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용산4구역 관리처분계획 무효 판결에 대한 민변의 논평

2010-11-04 117

[논 평]


세입자 5명을 비롯하여 6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용산4구역 정비사업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니 ……


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며 세입자들을 쫒아냈는데 … 쫒겨난 뒤 이에 항의하러 망루에 올랐던 세입자들의 희생이 너무도 안타깝다. –


 


우리는, 2009. 1. 19. 무자비한 철거용역의 폭력과 아무런 대책없이 세입자들을 쫓아내는 재개발정책에 항의하며 망루에 올랐던 세입자 다섯분과 경찰관 한 분이 시위진압 행정지침도 위반한 전격적인 진압작전으로 희생되었던 ‘용산참사’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에서는 그러한 참사의 계기가 되었던 용산4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당시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에 의하면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아야 세입자들을 쫒아낼 수 있었다. (용산참사 뒤 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인가 후라도 세입자 보상이 끝나야 쫒아낼 수 있다.) 결국, 그 당시 법으로도 세입자들을 적법하게 쫒아낼 수 있는 법률적 상태도 아닌 상황에서 세입자들을 쫒아내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판결로 지난 용산참사 사건을 되돌릴수야 없겠지만, 재개발 행정을 담당하는 감독관청이 조합원, 세입자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우리고, 책임있게 꼼꼼히 관리처분계획의 하자를 점검하였더라면 용산참사를 비롯한 많은 재개발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판결이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문제가 된 용산 4구역 관리처분계획이 이미 총회안건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받은 후 안건을 변경하고 조합원들에게는 불과 3일전에야 변경된 안건을 알려준 후 변경 전 서면결의서를 변경된 안건에 관한 결의로 간주하는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고, 서울시 조례를 위반한 내용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무효판정을 받을 정도의 중대한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던 관리처분계획에 대하여 용산구청이 졸속적인 인가처분을 해 주어 이와 같은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비단 직접 인가처분을 했던 용산구청장만이 아니라 이러한 졸속행정이 빈발할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내도록 과속개발, 개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했던 서울시와 이명박 정부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동시에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무책임행정, 장님행정, 반인권, 반복지 행정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면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용산참사 후 잠시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하였지만,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상가 세입자들에 대한 영업보상을 종전 3개월의 영업이익에서 4개월로 확대하는 것이 제도개선의 전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재개발행정을 감독하는 구청장.시장 등이 대거 교체되었지만, 재개발행정의 일대쇄신을 부르짖는 구청장.시장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감독관청은 지금이라도 현재와 같이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시 제대로 법률적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개발속도만을 앞세워 무책임하게 이루어지는 감독관청의 무책임행정, 장님행정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보여주어야 한다. 조합설립시에는 조합원들이 자기가 부담해야 할 개별적 비용분담액의 구체적 내용을 알고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인지,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는 초기의 예정했던 비용분담이 증액되는 경우 반드시 조합원 2/3이상의 특별다수의 찬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주거이전비나 영업손실 보상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들이 쫒겨나고 있지 않은지를 철저히 점검하는 책임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정부도 전세대란, 집값상승, 원주민 축출만 이루어지는 현재의 과속개발방식을 지향하고 주민재정착과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2010년 11월 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선 수

첨부파일

1104_[논평]용산4구역 관리처분계획 무효판결에 대한 민변 논평_사무_09.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