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민변 노동위원회 의견서

2010-12-09 210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의견서


 


고용노동부가 11. 18.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고용노동부 공고 제2010-108호)에 대하여 우리 모임에서 검토한 결과, 종국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직접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유연화 정책을 위한 개정안이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바이며, 아래와 같이 세부적인 개정안에 대한 우리 모임의 의견을 보내드립니다.


 


– 다 음 –


 


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1. 개정안


 


가. 요지


 


○ 현재 도입되어 있는 탄력적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2주 및 3개월에서 각 1개월 및 1년으로 확대


 


나. 도입 취지 및 기대효과


 


불필요한 연장근로 유발요인 제거 및 실근로시간 단축 유도를 통해 근로자의 일·삶의 조화에 기여


업무량에 따른 근로시간의 탄력적 조정으로 생산성 향상,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성과배분에 기여


탄력적근로시간제 활용이 곤란하여 업무량이 증가해도 초과근로수당 없이 연장·휴일근로하는 관행 축소에 기여


 


2. 개정안에 대한 의견


 


반대하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장시간 근로의 심화


 


현행 탄력적근로시간제의 경우 2주 단위제는 특정주의 한도가 48시간/3개월 단위제는 특정일의 한도가 12시간, 특정주의 한도가 52시간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이하“법”이라고 함.) 제53조 제2항에 의하여 당사자간 합의로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어서 2주단위의 경우 1주당 최장 60시간, 3개월단위의 경우 1주당 최장 64시간의 근로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도 위와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만 연장하면 연장근로를 하는 특정일과 특정주가 연속됨으로써 위와 같은 장시간 근로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특히 1년을 단위기간으로 할 경우 12시간의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면 1주당 64시간, 6개월 동안 1,669시간의 근로가 가능한데, 법정 기준인 1,043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이는 가산수당지급 및 당사자합의 등의 요건으로 가급적 연장근로를 제한하려는 법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주요 국가들이 1년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들 국가는 ① 연장근로시간을 포함하여 통상 1주 48시간 및 1일 10시간 등을 최대한도로 설정하고 있어, 최장 64시간까지 가능한 한국과 다르며, ② 제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1년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특별규정(연속근로일수의 한도, 연간근로시간한도, 연간근로일수의 한도등)을 두어 특정기간의 장기간 근로가 과도하여 근로자의 건강과 생활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나. 실질임금의 감소


 


한국의 경우 많은 사업장의 급여체계에서 각종 수당(특히 시간외수당)의 비중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사용자들은 각종 법정수당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기본급과 사실상 성질이 같은 급여를 기본급이 아닌 각종 수당의 명목으로 지급해왔던 바 시간외수당을 제외하고 나면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탄력적근로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임금수준 저하를 우려하여 현행법 제51조 제4항에서도 사용자의 임금보전방안강구의무를 규정하였으나, 문언 자체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만 하고 있고 벌칙규정도 없어 사실상 장식적 문구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 건강권 침해 및 삶의 질 저하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특정기간의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짐으로써 근로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이다. 생산수요가 급증하여 연장근무를 하는 기간 동안은 노동강도도 증가할 것이므로 실제 근로자가 느끼는 노동강도의 증가율은 근로시간 증가율보다 더욱 심할 것이다. 이는 과로사와 같은 산업재해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생활주기와 삶 자체도 기업의 생산수요에 종속되어 불규칙해지면서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이다.


 


라. 기타


 


그 외에도 과거 탄력적근로시간제 도입시 지적되었던 근로자대표에 관한 규정의 미비, 서면합의전 일정한 공고기간 설정 필요성과 같은 점들이 여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마. 소결


 


고용노동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하여 근로시간의 합리적 배분, 생산성 향상, 불필요한 연장근로 축소, 실근로시간 단축, 근로자의 일과 삶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바와 같이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는 효과들(생산성향상, 수요가 적을 시기의 생산량조절, 연장근로축소)은 쉽게 달성이 가능하리라 여겨지는 반면, 근로자측에서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되는 효과들(일과 삶의 조화, 연장근로 축소)은 그렇지 않다고 보여진다. 적어도 고용노동부에서 의뢰했던 연구기관들에서 제시한 근로자 보호에 관한 제도적 보완책(서면합의전의 공고기간 설정, 대상기간내의 연속근로일수 제한, 1일, 1주, 1년의 근로시간 상한 규제 및 근로일수 상한설정 등)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반영이 있었어야 할 것임에도 무작정 단위기간만 확장하였는바, 이는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유연한 노동력 공급만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Ⅱ. 근로시간저축휴가제


 


1. 개정안


 


가. 요지


 


○ 도입 근거 :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휴가제로 확대 개편


연장·야간·휴일근로 또는 연차유급휴가를 저축 후 필요시 휴가로 사용하거나(先 근로 後 휴가)


먼저 휴가사용 후 연장근로로 보충(先 휴가 後 근로)할 수 있는 제도를 노사 서면합의에 따라 도입할 수 있는 근거 마련


○ 휴가의 부여시기


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하는 시기에 부여 (다만, 사용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시기변경 가능)


○ 미사용 휴가에 대한 임금 보장


– 사용자의 책임 있는 사유, 근로자의 이직, 해고 등으로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하여는 임금 지급


○ 구체적인 운영 방법(근로시간의 적립, 휴가 부여, 정산 등)대통령령에 위임


 


나. 도입취지 및 기대효과


 


기업은 수요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인력운용 최적화(생산성 제고) 및 비용 절감


* 불황시 고용유지를 위한 추가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숙련인력 유지 가능


근로자는 경기불황시 고용안정과 평소소득 보장(보험 기능)


– 개인적 필요에 따른 휴가선택권을 높이고, 근로생애에 걸친 장기간 휴가수요에 대비 가능


국가적으로도 인적자원의 사장 방지 및 경쟁력 제고


–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활용하여 근로자의 능력개발 기회 확대, 육아·가사 등을 이유로 한 경력단절 방지 가능


–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심화 속에서 여성 등 잠재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 마련


 


2. 개정안에 대한 의견


 


반대하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선(先) 근로 후(後) 휴가


 


종전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다가 미사용 연차휴가까지 포함시킨 점이 차이라고 보인다. 즉, 이미 수행한 연장, 야간, 근로 및 연차휴가근로(이하“연장근로등”이라고 함.)에 대하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휴가로 주겠다는 것이고 이로써 개인적 필요에 따른 휴가선택권을 높이고, 근로생애에 걸친 장기간 휴가수요에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 종전의 보상휴가제(연장, 야간, 휴일근로)의 경우 한국 근로자들의 주요 수입원인 각종법정수당의 감소를 가져와 실질임금의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은 계속 지적되어왔던 바이고, 특히 1년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의 확대와 연동하여 이루어지게 되면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2) 새로 도입된 연차휴가와 관련된 부분을 보자면,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도입취지 중 하나가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대라고 하나, 아래와 같은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부분 현행 연차휴가제도의 일부를 개정함으로써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① 연차휴가 미사용부분에 대해 연차휴가근로수당 대신 근로시간저축휴가제에 의한 휴가를 부여하여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개정안 제2항을 보면 저축된 휴가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연차휴가와 동일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시기선택에 있어 연차휴가보다 확대된 점은 없다고 보이며, 현행 연차유급휴가의 대체(법제62조)와의 차이도 거의 없다고 보인다.


 


② 서면합의로 정산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함으로써 미사용 연차휴가를 수년 후 근로자가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의 경우도 현행법 제61조 제7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그 법적 효력이 의문시되고,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등 휴가사용을 촉진하는 제도의 취지와도 상반되기도 한다.


 


③ 다만, 현재의 연차휴가는 1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었음에 반하여, 근로시간저축제도의 도입으로 이를 시간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은 연차휴가제도와의 상당한 차이이기는 하나, 이것을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대로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나 그것이 주된 취지라면 현행 연차휴가제도의 일부를 개선함으로써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인다. 반면, 아래 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그 주된 취지는 결국 근로시간의 유연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3) 우려되는 지점들은 아래와 같다.


 


① 임금청구권의 제한문제


개정안에 의하면 이미 수행한 연장근로등에 대하여 서면합의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거나 혹은 휴가를 부여할 수 있고(제1항), 사용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임금을 지급하도록 되어있다.(제3항)


위 조항들의 (반대)해석에 의하면 ㉠ 연장근로등을 수행한 개별근로자는 서면합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임금청구 대신 휴가만을 청구할 수 있는데(즉, 문언해석상 임금청구를 배제하는 서면합의가 가능), ㉡ 이 경우 사용자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의 휴가청구권에 대하여 시기변경권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제2항)을 고려한다면 본 제도는 임금전액통화지급원칙(법 제43조)을 잠탈하는 방향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또한 이는 사용자에게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하게 하여 가능한 한 연장근로 자체를 억제시키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② 저축하는 근로시간의 상한 설정 문제


한편, 개정안에서는 저축할 수 있는 근로시간의 상한에 대해 정하고 있지 않아서 (그 선출방식과 대표성도 불분명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시간저축의 상한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면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지급받지 못할 뿐 아니라 (사용자의 시기변경권행사 등으로) 그 사용도 자유롭지 못한 휴가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될 뿐이어서 임금전액통화지급 원칙을 잠탈하고 실질임금의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바, 적어도 저축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의 상한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4) 앞서 본바와 같은 연차휴가제도와의 차이((2)항) 및 우려되는 문제점들((3)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결국 이는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장이라는 취지보다는 기업의 수요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노동력공급이 그 주된 목적이라고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기업의 수요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노동력공급이 중요한 목적임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와 함께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장도 주된 목적이라 주장하면서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제도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휴가선택권 확장은 부수적인 목적이라 여겨지며, 기업의 수요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노동력 공급이 주된 목적이라 여겨진다.)



 


나. 선(先) 휴가 후(後) 근로


 


휴가를 사용한 이후 이를 근로로써 보충하는 것은 강제근로의 혐의가 있다고 보여지며, 연장근로에 대한 개별 당사자의 동의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보인다. 특히 정산기간이 길어질수록 근로자의 생활불안정이 심하여 질 것이다.


(개정안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고용노동부의 해설자료에 의하면) 한편, 사용자가 필요한 시기에 휴가 사용을 요청하고 근로자가 이를 나중에 연장근로로써 보충하도록 되어있는 바 이는 기업의 생산수요에 따른 유연한 노동력 공급이 주된 목적임을 잘 드러내준다.


또한 (고용노동부 해설자료에 의하면) 휴가를 먼저 사용한 후 근로로써 이를 보충하는데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완전히 보충하지 못한 경우 임금에서 차감한다고 되어있는 바, 이는 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임금채권의 상계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인다.


 


 


Ⅲ. 연차유급휴가의 개선


 


연차휴가부여 요건 확대부분은 반대하지 않으므로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밝힌다.


 


1. 개정안


 


가. 요지


 


○ 연차휴가사용촉진조치 시점 조기화


연차휴가사용촉진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시기를 1년간의 휴가청구권 행사기간 ‘3개월 전’에서 ‘6개월 전’으로 앞당김


 


나. 도입취지 및 기대효과


 


연차휴가 사용 촉진으로 실근로시간이 단축되어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및 노동생산성 제고에 기여


 


2. 개정안에 대한 의견


 


연차휴가사용촉진제도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사용촉진제도는 ① 연차휴가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②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것인데, ②가 핵심적인 목적이고 ①은 그 수단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①을 사실상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사용촉진제도에 의하여 연차휴가사용을 독려 받은 경우와 일반적인 연차휴가사용의 경우가 큰 차이가 없어서 사용촉진제도가 연차휴가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기보다 연차휴가근로수당 미지급(즉, 사용자의 연차휴가근로수당지급의무를 면제)이 주된 목적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더라도 고용노동부의 주장대로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하게 되는 것보다 사용자의 수당지급의무만을 면제해주는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2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

첨부파일

101208_의견서_근기법개정안입법예고의견서.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