원격의료의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이라면 한시적인 특별법이 아니면 곤란할 것이다.

 

둘째, ‘필요한 시설 및 장비’는 여전히 그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위험성이란 원격의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통신망을 이용한 질병정보관리의 문제이다. 의료인에게는 의료 등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의료법 제19조)가 있고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정보를 누출하여서는 아니 된다(의료법 제23조 제3항). 즉 환자의 질병정보가 누출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만 환자의 동의가 있으면 그 수집·이용이 가능하고(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등) 실질적으로 환자가 진료 시 요구받는 각종 동의 사항을 거부하기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설사 환자의 동의를 강제한 것이 아니더라도 통신망에 있는 환자의 질병정보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는 최근 금융정보 유출사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매우 까다로운 방지책이 아니고서는 예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보누출 사고 후 대처에는 한계가 있어 그 예방책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발표는 자신들이 약속한 위 의정합의의 취지에도 위배되고,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성에 대한 방지책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

 

2014. 3.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14-03-사무-14 [의견서] 의료 영리화의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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