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접근권확보, 또다른 노충국 막아야

2005-11-04 223

인권단체들, 노충국씨 비대위등 구성

제대 보름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최근 사망한 노충국 씨 사건이 군대 안 의료접근권 보장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민변, 천주교인권위, 원불교인권위 등 인권단체들은 31일 ‘고 노충국씨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군대내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구성하고 민관합동조사단 구성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03년 6월 입대한 노 씨는 올해 4월말부터 심한 복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다 3월 29일 국군광주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금식을 하지 않아 위내시경 검사는 하지 못했고 1주일치 약만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진료경과에 따르면 △4월 28일 국군광주병원 2차 진료에서 위내시경 검사 결과 위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 위암 의증으로 진단되었고 △환자에게 악성종양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입원을 권유했으나 환자는 전역휴가가 예정되어 있어 휴가 중 민간병원에서 진료받기를 희망했으며 △조직검사를 민간의료기관에 의뢰한 결과 염증세포만이 관찰되어 위염(위궤양)소견으로 판독되었고 △휴가 이후인 5월 27일 3차 진료에서 휴가기간 대학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고 증상이 지속돼 위궤양 치료제를 처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제대한 노 씨는 7월 7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석달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달 27일 사망했다.

군의관이 위암 경고했나?

하지만 국방부 발표와는 달리 담당 군의관 이 아무개 씨가 4월 28일 2차 진료에서 실제로 ‘위암 의증’임을 노 씨에게 경고했는지는 의문이다. 유족들은 “제대휴가를 나온 노 씨가 ‘열흘 전 군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도 했고, 그 결과가 위궤양이어서 약처방으로 충분하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노 씨는 사망 전 “위암이란 말은 들은 적도 없으며 위궤양이란 말만 듣고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씨는 2차 진료 직후인 5월 6일 쓴 수양록(부대에서 쓴 일기장)에 “태어나서 이렇게 오래동안 아픈 적이 없었는데 휴가가서 푹 쉬면 좀 나을라나”라며 “밖에는 여름패션이 유행인 것 같던데 나두 휴가가면 반팔T 입구 다녀야지”라고 써 위암 경고를 받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비대위는 “고인이 위암이 의심된다는 군의관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와 같은 상황은 전개되었을 수가 없”다며 “만일 군의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위암이 의심되는 사병을 그대로 방치한 군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20대에 발병한 위암은 특히 그 진행속도가 상당히 빨라 신속한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진료가 한달 간격으로 이루어지는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부대장의 책임도 지적됐다. 제대 1주일 전 노 씨가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복통을 호소하자 부친이 직접 부대에 전화를 걸어 치료를 촉구했다. 이때 부대 측은 전북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인근 소의원에서 진료를 받게 했다.

국방부 “강도높은 감사 하겠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책임회피성 발언과 늑장 대처로 유족과 국민의 분노를 샀다.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어제 인터넷을 보고, 당직 사령의 보고도 받았다”면서 “현재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군의관은 최선을 다했다”며 군의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10월 24일 <오마이뉴스> 첫 보도와 함께 네티즌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28일 처음 태도와는 달리 노 씨와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또 국방부 감사관실, 헌병 수사관 등이 포함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11월 1일부터 의무사령부와 관련 병원, 해당부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 및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감사결과 드러난 문제점은 이미 추진 중인 ‘군 의무 발전 계획’에 포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27일에는 국가보훈처가 노 씨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자로 의결했고 11월 중 상이등급을 결정하는 심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비대위, 의료접근권 보장 대책 촉구

비대위는 31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의료원 영안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군의 의료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고인 개인만의 일로 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은 “교도소에 갇혀 있는 무기수라면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 자신의 생명을 유지, 보전도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현재로서는 의문사”라며 “과거 의문사가 그랬듯이 국방부가 독자적인 (조사) 권한을 주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민관합동조사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민관합동 조사단 구성 △국방부장관의 사죄 △’군 의무발전 계획’ 공개논의와 의료접근권 보장 △군에서 발병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현역·예비역들의 치료보장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직권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건 초반에 내부에서 사실관계 조사보고서를 만들었고, 직권조사를 포함해 앞으로의 대응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비대위와 유가족들은 이날 국방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들은 국방부를 항의 방문해 요구사항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 기사제공 인권하루소식 강성준
* 노충국씨 장례식 기사 등 아래 참조
http://www.ohmynews.com/function/portal_articleview.asp?at_code=29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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