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박영선의원실 공동토론회 후기]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 등 현대적 매체에 의한 통신의 비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2009-07-29 182

 [민변,참여연대,박영선의원실 공동토론회 후기]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 등 현대적 매체에 의한 통신의 비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글_사법위원회 인턴 김현기


최근 수사기관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의 7년치, 주경복 서울시교육감 후보 관련 100여명의 7년치, YTN노조원 20명의 이메일도 9개월치가 압수수색 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메일 압수수색은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당사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국민 모두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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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것을 단지 정치적 탄압의 문제만으로 볼 것은 아니다. 물론 일련의 사태가 현정부에 반대하는 어떤 특정 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은 관련 입법이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은 허점을 수사기관이 악용하면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문제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이다. 토론이 시작되기 전 박영선 의원이 모두 발언을 통해 본인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개정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한 바는 같은 맥락에서 정확한 진단이다. 요지는 ‘자신의 보좌관이 자신도 모르게 이메일을 압수수색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놀래서 관련법을 살펴보다 입법의 공백을 발견하고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권력이 아무리 독재와 폭압을 꿈꾸더라도 제도적으로 그러한 잘못된 획책을 무산시킬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선진 민주사회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토론회는 입법을 통해 고삐 풀린 독재 권력의 폭압을 제어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지혜를 모아보는 장이었다. 김종률, 박지원의원, 우윤근, 유선호 의원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참석한 가운데 시작한 토론회는 김남준 변호사의 진행으로 2시간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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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신 교수는 발제를 통해 박영선, 이종걸, 이학재, 이정현 의원의 형소법, 통비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을 모두 아우르며 폭넓고 구체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의원들의 각종 개정안에 대한 의견 뿐만 아니라 관련하여 직접 개정안을 제시하는 등 열정적으로 토론회에 임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류제성 변호사는 ‘송수신이 완료된 이메일을 전기통신의 범위에 포함하는 통비법 개정안’과 ‘영장발부 요건을 강화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하였다. (두 발제자의 발제 내용은 발제문을 파일로 첨부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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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의 발제가 끝나고 토론자로 참석한 MBC PD수첩의 이춘근PD가 발언 기회를 가졌다. ‘현정권은 IT산업을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20년 가까이 한국의 온라인 인프라에 몸담아 왔는데 이제 이메일이고 블로그고 한국의 인프라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인들이 사이버망명 중입니다.’ 며 운을 뗀 이PD는 PD수첩 제작진으로서 당했던 이메일 압수수색의 과정과 문제점들을 구구절절 생생하게 증언했다. 잠시 이PD의 발언 내용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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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7년치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어 황당했습니다. 검찰 뿐만 아니라 이메일 계정 업체에서도 압수수색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법적근거를 이유로 말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압수수색물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특정적으로 통보해 주면서 이메일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한 부당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기소됐던 내용 이외의 것들도 압수수색당함으로써 개인적 양심, 자존감 등과 관련한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에 제출, 공개하지 않는 방송 관련 원본자료마저 이메일을 통해 압수된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검찰이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 중 적개심이란 표현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불의에 대한 적개심을 통해 발전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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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PD의 발언이 끝나고 사회를 맡은 김남준 변호사가 했던 진행발언에 심히 공감한다.
‘와 닿습니다. 앞서 두분 발제는 약간 어렵다고나 할까요? 구체적인 방안 검토였다면, 이PD의 말씀은 왜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런 자리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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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동석 교수의 발언이 있었다.
‘무기 대등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국가기관이 수사를 위해 필요로 하는 만큼 이로인한 부당한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는 없을까요? 절대적 보호 대상을 입법화 할 수 없을까요? 그러한 대상에 대한 침해을 통해서만 법질서, 수사, 정의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니잖습니까? 다른 입법례가 없다고 우리가 못할 것 있나요? 우리 사회는 지금 인권보다 안보, 멸사봉공, 행정편의 등 법률가치체계가 편향되어 있습니다. 편향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반대쪽으로 어느정도 편향될 필요도 있는 것이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적 평등이나 균형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보보다 인권. 멸공봉사 등 편향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영장주의를 너무 신봉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지금 검찰, 법원에 대한 통제까지도 고려해야할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사안을 큰 틀에서, 약간은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말씀해주셔서 흥미로웠다. 무기 대등의 원칙을 언급하신 부분에서는 최근 용산참사와 관련해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담당 부장검사의 언론 인터뷰가 문득 떠올라서 잠시 쓴웃음이 났다. ‘무기 대등의 원칙’, ‘무기 각자 개발의 원칙’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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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토론자 순서로 박주민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기술적 변화로 인해 내심의 의사가 제3자에게 보관되게 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내심의 의사가 공개되는 것을 제한해야 하는 입법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통신‘이란 형태의 통비법 개정보다는 형소법 개정의 압수수색 요건 강화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적부심도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내심의 의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요건을 체포요건 정도로 강화해야 할 것이고요. 발부된 영장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생각해 봤습니다. 또한 압수수색 사실을 본인에게 즉시 통지하게 함으로써 사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생각해 봄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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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영선 의원

이후로 몇차례 자유토론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토론회는 마무리 되었다.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IT강국이라 자부해왔고 여전히 이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10년의 민주정부 아래에서 우리 사회는 인권,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을 통해 IT강국이라는 입지를 쌓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공간을 통해 생각과 표현의 다양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이 IT강국의 원동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허술하기 짝이 없게 방치되어온 관련 입법의 부실함 속에서, 민주 정권이 무너지고 독재정권이 들어서자 그 부실함은 오히려 정적에 대한 탄압, 국민의 기본적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오늘과 같은 입법 시스템에 대한 부단한 고민과 노력을 통해, 더 이상 문명의 이기가 독재의 병기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내고 다시금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갈 훌륭한 동력이 될 수 있게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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