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대덕산-금대봉 생태산행 후기

2010-08-12 12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리’ 를 아시나요?
사전적 의미로는 ‘나루, 내’ 라는 옛말이라는 뜻이 있구요, 요즈음에 쓰는 말로는 ‘저보다 지체 높은 사람’을 불러 이르는 존칭이라고 쓰이네요. 그런데 그런 호칭이나 옛말보다 훨씬 예쁜 얼굴을 가진 나리가, 백두대간 속 익숙지 않은 한 산 속에 화사한 얼굴로 피어 있는 것은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하늘말나리, ‘변치 않는 귀여움과 순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주황색의 아름다운 꽃이 강원도의 금대봉-대덕산에는 산길을 따라 지천으로 피어있더군요.

 여느 때와 같이 날로 더워져만 가는 여름 날씨에 헉헉대면서 사무실에
기어오곤 하던(!) 6월 말, ‘탁 트인 전망과 맑은 공기가 함께하는 금대봉-대덕산 생태산행’ 의 공지가 인턴 카페에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산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평소에 산을 오를 때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던 우리 산천의 야생화와 풀꽃들을 보며 가는 생태산행이라고 하기에 마음이 동했던 것이지요. 다만 친구 따라 강남도 간다던데, 친구 없이 혼자 따라가면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중에 마침 출판홍보팀의 김모 인턴이 흔쾌히 같이 가신다기에 걱정도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던 산행입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하필 그날 미팅에 나가자는 친구들의 유혹과 약속된 산행사이에서 꽤나 많이 갈등을 했으니까요.


 산행일 당일 아침에 잠도 거의 못잔 채로 부리나케 집에서 튀어나왔지만, 약속장소와는 거리가 꽤 먼 곳에 사는 덕분에 조금 늦었습니다. ‘코리안 타임도 있고 하니 10~15분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기대감이 버스에 들어서자 당혹감으로 바뀌더군요. 전부 다 와계시는 산행참가자분들을 보면서 ‘아, 정각 이전에 다 와줘야 민변의 시간개념이지~’하는 생각이 들어, 저 하나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분들께 죄송해졌습니다.

 기대감이 당혹감으로, 당혹감이 죄송함으로 바뀌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처럼, 죄송함이 다시 당혹감으로 바뀌는 데에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분명 인턴들 중에서는 김모 인턴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버스 자리에 앉으면서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 것입니다.
앞자리의 간사님이 이르시길, 이제야 일어났다고………. 그 순간 저를 때리고 간 당혹감은 분명 그 옛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힙합듀오 ‘듀스’의 <우리는>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도로는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큰 것이었다 할까요.

 민변 구성원들의 여러 지인들과 가족 여러분, 인턴, 그리고 실무수습중인 로스쿨 학생분들,
또 김선수 회장님의 ‘강압 같은 권유’에 이끌려 산행에 끌려오신 두 여기자 분들까지,
서로간의 유쾌한 소개로 산행을 떠나는 버스 안은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개성이 넘치는 자기소개 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이정택 변호사님의 아들분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싸게 지은 초등학교인 일원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서 자신을 소개하며 가장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이 변호사님이 먼저 본인 소개 하시고 아드님을 소개하시면서 서울에서 가장 싼 초등학교라고 운을 띄우시고는 아드님이 받아서 일원초등학교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산행에 동행하는 부자의 정겨움이 모두의 유쾌함과 어우러져 분위기를 띄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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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입구에서는 이 산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산행의 주의점을 간단히 듣고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로의 초입부터 아주 산들한 산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산책길과 같은 느낌의 산길이 오롯이 잔잔하게 이어가고 있었고, 길 양쪽에는 사람의 손길로부터 때 묻지 않은 산천 고유의 야생화와 풀잎들이 자신들의 속을 수줍게 몸말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불과 반나절,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자연풍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거대한 도시 열섬의 벽속에 갇혀 생활하던 내 몸이, 이렇게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덕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더불어 길을 가고 있던 도중, 우리 야생화를 많이 알고 계시는 김선수 회장님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잘 말려진 순대 옆에 푹 삶아져 맛이 좋은 간을 더하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강조하셨던 야생화는 서두에 언급했던 ‘나리’였습니다. 말나리, 하늘나리, 하늘말나리와 같은 나리의 종류들이 지천에 피어있었는데, 시중의 꽃집에서 파는 만들어진 꽃의 압도적인 화려함과는 달리 수수하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차분한 느낌에, 문득 꽃차를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먹는 것으로만 비유하고 있나요? 시각 말고는 가장 즐거운 느낌을 주는 게 미각이다 보니까요.

 대덕산의 전경과 느낌을 이렇게 글과 사진의 시각적 이미지로만 전하는 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후기란 것이 본래 다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대덕산의 느낌을 독자분들께 전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더위가 조금 가라앉으면,
대덕산으로 생태산행을 한번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머니의 대자연이 우리를 맞아줄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아참, 산행의 시작단계에서는 분명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민변의 성격상
산행코스가 A코스와 B코스로 나눠져 있었습니다만, 의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신 회장님 덕택에
전부 다 B코스로 산행을 완주했다는 사실은 – 독자 여러분, 모두 엠바고입니다.
제가 인턴 말년이긴 하지만, 회장님이 아신다면 파면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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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변론상담팀 장덕규 인턴  






[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같은 곳을 다녀오신 기자분의 글이 있어 링크를 겁니다.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81101032930024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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