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생태산행, 곰배령을 다녀와서…
글_김선수 변호사
서초동 출발(07:30) → 설피민국 주차장(14:00, 800m) → 강선리계곡 → 곰배령(15:50, 1104m) → 강선리계곡 → 설피민국 주차장(18:00) → 식당 ‘나무꾼과 선녀’(18:40) → 출발(20:00) → 귀가(24:20)
생태산행에의 초대 글
“지난 1월에 많은 회원들과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태백산 눈꽃 산행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그 때 야생화 산행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야생화가 한창일 4월이나 5월 초에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의치 못했습니다. 많은 회원들로부터 약속을 이행하라는 질책도 있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또한 7월의 회원친목행사의 일환으로 생태산행의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부 들어선 이후 민주주의의 후퇴가 고삐 풀린 듯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3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역사적 교훈이 두렵게 다가옵니다. 우리 모임이 할 일이 훨씬 많아졌고, 회원들은 더욱 바빠졌습니다. 최전선에 서길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할 일을 하는 중에도 원기를 충전할 기회를 가져보시지요. 몇 백 년을 한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고 우러르면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으시지요. 함박꽃나무, 층층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개쉬땅나무 등은 그 때까지 흰 꽃을 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지요.
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등 각종 나리들과 큰까치수염, 둥근이질풀, 동자꽃, 투구꽃, 박새 등 각종 여름 야생화들이 꽃을 달고 있는지 함께 찾아보시지요. 봄에 꽃을 피웠던 얼레지, 한계령풀, 풀솜대, 삿갓나물, 바람꽃, 피나물, 제비꽃 종류들은 꽃이 진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는지 알아보시지요.
나무와 풀과 꽃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아니,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아니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도 하루의 시간을 자연에 허여하심이 어떠신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우리의 산행을 풍부하게 해주실 전문가를 초대할 예정입니다. 산행 코스는 가능한 한 여유롭게 하고자 합니다. 점봉산(곰배령)을 예정하고 있는데 자녀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생태보존의 중요성도 같이 느껴보시지요.
자연이 부르는 유혹의 손짓에 온 몸을 맡겨보시지요. 무한한 희열과 원기를 얻을 것입니다.”
50명이 참가한 비교적 큰 규모의 행사
위와 같은 취지에 따라 생태산행이 추진되었다. 애초에는 5월초 봄꽃 산행을 하려고 했으나, 정기총회와 사회적 현안 때문에 뒤로 미뤄졌다. 아이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말고사 끝난 후 놀토로 날을 잡아야했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날이 7월 11일이다.
해설사 두 분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49명이 참여했다. 해설사는 우이령보존회에서 활동하시는 부부께서 함께 해주셨고(남편은 육순의 나이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시고, 아내는 퇴직하고 본격적인 야생화 해설을 배우셨다), 현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꽃님이 아버지께서도 동행해주셨다.
처음에는 더 많은 인원이 신청했었는데, 일부가 신청을 철회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아이들도 열 두세 명, 가족과 지인들도 참석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 막내이고, 내 또래가 가장 위이다.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떠난 둘째 아이를 제외하고 네 명 모두 오랜만에 같이 했다. 막내는 큰 오빠가 같이 갔기 때문에 따라나선 것으로 보인다.
버스 1대를 대절하고, 승용차 1대를 추가로 이용했다. 나중에 부부 회원이 승용차를 이용해서 현지에서 합류했다.
규모가 큰 행사를 추진하지나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허가를 받아야 입산할 수 있는 구역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루에 150명만 입산할 수 있다는 말도 있어, 만약의 경우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에 가는 것으로 대비책을 강구해 놓기도 했다.
날씨가 중요한 변수였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일단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리 험한 코스가 아니고 숲이 울창하므로 비가 웬만큼 온다고 하더라도 우산만 받으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요일에 많은 비가 왔고, 금요일과 토요일에 소강기를 거쳐 일요일부터 다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다행히 아침부터 산행을 마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올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사이를 피해 갔다고나 할까?
버스 탄 시간만 10시간 30분
원래 예상은 서초동에서 7시에 출발하여 11시경에는 산행을 시작하고, 늦어도 오후 5시까지는 식당에 도착하여 식사를 한 후 오후 6시에 출발하여 밤 10시경에는 서초동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조금 지체되면 30분이나 1시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았다.
식당은 앞 팀이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는 오후 5시부터 식사를 하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산행구간이 워낙 평탄하고 길이 좋기 때문에 산행시간은 충분하고, 좀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빨리 내려와서 단목령이나 너른이계곡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예상은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 방향으로 가면서 완전히 빗나갔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너무 많아 차가 전혀 진행을 하지 못했다. 우리와 같은 이유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팔당대교 넘어가는 것이 한 번 정체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전에 경험한 바 있다. 어렵게 팔당대교를 지났는데도 정체는 풀리지 않고 양평을 지날 때까지도 그런 정체가 계속되었다.
10시가 되어도 양평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휴게소에 들렀다.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산행 들머리인 설피민국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6시간을 차를 탄 것이니 예상보다 2시간이나 초과했다.
돌아올 때는 저녁 8시에 출발하였는데, 서초동에 12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양평과 올림픽대로에서 밀렸다. 차를 탄 시간만 10시간 30분이다. ‘좋은 것은 쉽게 보여주지 않는 법이어서 그만한 대가를 치룬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다 놀러 간 걸로 보아 우리가 날을 잘 잡은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점심과 막걸리 준비
점심으로는 산행 후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에 주먹밥을 주문해 놓은 터였다. 식당은 쇠나드리교를 지나 양양으로 넘어가는 조침령터널 바로 직전에 있는 ‘나무꾼과 선녀’라는 상호이다. 쇠나드리는 소가 날아갈 정도로바람이 센 지역이라는 뜻이다. 지역이 좁은 협곡을 지나 넓게 퍼져서 겨울에 바람이 세게 분다는 것이다. 승용차로 출발한 세 명은 팔당대교를 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서 광주를 지나 양평대교를 넘어 버스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다. 세 사람이 식당에 가서 주먹밥과 안주거리로 묵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상에서 마실 막걸리가 준비되지 못했다. 설피민국(가게)에서 사려고 했는데, 마침 주인이 집을 비웠다. 한참을 기다려도 주인이 오지 않아 결국 일행들을 먼저 출발시키고, 승용차로 왔던 두 사람과 함께 다시 승용차로 식당까지 나와 막걸리를 샀다.
우리가 신선이 된 강선리계곡
우리 세 명은 오후 2시 1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출발한 일행은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올라갔다.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왔던 고 변호사를 만나 같이 올랐다. 그런 와중에 나는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뒤에서 네 명이 올라가던 중 황 변호사가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접질렸다. 결국 황 변호사는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계곡에 있다가 식당으로 내려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에는 지난주에 왔을 때보다 물이 많았다. 시원한 물소리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이름도 강선(降仙)리계곡, 즉 신선이 내려온 계곡이다. 우리 모두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인 것이다.
한참을 가서 앞서 출발한 본대와 만났다. 해설을 하시는 세 분이 중간 중간에서 설명을 해주시면서 여유 있게 진행하였다. 지난주에 궁금했던 꽃들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도 있고,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역시 야생화의 세계는 만만치 않다.
하늘이 터지면서 도달한 천상화원
계곡을 타고 완만하게 오르니 힘들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일부 회원들은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막내는 큰 오빠 손을 꼭 잡고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다 왔다. 조금만 가면 숲이 터져 하늘이 나타나면서 환상적인 천상화원이 나타나니 힘을 내서 가자.”고 힘을 북돋웠다. 곰배령 정상을 1.3㎞ 남겨두고 안내팻말이 나온다.
얼마인가를 오르다 보면 하늘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가면 계곡이 끝나고 급경사가 시작하는 지점이 나온다. 하늘이 열리기 전 마지막 가파름이다. 치고 오르면 힘들 만하기 전에 하늘이 뻥 뚫린다. 그리고는 대형 운동장 몇 개 넓이의 평원이 나타난다. 호랑이코빼기봉과 작은점봉산 사이의 곰배령이다. 오후 4시 가량 되었다.
곰배령 정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곰배령이라는 명칭은 뒤로 드러누운 곰의 배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붙었다는 설명도 있고, 농기구인 곰배를 닮은 언덕이라 붙었다는 설명도 있다. 앞의 설명이 더 쉽게 들어온다. 일정한 구간만 나무가 없고 초본군락을 이루고 있고, 그 위로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훼손되었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골바람이 워낙 세어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초본군락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한다는 설명이다.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씩 돌렸다. 막걸리를 승용차 타고 나가서 사오고 또 정상까지 무겁게 짊어지고 올라온 것은 바로 정상에서 한 잔 하는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정상에서 30여 분 정도 구경하고 단체로 사진도 촬영했다. 우리 가족 네 명도 기념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지나치게 여유 있는 하산
내려올 때도 여유 있게 내려왔다. 해설을 맡으신 세 분과 생물선생님인 장 변호사의 부인 등은 야생화에 관한 깊은 대화를 나누며 내려왔다.
나는 가능한 한 맨 뒤에서 한 마디라도 더 주워들으면서 내려왔다. 그렇게 내려오니 주차장에 6시 넘어서 도착했다.
나무들
해설을 해주시기로 한 여성분께서는 많은 준비를 해오셨다. 일명 학자수로 불리는 회화나무 열매로 노란 물을 들인 손수건을 10장 준비해 와서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가래열매를 직접 가지고 와서 보여주기도 했다.
설명을 듣거나 눈길을 잡은 나무로는 곰배령 바로 직전에 한두 그루 서 있던 가래나무, 잎이 꽤 크고 날개를 편 박쥐를 닮았으며 땅을 향해 꽃을 달고 있던 박쥐나무, 잎이 박쥐나무와 비슷하게 큰 갈잎작은키나무인 산겨릅나무, 곰배령 정상 가까이에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던 딱총나무, 지난주에 하얀 꽃을 피웠고 아직까지도 만개한 꽃을 달고 있던 개회나무, 산행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키나무인 말발도리와 물참대, 곰배령 올라가는 중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잣나무, 매끈한 수피의 거제수나무 등등.
물참대
곰배령 정상부근의 가래나무
또 갖가지 형태로 눈길을 잡는 나무들도 있다. 이동하지 못하고 한 자리를 지키면서 살자니 형태를 비꼬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생에의 집념 앞에서 조그만 어려움에도 좌절하는 인간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주차장 가에 커다란 나무가 웅장한 자태로 딱 버티고 서 있다. 껍질이 갈라지는 것으로 보아 배나무 종류인가? 내려오는 우리에게 자연 속에서 겸손을 제대로 배웠는지 시험하는 것 같았다. 산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야생화들
지난주에 만났던 꽃들을 다시 만났다. 설피민국 물가에서 분홍색 꽃을 달고 있던 석잠풀, 산행로 초입에서 딱 한 송이 만난 초롱꽃, 꽃이 노루오줌냄새를 내는 노루오줌, 해설사가 어렵사리 찾아서 보여준 애기앉은부채, 곰배령 정상에서 노란 꽃을 피운 기린초와 미나리아재비, 가는 줄기가 매끈한 꿩의 다리를 닮고 흰꽃을 피운 꿩의다리, 대표적인 여름 야생화로서 곰배령 정상에 자리 잡은 둥근이질풀과 동자꽃 등등. 조금만 더 지나면 곰배령 정상 평원이 둥근이질풀과 동자꽃으로 덮힐 것이다. 말나리와 하늘말나리는 꽃봉오리를 달고 있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는 않고 있었다. 투구꽃은 꽃망울조차 맺지 않아 8월 중순 이후에야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에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던 풀과 야생화 이름을 많이 해결했다. 마디가 있는 한 줄기 풀로 군락을 이룬 속새, 꿩의다리처럼 줄기와 가지 끝에 자잘한 흰 꽃이 촘촘히 달렸으나 잎이 전혀 다른 터리풀, 노란 꽃을 달고 있기도 하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기도 한 물양지꽃, 짝수깃꼴겹잎에 나비 모양의 홍자색 꽃을 피운 콩과 야생화인 광릉갈퀴, 한 줄기 꽃대에 솔 모양의 연분홍색 꽃을 달고 있는 범꼬리, 꽃잎이 다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는 요강나물 등.
둥근이질풀
물양지꽃
새로 만난 야생화들로는 계곡 물가 바위 위에 아주 작은 키의 노란 꽃을 피운 바위채송화, 해설하시는 분이 들뜬 목소리로 소개한 연령초, 곰배령 정상에 자리 잡고 있던 부추의 원조 산부추, 내려오는 길에 해설사 한 분이 물가 바위에서 흰 꽃을 피운 한송이를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었던 구실바위취,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꿀풀과의 산박하와 유사하지만 구분해야 하는 오리방풀, 지난주에 개당귀로 알았던 개구릿대(확인해보니 개구릿대와 개당귀는 같은 것이고 지리강활, 남강활이라고도 한다), 식당 주변에서 만난 왕고들빼기 등. 개구릿대는 궁궁이 등 산형과의 야생화들은 서로 비슷해서 전문가들도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했다.
오늘의 꽃으로는 구실바위취를 꼽고 싶다. 꽃줄기 하나가 위로 솟았고, 그 끝에 솔 모양의 흰 꽃을 달고 있다. 바닥에 있는 잎은 잎자루가 길고 잎몸은 신장형으로 연한 자줏빛이 있으며, 잎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다. 단아하고 청초한 멋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산채비빔밥에 막걸리와 소맥으로 피로를
이런 많은 나무와 야생화들을 보면서 산행을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식당에 5시까지 가는 것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6시가 넘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식당에서는 6시와 7시 단체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와 홀 안에서 먹을 수 없고, 밖에 있는 평상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연락이 왔다. 상이 없으니 평상 위에 밥과 반찬을 놓고 먹어야 하는데, 그래도 좋으냐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처지여서 그냥 그 식당으로 갔다. 20분 내지 30분 기다려서 홀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상을 닦고 반찬을 나르는 등 일을 도와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산채비빔밥에 막걸리와 소맥 한 잔씩으로 피로를 풀었다. 점심이 부실해서 그런지 다들 비빔밥을 깨끗하게 비웠고, 밥이 부족해서 닭죽을 추가로 먹었다. 밥을 조금 먹기로 유명한 막내딸조차도 산채비빔밥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숙제를 안고
언제나 나무와 풀과 꽃을 좀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우리의 산행을 위해 참았다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차 안에서 잠시 ‘성과주의(成果主義)’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다들 잠에 취했다. 밤이 늦었는데도 양평과 올림픽대로 등에서는 밀렸다. 그렇게 해서 서울에 도착하니 12시 30분경이 되었다.
황 변호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곰배령 정상을 밟았다. 헤어지기 전에 일행들에게 이번 산행을 마무리하는 발언을 했다. “예상보다 많이 밀려서 2시간 정도 초과되었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지요? 여러분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곰배령의 넓은 천상화원에 몸을 맡겨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월 중 지리산 둘레길과 11월 초 단풍 산행을 기약했다. 아마도 지리산 둘레길은 전체 행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단풍산행은 전체 행사로 기획해도 좋을 것 같다.
곰배령에서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