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인턴 월례회 후기

2010-05-14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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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봄 답지 않게 싸락싸락 추운 날들이 계속 되다, 정신 차려 보니 여름이 바로 코 앞까지 치고 들어와 있네요. 어느새,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보이던 가로수 잎 색깔이, 맑고 순한 연두에서, 총명한 연초록으로 변해 있더군요. 제법 손바닥 넓이로 두터워진 나뭇잎들이 아침 바람에 선선하게 흔들리는 향기가, 당신에게도 기분 좋게 와 닿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마지막 날에는, 민변 4기 인턴들의 두 번째 월례 회의가 있었어요.

 당신이 지난 4월 뉴스레터를 통해 이미 아시다시피, 우리 4기 인턴들은 빼어난 업무 능력(?) 뿐 아니라, 맛깔 나는 말 재간들도 함께 갖춘 사람들이지요. 덕분에 몇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도록도록 재미나는 이야기들을 참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각 위원회의 업무 보고 형식으로 꾸며진 1부에서는, 각기 자신들이 속해 있는 팀이 아닌 – 다른 소속의 인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민변 인턴들 중 가장 바쁜 업무를 맡고 있는 변론상담팀은, 전화 상담시의 매뉴얼 정립으로 고민하고 있는 듯 했어요. 제주 4.3 평화기행에 다녀온 미군통일위원회의 뜻 깊은 후기도 들을 수 있었고요. 제가 있는 여성위원회에서는 4월 초순의 MT와 19일날 참가했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열심인 노동위원회에서는 특히 촛불백서 작업의 총 책임도 함께 맡아 힘을 쏟고 있었고 말이지요. 지금 당신께서 보고 계시는 이 ‘소식 편지’를 발간하느라 바쁜 홍보팀 역시 인터뷰 등으로 알찬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더랍니다.


 
1부의 업무 보고는 지난 3월, 첫 월례회의의 그것과 비슷한 구성이었지만, 2부는 아주 달랐지요. 당신은 혹시 토머스 엘리어트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번 월례회의의 주요 이야깃거리는 바로 이 것이었답니다. 각자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인 이유에 대해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지요.

 
예상했던 바였지만, 역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색색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4월1일 만우절에서 이 시대의 거짓말(검사 스폰서와 한명숙 총리 재판 관련)로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어 나갔던 세준 인턴, 민변에서의 일이 본격화되면서 잔인한 4월로 변해갔다던 재치 있는 상원 인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4월에 떠나간 첫사랑을 아련하게 읊조렸던 현철 인턴, 4월 30일이 베트남전의 종전일임을 일깨워준 초롱 인턴의 이야기들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승길 인턴은 영화 ‘4월 이야기’와 남도 여행 이야기를, 인호 인턴은 4월 5일에 죽음을 맞이했던 밴드 너바나의 보컬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는데요, 잘 알지 못 했던 분야였음에도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저 역시 흥미를 갖게 되었답니다. 숫자 4의 여러 가지 쓰임에 관해서 치밀한(!) 조사를 해 왔던 광열 인턴은 큰 박수를 받았고, 이번 4월에는 학교 근처 의릉에서 새로 사귈 남자 친구와 맨발로 인증샷을 찍고 말겠다는 윤주 인턴은 더 큰 박수를 받게 되었고요.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는 사실과 장애인연금법 통과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덕규 인턴은, 그날의 회의 마무리 발표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추상적이고 막막한 회의 주제라, 인턴들 모두 준비를 하면서 상당히 난감해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빡빡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던져진 주제에 대해 서로 자신만의 깊숙한 속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면서, 우리는 회의의 안건 그 자체가 아니라 –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인턴 분들 모두 건강하고 싱싱한, 풀물들입니다만, 그 안에서도 모두 조금씩 다른 – 색색들이 저마다 고운 초록들이 어울져 모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말이지요, 같은 시대에 함께 가는, 젊음들의 여러 색깔을 엿보게 되어 참 많이 기뻤습니다. 취향도 꿈도 현재 주목하고 있는 개개인의 문제들도 각기 다르지만,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인지요.

 
이 푸른 젊음을 편지지에 그대로 옮기지 못해 당신께, 조금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다음에 당신께 보내는 편지에서는, 보다 깊어진 나눔들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6월에 도착할, 저희들의 세 번째 이야기는 한층 더 똘똘하고 씩씩해진 초록이겠지요. 그때까지 조금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나누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서 더 무성한 이야기로, 당신을 초대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도,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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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여성위원회 이화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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