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조중동 광고불매 사건

2010-01-14 163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조중동 광고불매 사건

변론팀 윤여형 인턴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1966년 3월 미시시피주 클레이본 카운티의 흑인시민들은 백인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인종평등과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상세한 요구를 담은 목록을 제출하였다. 만족스런 답변을 얻지 못한 흑인들은 미국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지역 회합에서 그 지역의 백인 상인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의결하였다. NAACP클레이본 카운티 지부에서는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피케팅이나 행진을 하였고 그중 일부는 폭력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였다. 위협, 협박, 사회적 배척, 비방등의 방법이 목적의 달성을 위해 사용되었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인 소유의 사업체 인근에 감시인들을 배치하는 것이었다. 1969년 10월 31일, 백인상인들중 일부가 주 법원에 불매운동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과 장래의 불매운동 금지명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정치적 불매운동’을 헌법상 표현의 자유 및 정치활동의 자유에 근거하여 폭력적이지 않은 불매운동은 헌법상 보호되고, 배상책임은 폭력수단의 사용으로 발생한 부분에 한하며, 불매운동으로 인한 부분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작년 12월 21일 항소심 공판에서 언소주 카페를 주축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던 일부 시민들이 업무방해죄 등의 죄목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의 미국의 사례와 언소주의 사례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닐 것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2차 불매운동이란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두 사례에 나타난 불매운동의 경위와 법원의 판단들을 살펴보고 비교해봄으로써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와 소비자의 권리(헌법 제124조)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왜곡보도언론과 광고주 불매운동


  2003. 12. 29 조선일보에는 ‘뭘 믿고 고기 먹으라나’ 라는 제목하에 ‘미국발 광우병으로 인한 육류공포증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한가해 보인다’며 99.99%가 안전하더라도 나머지 0.01%의 위험관리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4년후 2007년,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우려를 걱정하던 여론에 부응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위험에 대해 보도하였다. ‘광우병 괴담’이라고 하면서. 2000년대 초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위험성 문제를 지적하던 중앙, 동아일보의 태도변화도 조선일보와 다르지 않았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이하 조중동)의 이런 까닭없는(?) 변덕스러움은 일일이 헤아려보려면 수도없이 많고 그 역사도 오래되었으므로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이하 언소주)의 소비자운동의 직접적인 단초가 되었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보도사례 하나만 들고 넘어가기로 한다. 사실 언소주의 불매운동 이전에도 조중동을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에 대응하는 인터넷상의 수많은 모임들이 존재하여 왔고 언소주도 그러한 맥락에서 개설된 인터넷상의 커뮤니티이다. ‘언소주’라는 카페를 중심으로 인터넷상의 시민들은 조중동에 대한 효과적인 압박수단으로서 광고주 불매운동을 수행하였고, 불매운동은 주로 전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항의와 불매의사의 고지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의 기소이유


수많은 시민들이 불매운동에 참여하였지만 검찰은 게시판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24인을 기소하였다. 그 중 21인에 대해 위력에의한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를 적용하였는데 그 논지는 이러하다. ①카페 운영진을 포함한 피고인들은 광고주리스트를 작성, 게시하여 광고중단압박을 실시할 것을 선동하고 그 회원들은 게시글을 보고 광고주 압박행위를 공모하였다는 것. ②광고주에 100여통의 항의전화를 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불가능하게 하고, 피해자의 홈페이지에 광고중단압박을 가하는 내용의 항의글을 100여개 게재하는 등 위력으로 총9개 업체의 업무를 방해하였고, 그 세를 바탕으로 189개 광고주들로 하여금 조중동의 광고를 중단, 취소케 하여 조중동의 광고영업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검찰 기소의 정당성


이러한 형태의 불매운동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MBC PD수첩의 황우석사태 당시에도 행해졌고, 덕분에 PD수첩은 광고하나 없이 방송된 바 있다. 그런데 유독 조중동의 광고주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 언소주에 대해 엄중처벌하겠다는 것이 검찰이 보인 태도였다. 광고주회사들의 고소없이 자진해서 수사에 나선 것은 검찰의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태도가 정부와 거대언론의 여론통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세간의 비난과 의심은 전혀 근거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검찰에 기소권을 독점케 하고, 검찰의 재량에 따라 기소권이 주어진 현행 형사소송법의 취지는 검찰 마음대로 기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과 보편성을 갖는 기소권을 행사하라는 취지임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범죄가 성립함을 불문하고 기소여부에 정치적 이익에 대한고려가 있으면 그것은 기소권의 부당한 행사인 것이다. 기소권이 부당히 행사되는 경우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기도 하다.


변호인측은 이러한 점을 들어 검찰의 기소가 정략적 고려의 산물로서 형평성을 잃은 공소제기임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PD수첩당시의 상황과 이 사건이 같다고 볼 자료가 없고”, “공소제기는 검사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하게 되어있는 것이므로” 공소제기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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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_프레시안]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


 변호인측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계속 광고를 싣는 경우 불매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광고중단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것으로서 광고주 기업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권세를 갖고 압박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상 그러한 행위들을 ‘위력’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변호인측 의견에 대해 “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고 정의하고, “사전모의에 의한 집단적인 전화걸기를 넘어 집단적인 전화걸기를 통한 세의 과시, 광고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은 겁박, 전화걸기 그 자체를 수단으로 하여 그 전화에 일일의 응대하도록 하거나 다른 고객과의 전화통화가 불통되도록 하는 등의 집단 괴롭히기 양상으로까지 일부 진행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하여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기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란 것이 소비자대중의 호응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관철할 정도로 효과를 발휘하여 상품판매자 또는 생산자를 압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형법상 ‘위력’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해석한다면 불매운동은 애초부터 ‘위력’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어서 헌법상 보호되는 소비자운동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되는 이율배반이 생긴다. 따라서 그 개념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소비자운동규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2심법원은 이와 같은 취지의 변호인측 주장에 대해 “2차 불매운동의 경우 불매운동을 당하는 기업이 책임 없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으므로 폭넓게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하는데에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집단적 전화걸기등의 행위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사에 대한 불매운동은 직접적 불매운동 보다는 2차 불매운동이라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고, 이러한 해석대로라면 2차 불매운동의 허용범위는 상당히 좁아지게 되어 언론사에 대한 소비자운동은 상당부분 제한되는 것이어서 그 타당성이 심히 의심스럽다.

정당한 소비자운동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에 관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어야 한다. 예컨대 A가 폭행 또는 상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B의 공격에 대한 정당방위로서 한 행위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형법은 제20조에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포괄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러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문제되었다.


변호인측은 “①피고인들이 조중동의 광고주에게 편파 언론에 대한 광고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의견이나 불만을 직접 표현하는 행위로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와 제 124조 소비자 보호 운동의 자유, 소비자기본법이 보장하는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에 해당하므로 헌법상 보호되는 범위내의 것으로서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②이러한 의견개진 행위는 사회적 영향이 큰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수단으로서 전화와 게시판 게시등 의사표현의 정상적인 수단에 의해 행해진 것이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 주장에 대해서는 “광고주들에게 그들의 의사를 전달 홍보하고, 설득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은 허용된다 할 것이나, 이를 넘어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항의활동을 집중함으로써 위 각 신문사와 체결한 광고계약을 취소하거나 광고계약을 더 이상 체결하지 않거나 광고횟수를 줄이는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면, 이는 상대방으로부터 자유로운 결정을 할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서 위법한 활동에 해당하고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리고 결사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서 법령이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맺는말


거대언론과 거대기업이 주도하는 사회시스템이 고착되어 갈수록 그러한 시스템에서 개인들은 사회를 주도하는 힘에 비해 파편화되고, 열세에 놓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소비자운동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지위는 수동적 성격을 가지지만, 소비자로서의 지위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고객은 왕”이라지 않는가. 이러한 능동적인 지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 소비자 운동이다. 헌법도 이러한 취지에서 소비자운동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언소주 사건은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라는 가치와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보호라는 가치 중 어떤 것을 우선할 것인가의 문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차적 불매운동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 것이라 하여 폭력의 행사라는 한계 내에서 한 행위들은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보았는데 이는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라는 가치보다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보호운동이라는 가치를 중점에 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언소주 사건의 1심, 2심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와 소비자보호운동이라는 두 가지 이익을 저울질 하는데 있어서 소비자로서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의 보호의 헌법적, 사회적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했는가를 묻는다면 아마도 ‘아니’라고 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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