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유엔특별절차 진정서를 제출하며

2013-10-01 457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유엔특별절차 진정서를 제출하며

 

국제연대위 이동화 간사

 

지난 민변뉴스레터(2013. 5. 2.자, http://minbyun.or.kr/?p=14341) 를 통해서 국제연대위에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사례를 유엔 특별절차(UN Special Procedures) 기구에 진정하기로 하였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이 사안을 접한 후 약 7개월이 흐른 지난 2013. 9. 25. 민변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와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진정 기자회견을 하며 유엔에 진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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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특별절차’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의 대표적인 인권구제 메커니즘으로 특정국가의 인권상황을 다루는 국가별 절차와 특정한 인권문제나 침해유형을 다루기 위한 주제별 절차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번 진정은 주제별 절차내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위험물질 또는 유해폐기물 특별보고관’ 그리고 ‘건강권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한(Letter of Allegation)을 접수하며 진행하는데, 통상적으로 특별보고관에게 인권침해에 관한 정보가 접수가 되면 특별보고관측은 해당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사국에 서한을 보내 사실관계에 대한 정부 의견서를 요청하고, 사안에 따라 특별보고관 명의로 공개성명서(public statements)를 통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당사국의 시정을 촉구합니다.

 

이번 진정을 3곳의 특별보고관에게 제기한 이유는 삼성전자라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2013년 5월 기준으로 백혈병 및 각종 희귀성 질환과 암에 의해 제보된 사망자 건수만 70건, 발병 피해사례는 181건에 달하며, 피해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LCD 사업부, 휴대폰, 전기, SDI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피해자의 질병과 작업환경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의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및 산재인정에 필요한 정보들은 비공개 하면서 기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산재신청을 포기하고 인권시민단체와의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누려야 할 건강권을 침해하고, 위험물질과 유독성 폐기물의 관리와 처리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기에 ‘건강권 특별보고관’과 ‘위험물질 또는 유해폐기물 특별보고관’의 조사범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옹호활동도 침해하였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위로금 명목으로 산재신청 및 관련 행정소송 철회를 종용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 활동가들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행사 및 고소, 고발 등 사법처리로 인권옹호활동을 제약하였습니다. 이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업무범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번 진정에서의 가해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고용노동부와 관계기관인 근로복지공단, 그리고 경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와 관련 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유사한 희귀질병과 암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백 명 이상이 투병중임에도 사안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에는 시민단체와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된 후에야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은 시도하였으나 예방을 위한 지원이나 지도를 충분히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관련 안전성 평가 및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위험물질에 대한 안전 기준도 신속히 마련하지 않았고, 역학조사에 있어서도 삼성전자 측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존하며 조사의 과정과 결과 또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및 관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재신청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측에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과함으로 피해자들의 정당한 보상을 수년째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경찰은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단체의 활동가들이 집시법에 저촉을 받지 않는 1인 시위 중 삼성 측 경비에 의해 폭언, 폭행을 당해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반면 삼성측의 고소와 고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의 인권옹호활동을 위축시켰을뿐만 아니라 법집행의 형평성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민변은 진정서를 통해 삼성전자에게 모든 형태의 인권옹호 방해활동을 중단하고 관련 소송을 철회하며, 직업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현재 피해사실의 조사를 위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제3자의 조사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게는 위험물질 관리를 위한 입법적 제도적 조치와 함께 피해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규정 및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조치를 촉구하였고 마지막으로 유엔특별보고관측에는 사안의 심각함을 감안하여 해당 특별보고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공식방문조사를 요구하였습니다.

 

이제 공은 유엔과 한국 정부 측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민변은 유엔 측의 추후 사실관계 확인요청과 질의에 성실히 임하고, 계속적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며 추가정보(Additional letter)를 준비, 제출하며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와 삼성 측을 압박할 예정입니다. 이번 진정활동을 준비하면서 피해자 가족들과 피해지원단체 활동가들의 긴 시간동안의 노력과 활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엔의 진정만으로 피해자 가족들의 한과 억울함이 풀리고 그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한순간에 이루어질거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이번 진정이 사태의 진전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계속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

 

 

▶ 덧붙임: 유엔특별보고관(건강권, 위험물질, 인권옹호자) 진정서 국영문은 민변 홈페이지 http://minbyun.or.kr/?p=22690 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