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4기 인턴, 4월 전체교육 후기
4월 인턴 전체교육 후기
“지난 1994년 헌법재판소 재판관 8대 1의 압도적인 합헌 결정 이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가
15년 만에 무너졌다.……이번 집시법 위헌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결의 박주민 변호사(36)도
이 정도의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사법부 최고기관의 큰 변화’라며
‘가까스로 헌법불합치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 2009 파이낸셜뉴스
4월의 인턴 전체교육에서 우리가 만난 분은, 바로 저 유명한 ‘집시법 헌법불합치결정’의 주인공인
‘박주민 변호사님’이었다. (이번 교육은 개인적으로는 전체 인턴교육일정 중 가장 기대했던 만남이기도 했다. ^^)
인권변호사라면 누구나 막연하게, ‘故노무현 대통령’과 <전태일 평전>의 저자 ‘故조영래 변호사’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저런 인물들을 제외하고, 우리의 현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현장의 공익변호사들에 대해 자세히 안다는 것은―비록 개인차가 있겠지만― 누구에게도 결코 흔한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교육은, 인권변호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4기 인턴 모두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송상교 변호사님’의 간단한 오프닝멘트로 시작되었다. 송변호사님에 따르면 박주민 변호사님은 현재 집시법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및 활동과 더불어, 인권분야의 수많은 NGO단체들과의 연대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곧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박변호사님은, 민변 변호사로서의 활동은 물론 로펌 변호사로서의 이야기와 같이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해주겠노라고 하셨는데, 이때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로펌생활과 공익활동의 교집합은 과연 어떤 성격의 것일까’하는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변호사님은 어쩌면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셨던 건지, 우리나라 변호사 시장의 규모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고, 곧이어 갈수록 대내외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로펌시장의 현황에 대해 비교적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아마 이쯤에서 몇몇 인턴들은, 제각각 마음속에 솟구치는 ‘미래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무시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다행히 박변호사님은, 그럼에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희소성과 높은 사회적 평가(전문가로 신뢰받는 점 등)를 들어, 낙관적인 결론으로 멋지게 나아가주셨다. 공익 업무를 필요로 하는 수요는 아직도 많다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치열한 로펌시장의 산증인이신 동시에 공익활동에도 의욕적으로 참여하시는 박변호사님은, 잠깐의 시간동안 자리를 비우셔야 했다. 그리고 그 잠깐 동안에는 ‘우리의 서선영 변호사님’께서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결정(위헌결정이 아닌)의 불합리함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논리였다. ‘쉬는 시간조차 값진 교육’이었던 것이다! ^^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신 박변호사님은, 공익법조인의 유형에 대해 ‘공익활동의 강도’에 따라 분류한 네 가지 모델로 이야기해주셨다. 가장 높은 강도의 ‘단체 내의 상근’에서부터 가장 약한 정도인 ‘로펌과 공익활동의 병행’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유형들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나는 마치 내가 이미 공익법조인의 프레임을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서 박변호사님은 “개개인이 법조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는 설명과 더불어, “자신이 택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모델을 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자신이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강조하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물음은, 최근 들어 다소 방향성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진 나의 모습을 반성해볼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박변호사님은, 스스로 생각하시는 ‘변호사의 덕목’으로 ‘체력(건강), 끈기, 세밀함과 치밀함, 인격, 건전한 사회 상식’의 5가지를 말씀해주셨다. 또한 ‘변호사가 되어 느끼는 보람’이나 ‘민변(공익)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의외의 즐거움’, 특히 후자가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되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말씀이 끝난 후에 이어진 질문 시간에서도, 지식과 정보에 목마른 우리 인턴들의 요구에 너무나도 친절히 부응해주셨으니, 박변호사님은 멋진 외모만큼이나 훌륭한 매너의 소유자이신 것 같다. 교육이 끝날 무렵에는 시계가 이미 저녁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었지만, 피곤함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을 듣고 나서 생기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과 나눔’, 그리고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민변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많은 공익법조인들은, 지금 이 두 가지의 실천에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유독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어느 소설의 한 대목이 전하는 것처럼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얼룩말의 검은 줄과 흰 줄처럼 반복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슬픈 일이 생겼다고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하면 뭣 할까.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끈끈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기에, 세상은 좀 더 밝고 따뜻해지는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그 중심에 서계시는 박주민 변호사님께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 글/ 국제연대위원회 김정화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