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1-02-10 166

[논평]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1. 1. 21.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강형주)는 경찰관들이 노동조합원들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는 현장에서 경찰관들의 체포 이유 미고지에 항의하며 체포이유의 고지와 체포된 조합원들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던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경찰관들에 대해 직권남용 및 불법체포죄로 공소제기를 결정하고 재판에 회부하였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09. 6. 26. 정리해고 반대파업이 진행 중이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길에서 경찰관들이 공장을 나온 수명의 조합원들을 체포이유 고지도 없이 체포하였다. “쌍용 자동차 정리해고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노동법률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하여 평택공장 앞을 방문하게 된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관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한 후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이유의 고지를 거듭 요구하였으나 경찰관들은 이를 묵살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찰관들은 사후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 조합원들을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연행하려 하자 권 변호사는 체포연행되는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변호사의 접견 요구에 대한 아무런 응답도 없이 전경대원들을 동원하여 변호사를 폭력적으로 밀쳐내고 조합원들을 연행하였다. 그 후 경찰관들이 재차 공장에서 나온 조합원 1명을 체포하여 연행하는 것을 목격한 권 변호사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경찰관이 고지한 미란다원칙에 따라 체포된 조합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경찰은 전경대원들을 동원하여 접견에 대한 아무런 안내도 없이 밀쳐내고 경찰승합차에 강제로 태우고 출발하려 하였다. 변호사는 이에 항의하며 접근을 차단하고 있던 전경대원들을 밀치고 조합원을 태운 경찰승합차 앞쪽으로 가 승합차의 진행을 막으며 거듭 접견을 요구하던 중 경찰관들은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 및 상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구금하였고, 이에 변호사는 자신을 체포한 평택경찰서 수사과장 및 전경대 중대장 등을 불법체포 및 직권남용죄로 고소하였다.


 


검찰은 권 변호사에 대해서는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로 기소하여 평택지원에서 재판계류 중인 상태에 있는 반면, 권 변호사의 고소 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검사의 불기소처분결정을 뒤집고 위와 같이 공소제기를 결정함으로써 위 경찰관들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피의자들이 위 조합원 3명을 체포하고도 체포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변호사인 피해자로서는 위 조합원 3명에 대한 체포이유 고지를 요구하며 피의자들의 체포가 부당함을 항의한 것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 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 정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나 피내사자의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물론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다. 체포된 피의자를 도망하게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등의 목적이 아닌 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행사의 시기와 장소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경찰관들로서는 변호사의 위와 같은 접견요청이 있으면 현장에서 즉시 또는 경찰서로 동행하도록 하여 피해자가 위 조합원을 접견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이에 위배하여 변호사를 공무집행의 현행범으로 체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함과 동시에 변호사의 접견교통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경찰관들이 체포현장에서 변호사가 접견교통권을 근거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면 도주 우려를 이유로 거부하거나 아예 아무런 응답도 없이 이를 묵살해버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또한 경찰관들이 체포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에게 체포이유를 고지해주지 아니한 채 이에 항의하는 사람을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는 사례도 많았다.


 


서울고등법원의 위 결정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의 근본취지와 절대적인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경찰관들의 체포이유등을 고지함 없이 행하는 자의적인 체포 및 현장에서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침해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결정으로 우리 모임은 적극 이를 환영한다.


 


2011. 2. 10.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 모임


회장 김선수

첨부파일

0210_[논평]변호인 접견교통권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_사무_02.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