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도는 보트피플, 국적 없는 로힝가 족
글_ 9기 인턴 유현민
2013년 1월 10일 목요일 오전, 버마에서 탈출한 397명의 Rohingya(로힌갸 또는 로힝가) 족(族)이 태국-말레이시아 국경 지역인 사다오 (Sadao) 지구의 고무재배장에서 발견되었다. 이 중 66명은 어린 아이들이었으며, 이들은 3개월 동안 말레이시아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전주에는 말레이시아로 가던 도중 태국의 해안가에 사고로 정박한 73명의 로힝가 족을 태국 정부에서 다시 버마로 강제 추방한 일도있었다. 버마 정부에서 국적을 인정받지 못한 채 무국적자로 공해 상을 떠도는 이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국 버마로 강제 추방당하고 말았다. 국적도 없이 ‘보트피플’이라고 불리며 바다 위를 표류하는 버마의 소수민족인 로힝가족. 그들은 왜 이렇게 무국적상태로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여러 나라를 오가야 하는것일까?
버마 전역의 지도, 녹색 음영이 로힝가 족이 주로거주하는 아라칸 주 (출처: BBC)
로힝가 족은 버마의 서부 아라칸 (Arakan) 주 북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 민족이며 상당수가 이슬람 교도이다. 이 지역에서 수세기 동안 거주하던 이 민족은 1784년 아라칸이 버마에 정복당한 후 버마에 편입되었으며, 1970년대에 버마 군사정부가 출현한 후로 순혈주의와 불교 교리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탄압당하고 있다. 불교 국가인 버마는 무슬림인 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실제로 로힝가 족의 대부분은 무국적 상태에 놓여있다. UN에 따르면 로힝가 족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 받는 소수민족이며 130 종류가 넘는 버마 소수민족들 가운데 가장 차별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공식적인 시민권을 박탈 당한 후 토지나 재산을 법적으로 사유할 수 없어진 이들이 버마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주하거나 직업 활동을 하기도 힘들며, 교육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고, 결혼과 출산도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할 정도이다. 특히 78년 나가 민 작전(Operation Naga Min)과 91년 피 따야 작전(Operation Phi Thaya)이라는 버마 군정의 로힝가 족 탄압 정책은 20만 명이 넘는로힝가 족을 주변국의 난민촌으로 내쫓았다. 동시에 군부에 의해 즉결처분, 고문, 강간 등이자행되고 있으며, 아무런 대가 없이 강제노동에 이용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버마군정의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태이다.
태국에 정박한 후 태국 정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로힝가족(출처: CNN)
이러한 핍박 상태에 놓인 로힝가 족은 70년대 이후로 버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방글라데시나 타이-말레이시아의 국경 지역 빈민가, 난민 캠프 등으로 보트를 타고탈출하고 있다. 하지만 70년대 이후로 탈출한 20만 명 이상의 로힝가 족 중 대부분이 다시 버마로 송환되어 극심한 고문, 성폭행, 수감 등의 위기에 처하였다. 국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세계는 점점 이런 로힝가 족의 인권 침해사례에 주목하고 있으며, 2005년을 기점으로 UNHCR (유엔난민기구)도 로힝가 족의 망명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버마 정권의 차별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주변국에서는 더 이상 로힝가 족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2012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서 발생했던 라키네 족과의 무력 충돌 이후에는 가옥 6,000채 이상이 불에 타 100,000여 명의사람들이 집을 읽고 이재민이 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태국의 사례처럼 로힝가 족의 난민 지위가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여전히 보트 위에서 바다에 표류를 하는 로힝가 족이 많은 실정이다.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좌), 로힝가 족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버마 승려들 (우)
(출처: BBC, Voice of America)
UNHCR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 공식으로 등록된 로힝가 족 난민은 3만 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20만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로힝가 족 난민의 수가 늘어나고 잇는 가운데 로힝가 족의 존재를 부정하던 테인 세인(Thein Sein) 버마 대통령이 지난 해 9월, 로힝가 족을 사실상 추방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테인 세인 대통령의 발표 직후 버마의 승려들은 추방 계획을 지지하며 대도시에서 시위를 벌였으나 국제사회에서는 무국적자인 난민들을 내쫓는 행태를 비난했었다. 그 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세인 대통령은 로힝가 족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다짐하였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사항은 없다. 불교도들과의 충돌 이후 사우디의 왕 압둘라 (Abdullah)는 로힝가 족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5000천만 달러를 로힝가 족에게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유엔은 세인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받은 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조치라며 긍적적으로 평가하였다. 버마 이슬람위원회의 운나 마웅 슈웨(Wunna Maung Shwe) 사무총장은 로힝야 족 난민들이 아직도 배를 타고 바다 위에 머물러 있으며 식량과 약품 부족으로 이미 죽은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UN 특별보고관인 토마스 오재 퀸타나 (Tomas Ojea Quintana)는 로힝가 족이 버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명한 버마 국적의 시민이라며, 버마 정부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이슈들 중 로힝가 족의 인권침해 문제는 최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참고>
[1] Burma’s Rohingya: http://www.exiledtonowhere.com
[2] Muslim Aid: http://www.muslimaid.org
[3] Human right watch: http://www.hrw.org/
[4] Democratic voice of Burma: http://www.dvb.no/news/
[5] Tribune: http://tribune.com.pk/story/422894/islamic-summit-will-take-myanmars-rohingyas-issue-to-un/
[6]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2012_Rakhine_State_ri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