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이나 신입변호사 시절에 이런 책을 보고 토론할 수 있었다면..

2007-03-09 247

“연수원이나 신입변호사 시절에 이런 책을 보고, 토론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공부모임에 참가하시는 민변 창립멤버인 선배님의 말씀입니다. 공부모임에 조금 일찍 참여 신청을 하신 분들과 워밍업을 한다는 의미에서 어제 저녁 먼저 독서토론을 하였습니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문예출판사)’라는 책을 읽고 서로 인상 깊은 대목을 읽어주고,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특별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생각 나눔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미쳐 생각해보지 못했던 시각을 주고 받으면서 스스로의 관점을 정리하고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어지러운 일상 속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았던 나 자신과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가 반짝 하면서 제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는 하버드 법대에서 주최한 특강 모음집입니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16명의 지성인의 특강입니다. 역사와 탐사/ 노동과 경제/ 다양성과 동등성/ 잔인성, 유형, 그리고 해법/ 종교와 윤리/ 간격과 근접성이란 주제를 가지고 저자들의 저서를 탐독한 하버드 대학생들의 날카롭고 고민에 찬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대담 집입니다.

서문에 나오는 부분인 “가난한 노동자들은 남의 아이 돌보느라 제 아이를 못 보고, 다른 집을 완벽하게 만드느라 수준 이하의 집에서 살고, 인플레 낮추고 주식 올리려고 궁핍을 감수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기부자, 후원자다”라는 대목뿐 아니라 “사고를 멈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 가지 분야의 책만 읽고 한 가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하고만 대화하는 것”이란 지적, ‘허약한 호흡기 조직으로 인해 탄광의 공기상태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사용되는 카나리아와 광부의 관계’를 비유하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진단하는 도구인 약자와 소수자가 카나리아와 같고, 따라서 카나리아를 보호하는 것이 상대적 강자인 광부의 생명을 보존하는 길임을 갈파하는 지점에선 모두들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의 여러 가지 주장으로부터 참여자의 생각은 권력에 대한 투쟁에 매몰되면서 그 투쟁의 필요성을 우리 자신에게서 찾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기도 하고, 국가와 민족, 세계 등의 거대 담론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인권과 자유, 소수자 등의 가치를 새삼 곱씹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이라 우리의 입장에서 약간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으나 역사, 노동, 다양성,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잊고 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가 숨어 있는 책이기에 공부모임의 워밍업 교재로는 더 할 나위없이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공부하고 토론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으로, 짧지만 유익한 시간을 만끽하였습니다.

다음 모임부터는 이 즐거움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누어 더욱 풍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부모임을 2주에 한번 정기적으로 하되 류혜정 회원이 월요일은 절대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서 수요일로 옮기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구합니다. 류혜정 회원의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며 격주 수요일 7시로 시간을 고정했으면 합니다. 2주 후 수요일이면 다음 모임은 3월21일입니다. 많이들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또 민변 홈페이지에 공부모임란을 만들어 2주에 한번씩 추천도서, 강좌, 서평과 각자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돕고자 합니다. 앞으로 한 두차례 정도 더 책을 읽고 자체 토론하다가 어느 정도 인원이 고정되면 저자들을 초청하여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할까 합니다.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 토론할 교재추천을 받습니다. 백승헌 회원이 과거 국제관계를 평가하며 미래를 그려보는 ’20세기로부터의 유산(사회평론사)’를, 유남영 회원이 미국의 입장에서 국제관계를 기술한 브래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삼인)’을, 박주민 회원이 1997년 이후 한국사회를 성찰한 ‘기업사회로의 변환과 과제’를 추천하셨습니다. 가능하면 내일 중으로 교재를 선정하도록 하겠으니 더 추천할 교재나 위 2교재 중 선호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