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과 함께한 민변 8월 월례회 후기
김제동과 함께한 민변 8월 월례회 후기
관심, 진심, 좋아한다, 인정한다, 반전, 열림, 몰 나쁜 상식, 공감,
이 단어들이 유머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강의에서 김제동은 나에게, 우리에게
어떻게 사람을 웃게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누구는 간지럼이라고 답하고 누구는 얼굴이라고 하고
누구는 말이라고 하고 누구는 술이라고도 답했다.
김제동은 간지럼도 언어도 술도
사람을 웃게 하는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 진심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웃게 하기 위한 진심 담긴 유머는
기술이 부족해도 웃긴 것이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
공감을 하는 것 그것이 유머의 기본이라는 말도 했다.
김제동은 누군가를 웃게 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이고
누군가가 웃는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를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
사랑이 유머를 있게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한 번도 연결시켜 보지 못한 사랑과 유머가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김제동은 또 웃게 한다는 것은 반전이라고 했다.
나쁜 상식을 깨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어린 아이들의 예를 들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정답’ 대신 ‘가 본다’라는 답을 적는 아이,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 라는 ‘정답’ 대신 ‘봄’이 된다 라는 답을 적는 아이.
그 아이들은 나쁜 상식이 없는 몰상식한 상태이기 때문에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바로 본 어머니가 못 생겼다고 우는 아이는 없다는 이야기,
참석자들의 공감 가득한 박수를 받았던 ‘꽃미남’에 대한 성토(?) 등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열린 사고와 마음,
아이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상을 열린 눈으로 보는 것, 기존의 가치와는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것,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유머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변혁과 유머는 또한 같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제동은 웃는 것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도 얘기했다.
지하철에서 신문 넓게 펼치고 읽는 사람 옆에서 해맑게 웃고 비좁은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보며 배시시 웃고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미친 사람인 줄 알고) 떠나줄 것이라는 얘기. 농담처럼 한 이야기이지만
김제동이 하려는 말은 유머가 가진 ‘사람과의 소통의 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머는 tv 개그콘서트나 토크쇼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 어디에나 있고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깨달음도 든다.
김제동은 강의를 마치면서
홀로 앞서 나가는 것보다 함께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비가 올 때 비를 같이 맞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김제동이 하고 싶었던 말은 유머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며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꾸는 아이 같은 마음이며,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효한 도구라는 것 아니었을까.
오늘은 개그를 유머를 가볍게만 봤던 것을 반성할 일이다.
유머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같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고, 살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도록 경계할 날이다.
– 글 / 조현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