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공동논평] 대법원의 키코(KIKO) 소송 판결은 은행의 약탈적인 파생상품 판매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수출중소기업의 금융피해에 눈감은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2013-09-30 340

[공동논평]

대법원의 키코(KIKO) 소송 판결은 은행의 약탈적인 파생상품 판매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수출중소기업의 금융피해에 눈감은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대법원은 지난 7월 공개변론을 거쳐 2013. 9. 26. 키코(KIKO) 소송 4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을 하였다. 키코(KIKO)란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으로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말이다. 약정환율과 변동의 상한(Knock-In) 및 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한 구간 안에서 변동한다면 약정환율을 적용받는 대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약정환율에 매도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환헤지 상품이라고 선전하며 주로 수출중소기업에 대규모로 판매하였다. 금융감독원이 2010. 10. 28.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당시 키코(KIKO)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2조 3200억 원이다.

 

대법원 판결의 결과를 간략히 보면 다음과 같다. ▲ 1,2심에서 전부 패소했던 ㈜수산중공업은 한국씨티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상고가 기각되어 패소가 확정되었고, ▲ 일부 승소했던 ㈜모나미는 오히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상고가 받아들여져 기업 패소 취지로 원심이 파기되었다. ▲ ㈜세신정밀의 경우 원심은 신한은행에게 30%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대법원이 기업과 은행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이 그대로 확정되었고, ▲ ㈜삼코의 경우 원심이 하나은행에게 35%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대법원이 기업의 상고를 인용하여 심리미진으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의 효력을 둘러싼 다툼에 관한 정리가 이루어지고, 또 하급심 법원의 일관성 있는 심리와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은행들은 환영한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피해 중소기업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은행의 주장만이 대부분 수용되어 매우 안타깝다는 태도를 보였고, 많은 언론에서도 이번 판결이 은행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키코(KIKO) 계약이 환헤지에 부적합하거나, 불공정행위로 무효, 사기나 착오로 인한 계약이어서 취소할 수 있다는 중소기업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의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환헤지 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함에도 계약체결을 권유한 행위 및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아니한 설명의무 위반 행위에 대하여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즉 키코(KIKO)가 환헤지에는 적합한 구조이지만 은행들이 부적합한 권유와 부실한 설명으로 제대로 팔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수출중소기업들은 환율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고 키코(KIKO)에 가입했다. 그런데 그 기업들은 키코(KIKO)에 가입하는 바람에 은행에 돈을 물어주느라 입지 않아도 될 수 십, 수 백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이로 인해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기업이 한 두 곳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 부담을 안고 대법원 판결에 한 줄기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이 키코(KIKO)가 환헤지에 적합한 구조라고 판단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기업들이 손실을 본 것에 비례하여 은행들이 이익을 챙겼으므로 키코(KIKO)는 중소기업의 돈을 앗아 간 은행을 위한 약탈상품이라고 해야 옳다.

 

게다가 은행들에게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30% ~ 35%로 제한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는 은행인데 잘못은 피해자인 수출중소기업들에게 더 많다는 것으로 도대체 사리에 맞지 않는다. 환헤지 목적에 적합하지 아니함에도 계약체결을 권유한 것도 은행이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도 은행인데 그에 따른 손해의 65% ~ 70%를 기업이 감수하라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아무리 좋은 말로 권유했어도 믿지 말았어야 하고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줬어도 척하고 잘 알아들었어야 한다는 것인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판결이다.

 

2003년 신용카드채 대란으로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있었고, 2011년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2조 6천억 원을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은행 등 금융기관을 철저히 관리·감독하여 금융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법원마저 은행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을 하여 행정부의 직무유기를 바로 잡을 마음은커녕 은행의 약탈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엄히 물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줘 매우 실망스럽다.

 

 

2013년 9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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