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생 민변 실무수습 후기 모음

2010-01-29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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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1월 한달동안 민변에는 전국 로스쿨에서 실무수습을 나온 로스쿨 학생들로 생기를 띄었다. 길지 않는 2주의 기간동안 그들은 무엇을 얻고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민변에서의 경험이 향후 훌륭한 법률가가 되기 위한 좋은 거름이 되길 기원해본다. 아래의 글은 후기 로스쿨 실무수습학생들중 민변 사무처에서 활동했던 3인의 후기들을 모은 글이다. – 홍보팀


민변 실무수습기 –  정다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민변은 멀티플레이어들의 올림픽이다. 민변 사무처의 상근변호사님들, 간사님들뿐만 아니라 민변 소속의 변호사님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다양한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 모습을 가장 가깝게 지켜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민변 사무처이다.
 민변의 세부적인 역사는 모른다 하더라도 민변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80년대의 굵직한 시국사건들을 변호하며 민변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왔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축을 차지해온 민변이기에, 서초동 민변 사무처에 첫 출근하던 날 나의 기대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웬 말인가! 3명의 상근변호사와 5명의 간사가 그 많은 사건들과 일들을 처리해왔다는 말인가! PD수첩 판결이 나던 날도 방송국 및 언론매체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사무처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인 모습들을 지켜보며 이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라고 느꼈다.  


사무처뿐만 아니라 각 위원회에 속한 변호사님들의 활동 역시 놀라웠다. 권영국 변호사님이 쌍용자동차 노조원의 불법연행에 항의하다 오히려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많은 변호사님들이 그 사건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하여 평택지법에까지 한달음에 달려오시는 모습은 나에겐 실로 새로운 감동이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달란트를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아낌없이 쓰게 하는 것인지는 아직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민변은 그 알 수 없는 무엇인가에 매료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어 왔고, 또 그렇게 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도변호사님이 주신 사건기록 등을 토대로 준비서면을 써보는 것, 매일 정해진 강의 및 기관방문을 통해 광범위한 인권분야를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무처에서 민변의 활동모습들을 체험하는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지적 자극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민변 사무처 실무수습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이제 로스쿨생도 민변에 가입할 수 있는 회원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민변 실무수습이 아닌 민변 회원으로서의 활동을 통해 지금의 이 열정을 이어가고 싶다.


실무수습 후기 2- 김영진

# 서초동 1555번지
다낡아 깃빠진 대빗을 머리에 쓴 해묵은 대나무가 하얀 너울, 빨간 너울 손짓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신원을 달래고 있는, 국유지 무단점유 간판을 문패삼은 무허가 판자집. 그 바로 곁에 복내린 빠알간 중국집을 방석삼아 민변은 앉아 있었다. 접신한 어떤 보살님의 태고적 한풀이와 입신한 어떤 변호사님들의 법률적 분투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 곳은 묘한 동질감을 자아내며 12명의 이방인들을 반겼다.

# 첫만남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갑자기 취소된 용산사건 재판 방청의 아쉬움도 잠시. 사무총장님의 환영사와 함께 2주간 일정이 시작되었다. 류제성 변호사님의 차분하고도 꼼꼼한 일정안내 후, 특강에 이어 푸짐한 삼겹살로 첫날은 저물었다. 둘째날부터 각기 흩어져 배정된 곳으로 이동. 사무처 4명은 기록 4건을 받고 검토 시작. 점심식사후 교대 운동장을 산책하며 나눴던 송상교 변호사님과의 대화는 유쾌했다.


# 특강
첫날, 예의 그 달변으로 “인권변호사의 역할”을 풀어내신 김남근 변호사님의 특강을 시작으로, 이후 해박한 지식의 장영석 변호사님의 국제인권 특강, 피해증거와 손해산정의 중요성을 현장감있게 풀어주신 조성오 변호사님의 환경 특강, 노동관계소송의 유형과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신 강문대 변호사님의 노동 특강이 이어졌다.


# 기관 방문
창덕궁 옆에 호젓이 자리한 공감. 황필규 변호사님의 수줍은 카리스마는 여전했고, 사방유리 회의실은 후끈했다. 충정로역 버스정류장 앞 구멍가게를 지나 진보넷을 찾아간 날은 우리의 암울한 정보인권 현실을 반영하듯 잿빛 하늘에 진눈깨비가 날렸다. 참여연대 방문은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 재판 방청
첫째 주 목요일, 미리 기록을 읽어본 권영국 변호사님 관련 재판 방청차 우리는 평택지원으로 향했고 손수 운전하신 김진국 변호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첫 기일은 주로 증거에 관한 것으로 큰 쟁점은 없었으나 조용한 지원에 많은 변호인과 방청객이 어색했을 것임에도 단호하고도 정확하게 사건들을 처리하는 판사님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어 금요일에는 자칭타칭 국정원 공인 인권변호사 장경욱 변호사님의 용산사건관련 재판 방청이 있었는데, 끝나고 저녁자리에서 풀어놓으신 무용담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기록검토 및 서면 작성
PD수첩사건, 박원순 사건, 민간인학살 손배사건,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사건 등을 받았으며 검토후 준비서면 등을 함께 쓰는 것으로 했다. 실무의 의미가 진정 어떤 것인지 아는 기회가 되었다.


# Special
노동위 수요모임은 메뉴 압박에 굴하지 않는 기개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실무수습 학생들에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 結
백문이불여일견, 초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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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수습 후기 3_김태우님



2010. 1. 18. 오후 2시 민변 사무실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째 날의 공식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첫째 날은 실무수습생들 각자의 소개와 인사로 일정을 시작하였는데, 다들 공익단체에서 이미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고 관심도 대단한 듯 보였습니다. 민변 등 공익단체들에 대해 추상적인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각자의 소개가 끝나고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변호사의 역할”에 대한 김남근 변호사님의 특강과 환영회식이 이어졌습니다. 민변에 계신 변호사님들과 상근 간사님들은 처음 보는 저희들을 참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출근하니 지도 변호사님께서 흥미진진한 과제 3건을 나눠주셨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접하던 사건기록을 제 손에 직접 받아 드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제 손으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준비서면 및 상고이유서를 쓴다는 것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문경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사건에서는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 있다는 확고한 판례가 있었기에 이를 반대하기 위한 논리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사무처에 근무하는 실무수습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각자의 의견을 들으며 토론을 해봄으로써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많이 수정할 수 있었고 다른 좋은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토론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실무수습기간 내 이루어진 특강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 변호사님들이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강의을 해주시는 것은 교과서를 하루종일 들여다 보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순간들 이었습니다. 특히 환경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전혀 없고 크게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성오 변호사님의 특강을 기회로 하여 앞으로 많은 관심과 공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각종 공익인권단체들에의 방문을 통해 우리 사회에는 훌륭한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소위 사회가 말하는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바라보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얼굴은 참으로 밝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앞으로 내가 저분들처럼 밝고 행복한 얼굴로 내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각종 공익 단체에서 만나뵙게 된 분들의 행복한 얼굴은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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