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雨中日 – 7월 생태산행 참가기

2012-07-16 104


雨中日
7월 생태산행 참가기

글_천지선 변호사

   금요일 밤 비가 후두두둑두두두둑 내립니다. 기다리던 단비인데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비가와도 갑니다라는 문자메세지를 확인하며 가방에 도감이며 쌍안경을 넣었다가 뺐다가 합니다.


   일어나니 다섯 시, 두 시에 잤는데 너무 일찍 깨어버렸습니다. 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날이 밝아 잠이 오지 않는 것을 보니 비가 오지 않는가 봅니다. 이리뒤척저리뒤척 하다가 잠들면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갈 채비를 합니다. 이동화 간사님이 문자를 보내주십니다, 장숙경 변호사님이 전화를 해줍니다. 무사히 정곡빌딩을 찾았습니다.


   


   정곡빌딩 앞에는 익숙한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5살 어린 아이도,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신입도 회장님도, 등산차림을 완벽히 갖춘 사람도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도, 혼자 오기도 가족 모두와 오기도 합니다. 김밥을 인사와 대화와 웃음과 함께 먹습니다. 날이 점점 밝아집니다, 슬슬 비가 아니라 더위가 걱정이 됩니다.


  


   7시 10분 버스가 출발을 합니다. 모든 분들이 훌륭하게 자기소개를 합니다. 회장님은 마지막으로 시를 낭송해 주십니다. 산에 대한 기대감과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커집니다. 졸다가 떠들다가 잠들었더니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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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아주 좋습니다. 숲해설사 분은 어색한 사람들 끼리 한 집단임을 확인하게 만드는 것에 능숙하십니다. 오디는 장 회계사님의 말씀처럼 달디 답니다. 속새는 손톱 가는데 그만입니다. 나이테는 주변 식생, 땅의 높낮이, 해가 드는 방향 등 환경에 따라 달리 생기는 것이라서 나이테로 남쪽을 찾을 수 없다는 말씀도 좋지만, 고요히 눈을 감으면 들리는 물소리가 더욱 좋습니다. 어제까지 비가 와서 맑은 물들이 힘차게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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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해설 요정은 일행 중에 있었습니다. 파란 귀를 덮는 모자를 쓴 요정은 박쥐나무 꽃을 찾아주었습니다. 박쥐나무 모양의 잎 밑에 숨어서 피어있는 박쥐나무 꽃은 하얗고 조그맣고 수줍습니다. 산뽕나무가 또 보입니다. 느리고 둔한 저에게 회장님이 오디를 주십니다, 고변호사님이 오디를 주십니다. 저는 제가 딴 오디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권합니다. 오디는 역시 달디답니다. 노루오줌은 하얀 새털 같은 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시닥나무는 줄기가 곱습니다. 물푸레나무는 흰무늬가 예쁩니다. 보라색 꿀풀도 답니다, 각진 줄기가 마음에 듭니다. 개망초는 다시 이름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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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삼도 드셨다는 다른 숲 해설 요정은 산뽕나무며 박쥐나물, 수리취, 고사리, 흰목이버섯, 어수리, 오가피 등을 보여주십니다. 늘 말라있던 흰목이버섯은 본래는 젤리같이 촉촉한 감촉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산행의 가장 고마운 친구는 오가피였습니다. 오가피나무는 각기 다른 다섯 잎으로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한 잎을 입에 넣고 씹으면 쌉쌀하고 향근한 향이 입 안에 돕니다. 멍해졌던 머리가 풀려있던 눈이 조금 또릿해집니다. 오가피 입을 씹으며 한참을 걷고 다시 오가피 잎을 씹으며 한참을 걷다보면 피곤해질 즈음 다시 오가피가 있습니다.


   


   정상의 햇볕은 따가울 정도였습니다. 어제까지 비가 와서인지 여러 봉우리며 들이 선명하게 펼쳐졌습니다. 이동화 간사님이 손수 자르신 오이며, 준비해 오신 간식, 든든했던 주먹밥, 사모님이 준비해 오신 과일까지 부족한 것 없이 유쾌한 점심을 먹습니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사진도 찍습니다. 산행의 막내이기도 했던 위은진 변호사님의 막내까지도 정상을 밟았습니다. 슬슬 등산용품이 욕심이 납니다. 조카에게 에베레스트를 가냐는 말을 듣는 최 변호사님께 등산 장비를 물어봅니다. 등산화부터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스틱은 그 다음이랍니다.


   


   산을 내려옵니다. 바닥에 깔린 갈색의 마른 일본잎갈나무잎이 참 폭신폭신합니다. 그 덕에 걸을만합니다. 산행의 끝에는 각종 나물밥과 술, 시원한 오미자차가 있었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음식은 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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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산행 외에 등반을 별도로 하자는 말씀도 하십니다. 반신반의했던 마음은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민변가입신청서에 썼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팍팍했던 로스쿨 생활에 숨 쉴 곳은 인권법학회와 선량한 의지를 가진 친구들이었고, 민변이 제 변호사 생활에 그런 곳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대가 의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변호사 넉 달차, 빗속의 하루 맑은 날, 숲속친구들과 사람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장마의 하루 맑은 날 같은 민변이, 사람이, 산행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지만 단단하게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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