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전자주민증 도입 주민등록법 개정안 의견서

2010-12-10 177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1. 개정안의 개요


 


가. 제안자 및 제안이유


 


(1) 제안자 : 정부(2010. 9. 20. / 국회 의안번호 1809418)


(2) 제안이유 : (前略)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을 추가하며, 주민등록증의 위조ㆍ변조 방지와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임.


 


나. 주요내용


 


(1)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의 추가 및 전자적 수록(안 제24조제2항, 안 제24조 제4항 신설)


 


① 현행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은 1990년대에 규정된 것으로서 그 동안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수록사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고, 주민등록증의 표시방법이 가시적이어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음.


 


② 주민등록증 수록항목에 성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및 유효기간을 추가하고,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도록 함.


 


③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을 보완하여 주민등록증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주민등록증 수록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수록정보의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


 


(2) 부칙


 


①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발급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은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발급 준비상황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되, 2017년 12월 31일까지 새로운 주민등록증 발급을 전국적으로 완료하여야 한다.


② 주민등록증 발급이 전국적으로 완료된 후에는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없다.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있다.


 


(3) 개정안 조문 : 별지 참조


 


 


2. 검토의견


 


가. 수록항목 추가의 문제점


 


(1) 개정안의 내용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 ‘주요내용’을 보면, 「주민등록증 수록항목에 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및 유효기간을 추가하고」라고 되어 있다.


 


위와 같은 기재만을 놓고 보면 마치도 이번 개정안에서 추가하고 있는 주민등록증 수록항목은 위 4가지 항목(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유효기간)에 국한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의 문언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와 현행법 제24조 제2항 단서의 문언을 비교하여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


12. 혈액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주민의 수록신청이 있는 것.


 



[현행법 제24조 제2항 단서]


주민등록증에는 성명, 사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지문, 발행일, 주민등록기관을 수록한다. 다만, 혈액형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의 신청이 있으면 추가로 수록할 수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행법 제24조는 주민등록증에 수록할 사항으로 7개 필수수록사항(성명, 사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지문, 발행일, 주민등록기관)과, 주민의 신청이 있는 경우 추가될 수 있는 임의수록사항으로 ‘혈액형’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상 주민등록증에 수록될 수 있는 항목은 최대 8개 항목이다.


그런데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의 신설로, 새로운 주민등록증에는 현행 7개 필수수록사항에 추가되는 4개 항목을 포함한 11개 필수수록사항과, ‘혈액형’ 이외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주민의 수록신청이 있는 것”이면 임의수록사항으로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게 된다.


 


한편, 신설되는 개정안 제24조 제4항은 “주민등록증에 수록되거나 표시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자적 수록의 방법, 전자적으로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 보안조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개정안 제12호 신설 규정과 연관하여 보면, 개정안에 따라 도입되는 ‘전자주민증’에 수록, 표시되는 항목은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2) 수록사항 추가와 관련한 개정안의 위헌성


 


①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은 일정 연령(17세) 이상의 국민이면 누구나 발급받도록 강제성이 부여된 국가신분증이라는 점에서, 그 수록사항의 범위와 적정성에 대하여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헌법적 평가가 논의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행법과 개정안에 필수수록사항으로 되어 있는 항목 중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정보의 주민등록증 수록에 대하여는 그 위헌성이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시 이루어지는 지문날인의 위헌성을 다툰 헌법소원 사건(헌재 2005. 5. 26. 99헌마513, 2004헌마190 병합)에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기각하였으나, 그 판단의 전제사실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②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도 총 3회에 걸쳐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였는데, 입법예고된 개정안 중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에 대한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 밑줄 부분은 ‘필수수록사항’임]


 


2010. 3. 26.(행정안전부공고 제2010-76호) : 생년월일, 성별, 서명, 발행번호, 유효기간 추가 / 주민의 신청에 의한 사항을 추가로 수록할 수 있다.


 


2010. 5. 20.(행정안전부공고 제2010-147호) : 생년월일, 성별, 발행번호, 유효기간 추가 /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은 주민의 신청에 따라 추가로 수록할 수 있다.



– 2010. 7. 8.(행정안전부공고 제2010-168호) : 생년월일, 성별 추가 / 발행번호, 유효기간과 주민의 신청이 있는 사항은 추가로 수록할 수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정안전부의 3회에 걸친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추가 수록사항으로 입안되었던 항목들이 수시로 변경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필수수록사항의 종류를 보더라도 최초 입안에서 개인의 ‘서명’을 규정하였다가 이후 입안예고에서는 삭제하였고, 2008. 7. 8. 입법예고안에서는 생년월일과 성별만을 규정하였다가, 다시 이번 개정안에서 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유효기간의 4가지를 규정하는 등 뚜렷한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에 추가수록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항목에 대하여 입법 제안자인 정부조차 그 추가 수록의 당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개정안의 추가수록사항과 관련하여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것은, 앞서 본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의 신설 부분이다. 위 입법예고안의 변경을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그 표현의 차이는 있으나 ‘주민의 신청이 있는’이라는 요건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이라는 요건을 통해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사항을 현행법의 8가지 항목에서 사실상 모든 개인정보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개정안에 ‘주민의 신청이 있는’이라는 요건을 둔 것은 개인정보의 무한 수록이 가져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개정안 제12호에서 “혈액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라는 법률의 근거규정을 둠으로써 개인 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에 대한 법률유보원칙에 문제가 없다는 논거가 주장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주민의 신청이 있는’이라는 요건과 관련하여서는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절차 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집제한청구권’은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의 경우, 정보주체의 분명한 인식 또는 동의하에 수집되어야 함을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현재 만 17세 된 국민이면 누구나 주민등록발급신청을 할 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주민등록법시행령 별지 제30호 서식)를 보면, 성명(한글, 한자), 주민등록번호, 세대주성명, 주소, 등록기준지, 혈액형, 특수기술,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10지문 날인란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 성별의 기재 항목은 없으나 사진 부착란이 남성의 경우 왼쪽, 여성의 경우 오른쪽에 있으므로 신청자의 사진 부착행위를 통해 사실상 성별을 표시하게 되어 있다. 현재 사용되는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양면으로 인쇄되어 있는데, 신청서 뒷부분 유의사항란을 보면 “모든 항목은 검정색 볼펜이나 잉크가 나오는 필기구를 사용하여 한글로 기재하고, ‘한자’라고 표시된 항목만 한자로 기재해야 합니다.”는 기재가 있을 뿐, 신청서 기재 항목 중 “일부 항목을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문구는 없다. 결국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에 의하더라도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은 정보주체의 분명한 인식 또는 동의하에 수집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


 


나아가 이번 개정안은 ‘주민의 신청이 있는’이라는 요건과 함께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이라는 요건을 두고 있으나, 현행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가 대통령령에 별지 서식 형태로 규정되고 있으므로, 개정안이 시행되는 경우 대통령령의 별지 서식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는 수록사항 8가지를 넘어 얼마든지 그 수록사항이 증가할 수 있다. 현행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의 양식과 발급절차의 실무를 고려하여 볼 때, 개정안에 따라 무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임의수록사항의 기재와 관련하여, 발급신청 당시 미성년자인 신청자가 각 수록항목의 내용을 선별하여 ‘분명한 인식 또는 동의하에’ 기재할 수 있을 것인지 극히 의문이다. 현행법상 최초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대상자들은 17세의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보수집에 있어 정보주체의 ‘분명한 인식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요건은 성인의 경우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는 문언상으로 ‘혈액형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이라는 근거규정을 두어 ‘법률에 근거’한 기본권 제한의 ‘형식’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그 수록사항의 범위를 사실상 주민등록과 관련한 모든 개인정보로 확장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위임입법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라 할 수 있는 ‘규범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등록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예외 없이 발급신청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강제적 국가신분증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개정안은 사실상 시행령에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을 포괄 위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나. 주민등록증 수록정보의 전자적 처리의 문제점


 


(1) 개정안의 내용


 


개정안은 신설되는 제24조 제4항에서,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주민등록증에 수록되거나 표시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자적 수록의 방법, 전자적으로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 보안조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위 문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정보는 아무런 제한 없이 전자적으로 수록될 수 있다. 앞서 본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가 대통령령으로 주민등록증 수록사항을 무한 확장하고 있는 결과, 전자수록의 범위도 사실상 ‘주민등록증에 수록되는’ 모든 정보로 확장된다.


 


개정안은 전자적 수록과 관련하여 그 ‘방법’ 및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이나 열람방법, 보안조치 등에 대하여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2) 주민등록증 정보의 전자적 수록과 관련한 개정안의 위헌성


 


① 개정안에 나와 있는 정부의 입법 제안이유를 보면, 전자적 수록의 필요성으로 “등록증의 표시방법이 가시적이어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음”, “수록정보의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됨”이라고 되어 있다.


 


② 개정안에 의해 새로 도입되는 전자적 수록 방식의 주민등록증(이하 ‘전자주민증’이라고 함)과 관련하여서는 그 제도 도입 이전에 논의되어 온 주민등록증과 관련한 위헌성 논란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위헌성 여부가 논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위헌 논란은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수집,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가라는 문제였다면,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수기로 처리하느냐 전자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종래의 위헌 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위헌 논의와 관련한 정치한 법이론적 접근을 논외로 하여 보더라도, 개정안에서 제시되고 있는 주민등록정보의 전자적 수록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제안이유에 의하면 “주민등록증의 표시방법이 가시적이어서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될 우려”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최근 발생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의 대량유출 사건(옥션, 하나로텔레콤 등)이 ‘주민등록번호의 표시 방법이 가시적’이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집중시킨 전자적 수록시스템으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피해와, 매년 4-500건 정도인 주민등록증 자체의 위조 범죄로 인한 개인정보유출 피해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상황인지는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둘째, 개정안은 ‘발행번호’의 추가 이유를 “주민등록번호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발행번호가 오·남용 방지를 위해 어떠한 효용을 하는지에 대하여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단지 주민등록번호를 비가시적 방법(전자적 수록방법)으로 수록하고 발행번호를 전자주민증 앞 부분에 가시화한다 하더라도 발행번호가 오·남용될 가능성은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더 더욱 의문이 생긴다.



셋째, 현행 개정안은 주민등록증 수록정보의 전자적 수록의 방식과 관련하여 그 보안성의 정도(해킹이나 복제 가능성)나 전자적 수록방식 도입을 위한 비용 등과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전자적 수록의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국회통제가 제한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입법의 논의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OECD 가이드라인에 제시하고 있는 ‘공개의 원칙(Openness Principle)’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③ 개정안에 따르면, 대표적 개인정보라 할 수 있는 주민등록정보 전체를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안은 제24조 제4항은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주민등록증에 수록되거나 표시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고, 개정안 제24조 제2항 제12호가 사실상 대통령령을 통하여 수록정보의 무한확장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결국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11개 필수수록사항은 물론 ‘주민이 신청이 있는 것’이면 주민등록 관련 정보 전체를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시안으로 내놓은 바 있는 전자주민증 앞 부분에 표시되는 정보들(예컨대 성명, 주소, 성별, 생년월일, 발행번호 등)도 현행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적 수록’ 가능성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전자적으로 수록될 수 있는 주민등록정보의 대부분을 사실상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법률유보원칙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자유권규약 제17조 사생활에 대한 권리와 관련하여 표명한 바 있는 일반논평{“컴퓨터, 데이터 뱅크 및 기타 장치를 통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은 공공기관 또는 개인, 사설 단체를 불문하고 반드시 법률로써 규제되어야 한다.”(General comment No. 16: Article 17 Right to privac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④ 이외에도 개정안에 따라 도입되는 전자주민증은 종래 위헌성이 논의되었던 주민등록번호, 지문 정보 등과 관련하여 종래 우리 헌재가 선언하였던 ‘합헌’의 논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하여서는, 본 의견서에서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하기는 어려우나, 개정안이 주민등록번호를 전자적으로 수록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헌성 논란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2005. 5. 26. 결정에서 지문날인제도의 합헌성을 선언하면서 밝혔던 다음과 같은 결정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문정보가 다른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들어 지문정보 수집의 해악이 크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위와 같은 연결자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문보다는 오히려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해악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만한 아무런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잠재적 해악의 발생가능성만으로 이를 이익형량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표적 개인인식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위 헌재 결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른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key data)”로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하여는 헌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전자적 수록은 헌재가 언급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의 ‘연결자’로서의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명백하므로, 주민등록번호 자체의 위헌성을 넘어 이를 전자적으로 수록하는 것은 별도의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문’ 정보 또한 기존의 주민등록증 뒷면에 가시적으로 표시되던 것을 개정안에 따라 도입되는 전자주민증에 전자적으로 수록하는 경우에는, “지문 정보가 연결자(key data)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거나, “잠재적 해악발생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위 헌재 결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문 정보, 그것도 국민 개개인의 열 손가락의 전체 지문이 전자적으로 수록되는 경우,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의 전국적 시행과 관련하여 대표적 연결자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로운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경우 헌재는 변경된 사정을 고려하여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⑤ 이외에도 개정안은 “전자적으로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되어야 할 ‘정보차단청구권’(개인정보 제공자가 정보 보유기관에 대해 자신의 정보에 대한 일반인이나 권한 없는 자의 불법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막아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정보처리금지청구권’(기본적인 정보처리원칙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 정보의 이용·제공 등의 정보처리를 금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법률의 근거 없이 침해할 수 있는 소지의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최소한 전자적으로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이나 열람의 요건, 절차 등의 기본 원칙은 법률의 형식으로 규정함이 마땅하다.


(3) 전자적으로 수록될 개인정보의 네트워크(정보통신망)를 통한 광범위한 이용의 위험성


 


개정안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주민등록과 관련한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등록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전자적으로 수록되는 경우 발생할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것은 전자적 수록방식으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각 정부기관에 의해 공유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됨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과도한 침해의 위험성이다.


 


현행 ‘전자정부법’ 제2장(제6조 내지 제15조)에 의하면, 전자정부의 운영원칙으로 ‘행정정보공동이용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며, 제21조에서는 행정기관에 대하여 ‘행정정보 공동이용의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다.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은 필연적으로 행정기관 사이에 구축된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의 송수신과 공유를 전제로 한 것이며 전자정부법 또한 이와 같은 정보통신망 시스템을 규정하고 있다.(전자정부법 제2조 제7호, 제21조, 제22조)


 


현행법상으로도 가장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 수록하고 있는 주민등록정보가 개정안 시행에 따라 전자적으로 수록되는 경우, 각 행정기관이 전자적 주민등록 정보를 신원확인 기타 민원절차에 사용할 것임은 위와 같은 전자정부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불을 보듯 명백한 것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발생하게 될 이와 같은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은 단순히 잠재적인 것이 아니라, 전자정부법 등의 규정에 따라 곧바로 현실화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점과 위헌성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 종전 주민등록증의 사용과 관련한 부칙 규정의 문제점


 


(1) 개정안의 내용


 


개정안은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있지만, 발급이 전국적으로 완료된(2017. 12. 31.) 후에는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부칙 조항을 두고 있다.(개정안 부칙 제4조 제2항, 제3항)


(2) 강제적 국가신분증 발급 제도 하에서의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


 


위와 같은 개정안 부칙 조항은 현행 주민등록증 제도가 전국민에게 발급신청 의무가 부여되는 강제적 국가신분증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것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내용을 이루는 수집제한청구권의 핵심적 내용은 무엇보다도 자신에 관한 정보의 유통을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종래 국가가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었던 국민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정보주체에게 일정한 통제권을 부여하여야 함은 당연한 논리이다.


 


주민등록증의 의무적 발급 자체에 대한 위헌성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에 부가하여 주민등록정보를 전자적으로 수록한 이른바 ‘전자주민증’의 발급을 신청할 것인지, 종전의 주민등록증을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개인 정보주체 본인의 결정에 따르도록 함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종전 주민등록증을 그대로 사용하게 하더라도 주민등록제도의 목적(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명확한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 행정사무의 적정 처리)에 배치되지 않으며, 현행법이 강제하고 있는 ‘전 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제도 자체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개정안은 부칙 규정에서 종전 주민등록증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3. 결론


 


주민등록법의 개정과정을 보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개인정보에 대한 전산화와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발생했던 개인정보의 대량유출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사실상 전체 국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피해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이와 같은 개인정보유출은 1차 유출에 의한 직접 피해 이외에도 그 피해가 국경을 넘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는 그 도입의 역사와 개정과정이 보여주는 것처럼, 본래의 의미의 주거등록제도의 목적을 한참 넘어서서,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고착되어 왔다. 이번 개정안은 주민등록과 관련한 개인 정보를 전자적 방법으로 수록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같은 개정안은 지난 1997년 도입이 시도되었던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높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개정안은 주민등록증에 수록될 항목의 추가, 주민 등록정보의 전자적 수록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그 수록사항의 과도한 확장, 전자적 수록 등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전자적 수록 이후 정보통신망을 통한 개인정보 공동이용의 무분별한 확대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이 명백히 예견된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과 관련하여서는 전자주민증 제도의 도입을 위한 예산 추계의 적정성, 전자주민증이 사용하게 될 전자적 수록 방식의 보안성 등에 대하여도 적절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경우 발생하게 될 개인정보의 침해는 그 본질상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하였던 점 등을 인정하고, 개정안을 철회함이 마땅하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과 관련하여 개최될 공청회 등에서는 앞서 지적된 개정안의 문제점은 물론, 그동안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강제적 주민등록제도, 주민등록번호 부여 및 전 국민 지문 정보의 수집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견이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별지


개정안의 내용


 


제24조 제2항을 다음과 같이 한다.


 


② 주민등록증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수록한다. 이 경우 제10호의 유효기간의 설정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 성명


2. 성별


3. 생년월일


4. 주소


5. 사진


6. 주민등록번호


7. 지문(指紋)


8. 발행일


9. 발행번호


10. 유효기간. 다만, 주민등록증의 발급 또는 재발급 당시의 연령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1. 주민등록기관


12. 혈액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주민의 수록신청이 있는 것


 


제24조 제4항부터 제6항까지를 각각 제7항부터 제9항까지로 하고, 같은 조 제3항을 제5항으로 하며, 같은 조에 제3항, 제4항 및 제6항을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③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10조의2 제1항에 따라 신고한 국외이주국민에게 발급하는 주민등록증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국외이주국민임을 추가로 표시하여야 한다.


 


④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주민등록증에 수록되거나 표시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자적 수록의 방법, 전자적으로 수록된 정보의 타인에 대한 제공 또는 열람 방법, 보안조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⑥ 생략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4조(주민등록증 발급에 관한 특례)


① 제24조 제2항 및 제4항의 개정규정에 따른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발급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은 새로운 주민등록증의 발급 준비상황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되, 2017년 12월 31일까지 제24조 제2항 및 제4항의 개정규정에 따른 새로운 주민등록증 발급을 전국적으로 완료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새로운 주민등록증 발급이 전국적으로 완료된 후에는 종전의 제24조 제2항에 따른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없다.


③ 제1항에 따라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종전의 제24조 제2항에 따른 주민등록증을 사용할 수 있다.


 

첨부파일

‘주민등록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수정본).hwp.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