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권위 조직축소 권한쟁의를 각하한 헌재결정을 규탄한다

2010-10-28 173

[논 평]


인권위 조직축소 권한쟁의를 각하한 헌재결정을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고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권위가 행정안전부(행안부)의 일방적인 조직축소행위에 대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UN의 권고와 헌법 제10조 제2문에 근거해 설립된 인권위에 대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을 부정한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형식적인 법논리에 기대어 권한쟁의심판제도의 목적을 몰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권위가 헌법적 가치인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된 국가기구라는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권한쟁의심판제도는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없는 경우에 헌재가 헌법해석을 통해 그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국가권력간의 균형을 유지하여 헌법질서를 수호․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다(헌법재판소 1997.7.16. 96헌라2). 따라서 해당 국가기관이 헌법에 직접 명시된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달리 헌법정신의 실현을 위해, 근거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으며, 권한침해를 다툴 방법이 없는 이상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권한쟁의심판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인권위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향상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서 기본권보장의 헌법원리성, 법치주의원리, 헌법 제10조 제2문(국가의 인권 확인‧보장 의무)에 근거한 ‘헌법적 기관’ 또는 ‘준헌법기관’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단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헌법기관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해석이다. 인권위는 헌법과 인권위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또한 인권위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등 다른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기관이어서 권한쟁의를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기관이나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헌재는 본안판단으로 나아가 행안부의 일방적 직제개편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한다. 따라서 형식적 논리에 치우쳐 스스로 자신의 권한과 위상을 축소함으로써 권한분쟁을 해결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헌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헌재의 결정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정하거나 행안부의 일방적 조직축소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이번 결정을 빌미로 인권위의 독립성을 더욱 훼손하거나 아무런 인권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함으로써 인권위를 식물기구화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를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 단체로서,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은 곧 우리 사회의 인권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정부의 행태를 계속 감시․비판할 것이다.


 


 


 


2010년 10월 2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선 수

첨부파일

1028_[논평]인권위 조직축소 권한쟁의를 각하한 헌재결정을 규탄한다_사무_05.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