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델리, 22분에 한 번씩 강간이 발생하는 도시 : 사형제가 해답인가?

2012-12-27 532

델리, 22분에 한 번씩 강간이 발생하는 도시: 사형제가 해답인가


글_ 9기 인턴 양영민



지난 2012년 12월 16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발생했던 강간 사건은 인도 전역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23세의 대학생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돈을 내고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들이 탄 버스는 사설 통학버스였는데 버스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뉴델리에서 돈을 주고 불법 사설 버스를 타는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이 버스의 운전사를 포함한 6명의 남자들은 만취한 상태로 여학생을 한 시간 동안 집단강간하고 쇠막대기로 폭행까지 일삼아 내장파열의 중상을 입혔다. 저항하던 남자친구 역시 집단구타를 당했다. 6명의 남자들은 둘의 옷을 벗겨 달리는 버스에서 그들을 내던졌다. 이후 가해자들은 술김에 재미 삼아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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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피켓, 출처: CNN-IBN



이 끔찍한 사건은 인도 전역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시민들은 가해자들을 교수형에 처할 것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시위는 26일 현재 11일째를 맞고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대통령궁과 의회 앞에 집결했고, 정부는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 경찰병력은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동원하고 있다. 뉴델리의 시위에 자극을 받아, 동일한 기간 마니푸르의 주도(州都) 임팔에서도 성폭행 관련 시위가 일었는데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카메라 기자가 경찰의 발포에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만모한 싱 총리는 성폭행범들을 사형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을 약속하며 시위대를 회유하고 있다. 또한 12월 23일 인도 정부는 여성관련 법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논의를 고려하고 있다.

http://youtu.be/i9xSAeSBlFs?t=26s

(위 링크를 클릭하면 시위 진압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음)



뉴델리는 매 22분마다 성폭행이 발생할 정도로 성폭행이 흔한 도시이다. 인도는 여전히 계급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유지되고 있고, 사회에 가부장적 문화가 뿌리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성폭행으로부터 쉽게 노출되고 있다. 올해도 11월까지 661건의 성폭행이 발생해 전년보다 17%가 증가했다. 그나마 이 수치도 공식적으로 신고한 사건의 숫자이기 때문에,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성폭력으로 신고된 사건 중 기소율도 34.6%에 불과하다.



http://www.womenwelfare.org/Abduction_Rape%20_%20Murder.html

(위 링크 클릭시 인도의 성폭행 상황에 관한 자세한 정보 열람 가능)



인도를 포함한 세계의 다양한 인권단체 역시 인도의 사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인도 시민들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먼저, 인권단체들은 사형제가 성범죄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Human Right Watch에서 여성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Aruna Kashyap은 사형제는 성범죄 기소율을 높이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인도의 성범죄 기소율이 높지 않은 이유는 형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성범죄 사후처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는 성범죄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여성들로 하여금 신고를 꺼리게 한다. 또한 인도는 성폭력 이후에 바로 증거를 채집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적고, 그나마도 성폭력 사후의 진단서에 대해 통일된 형식이 없어 진단서가 증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WHO는 성폭력 사건 중 약 1/3만이 가시적인 물리적 피해를 남긴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사법부는 여전히 성폭력 사건을 저항 흔적과 사회적 통념에 따라 기소여부를 판단한다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인도인인 Parul Gupta가 이번 사건에 대해 쓴 기사도 읽어볼만 하다. 이번 시위가 진정 모든 인도 여성의 인권을 위한 것일까? 그는 이 질문에 No라고 대답한다. 성폭행은 모든 계급과 계층에 걸쳐 일어나지만, 시민들과 언론의 주목받는 사건은 이번 사건처럼 도시에서 발생하고, 교육받은 중산층의 여성에 발생한 사건에 한정된다. 인도에서 수많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구체적 양상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몇 달 전 인도 북부지방인 Haryana 지방에서 여러 남성이 젊은 여성을 차 안에서 강간하고 심지어 촬영까지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필름은 마을 전체에 돌았고, 이 사실을 안 그 아버지는 치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지만, 이 사건은 도시의 중산층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국가적 망신”으로 명명하고 있지만 어째서 이번 사건만 국가적 망신일까. 시위대가 주장하는 여성의 권리가 카스트 제도의 하위 계층의 여성과 빈곤층의 여성 역시 포함하고 있는지 되물어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인도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은 우리나라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었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분노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수준이 인도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인도와 우리나라를 구분 짓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인도 시위대가 사안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하여 주장하는 사형제 개정과, 인도 정부의 물대포 시위진압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꽤나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참고자료]


1. 국내자료
연합뉴스, 인도 ‘버스 성폭행’ 항의시위 격화(종합)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6004709
한국일보, 심야버스 성폭행범에 극형을” 인도 8일째 시위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1212/h2012122321065922450.htm

2. 국외자료
India Women Welfare Foundation (IWWF), Abduction, Rape & Murder
http://www.womenwelfare.org/Abduction_Rape%20_%20Murder.html
Wikipedia, 2012 Delhi gang rape case
http://en.wikipedia.org/wiki/2012_Delhi_gang_rape_case#CITEREFReuters1
Review of Existing Laws on Safety of Women (by Indian Goverment)
http://pib.nic.in/newsite/erelease.aspx?relid=91148
Human Right Watch, What ails rape investigation in India?
http://www.hrw.org/news/2012/12/19/what-ails-rape-investigation-india
Indo Asian News Service, NGOs oppose death, want rapists’ punished in six months
http://in.news.yahoo.com/ngos-oppose-death-want-rapists-punished-six-months-150416852.html
Delhi rape: what it says about us Indians
http://blogs.reuters.com/india/2012/12/25/delhi-rape-what-it-says-about-us-ind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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