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판] “시크릿 민변”

2011-01-19 124

백주선 변호사(사법 연수원 39기)


2010년 봄 어느 날, 민변에서 상근 간사로 일하고 있는 서선영 변호사님이 개업 준비로 여염이 없던 저에게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39기 사법 연수원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민변에 대해 내심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저였지만 혼자 가기가 어색하여 같이 개업을 준비하던 박정만 변호사와 함께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마침 당시 민변 사무 총장이셨던 한택근 변호사님이 39기 사법 연수원생들을 환영해 주고 계시더군요. 한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고 민변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한 변호사님을 비롯한 민변의 선배 변호사들이 민변의 역사와 활동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참석자들은 이런 저런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민변 가입을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는 그 고민을 결심으로 바꿔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함께 갔던 박 변호사와 가입신청서를 바로 작성하였습니다.


대체로 누구나 ‘민변’이라고 하면 사회 현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거나,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집회 및 시위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변이 그와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하고 당연하지만, 그 모습이 민변이 가진 ‘얼굴’의 전부는 아닙니다. 민변의 활동 내용과 방식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발견한’ 민변의 ‘시크릿’을 몇 가지 공개합니다.


대표적으로 민변의 ‘월례회’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좋은 분을 모시고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담소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보통 월말에 열리는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석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가수 이지상씨, 방송인 김제동씨 등등이 오셔서 편안하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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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소개할 것이 있습니다. 민변의 ‘공부 모임’입니다. 민변 안에 있는 커뮤니티이지만 민변 회원이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모여 모임에서 정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작년에 우리 출판계와 지성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하여 20권이 넘는 책을 읽고 토론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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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입 회원 MT, 회원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산행, 야유회, 한마당 등등 회원들을 위한 행사도 가득합니다. 특히 지난 해 10월에에는 신입 회원 20여 명이 ‘신입 회원 야유회’란 이름으로 과천 서울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동물원 길을 따라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다 보니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날아가더군요.


소개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일명 ‘시크릿 오브 시크릿’인데요, 바로 민변 안에 있는 공식 위원회의 활동입니다. ‘사법 위원회’, ‘노동 위원회’, ‘통일 위원회’, ‘교육 청소년 위원회’, ‘민생 경제 위원회’, ‘국제 연대 위원회’ 등등 많은 위원회가 있습니다. 각각의 위원회는 명칭에 걸맞은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고 커뮤니티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윗글을 참고하세요). 민변에 들어오신다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위원회에 꼭 가입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지난 한 해 ‘민생 경제 위원회’와 ‘국제 연대 위원회’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민생 경제 위원회’에서는 지난 해 여름 가계 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안의 초안을 직접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제 연대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는 지난 해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 5차 아시아·태평양 법률가 대회에 참석하였지요. 


이제 민변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시크릿’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는 저만의 비법이기도 합니다. 바로 매년 5월에 열리는 정기 총회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정기 총회는 민변의 지난 해 활동을 평가하고 그 해 계획을 확정하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민변 회원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2년 마다 집행부를 새로 뽑는 자리도 바로 정기 총회입니다. 강연, 본 회의(및 임원 선거), 뒤풀이로 이어지는 정기 총회는 민변 회원들의 축제 마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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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충주에서 열렸는데, 저는 정기 총회에 참석하고 나서 민변이 하는 일의 내용과 규모를 대강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민변의 많은 선배 변호사들을 만났고, 금세 10년 지기처럼 친해졌습니다. 저한테는 잊을 수 없는 즐겁고 행복한 자리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민변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변이 제 삶에 큰 힘을 불어 넣어 준 것은 분명하답니다. 민변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 안에 여러분에게 힘이 될 크고 작은 ‘시크릿’이 아직도 많습니다. 와서 꼭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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