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중구청의 위법행위
가. 대한문 앞 분향소 철거(행정대집행) 자체의 위법성
(1) 적법한 철거의 요건
행정대집행법은 “법률에 의하여 직접 명령되었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로서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를 의무자가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다른 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확보하기 곤란하고 또한 그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제2조)에 “상당한 이행기한을 정하여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아니할 때에는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미리 문서로써 계고하여야”(제3조 제1항)하고, “의무자가 전항의 계고를 받고 지정기한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당해 행정청은 대집행영장으로써 대집행을 할 시기, 대집행을 시키기 위하여 파견하는 집행책임자의 성명과 대집행에 요하는 비용의 개산에 의한 견적액을 의무자에게 통지하여야”(제3조 제2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분향소 철거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행정청인 중구청이 ①법률에 근거하여 적법한 철거명령을 하고, ②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경우에, ③계고와 영지통지 등의 적법절차를 거쳤어야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중구청의 분향소 철거는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않아 위법하다.
(2) 철거명령 자체의 위법성
먼저, 중구청은 도로법 제83조, 제45조에 근거하여 분향소에 대해 적법한 철거명령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규정에서는 ‘정당한 사유없이’ 분향소가 설치가 된 경우에만 철거명령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분향소가 설치된 천막은 적법한 집회신고에 따라 허용된 집회용품이고, 해당 장소는 집회 금지나 제한 조치 없이 경찰에 의해 집회가 허용되었다는 점에서 천막 설치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천막에 대한 중구청의 철거명령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
(3) 행정대집행법상 실체적 요건 미비
다음으로, 분향소가 설치된 천막이 철거되지 않을 경우 ‘심히 공익을 해할 우려’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번에 철거된 분향소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에 철거된 분향소가 설치된 천막은 1동에 불과하고 그 위치와 면적이 대한문 앞 인도의 일부분만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통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 나아가 범대위가 천막 2동을 사용하여 집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집회 신고에 대해 남대문경찰서가 통행인에게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금지통고처분을 하였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집회 신고에 따른 집회로 인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서울행정법원 2012. 11. 8. 선고 2012구합20915 판결)고 하면서 위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을 취소하였다. 이는 천막 2동을 설치하여 진행하는 집회의 경우(분향소 철거 당시에는 천막 1동에 불과) 일반인의 통행방해라는 공익을 심히 해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다. 오히려 중구청은 분향소 철거 후 같은 장소에 화단을 설치하였는데, 이는 검찰이 2013. 4. 8. 작성한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에 대한 구속의견서(이하 ‘구속의견서’)에 첨부된 자료 중 문화재청이 중구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공익 목적이 아닌 집회 원천 차단 목적으로 이번 분향소 철거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행정대집행법상 절차적 요건 미비
마지막으로, 분향소 철거를 위한 철거명령, 계고, 영장 통지가 없어 위법하다. 중구청이 과거 2012년 11월, 2013년 2월에 행한 철거명령 및 계고처분은 2013년 3월 3일 그 대상물인 천막이 방화로 소실되어 실효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새로 설치되어 이번에 철거된 천막에 대해서는 새로이 철거명령 및 계고, 대집행 영장 통지 등이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검찰은 구속의견서에서 계고절차를 밟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도로법 제65조의 행정대집행 특례규정에 따라 별도의 계고절차 없이도 분향소 철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도로를 불법점용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적법한 집회신고에 따라 정당하게 설치된 분향소 천막의 경우에 이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규정은 철거명령까지 생략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님에도(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214 판결, 부산지방법원 2009. 2. 18. 선고 2008고정3293 판결 등) 불구하고 수범자, 근거 법령 등 처분이유, 대상물건, 상당 기한을 명시한 서면에 의한 철거명령을 한 바가 전혀 없으므로 검찰의 주장대로 행정대집행 특례규정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철거임은 명백하다.
(5) 소결
결국 중구청의 이번 대한문 앞 분향소 철거는 법이 요구하는 적법한 철거명령, 심각한 공익 침해 우려, 계고와 대집행 영장 통지 등의 적법절차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아 위법한 공무집행임이 명백하다.
나. 철거 이후 화단설치의 위법성
(1) 전제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제2호 및 동법 시행규칙 제15조 제2항 제1호 가목에 의하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 그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건 화단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설치되어 있는바, i)시설물에 해당하고, ii)국가지정문화재인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현상변경허가절차(이하 “현상변경허가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2) 본건 화단의 시설물 해당여부
문화재보호법은 ‘시설물’의 정의 내지 판단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설물’의 개념이 여기에도 적용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시설물’이라 함은 어떤 목적을 위해 설비해 놓은 기계나 장치, 도구 등을 말한다.
한편, 문화재보호법은 제2조 제7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서 “건설공사”를 정의하면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수목을 식재하는 경우를 이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본건 화단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건설공사의 결과물로서 당연히 시설물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본건 화단의 경우 기존 현황을 변화시키지 않은 범위 내에서 나무를 식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에 흙이 없었던 바닥에 높이 약 20cm, 폭 6m, 길이 9m로 흙을 성토하고 그 주변을 두꺼운 로프를 이용하여 테두리를 만들어 그 안에 길이 40~50cm 정도의 나무들을 식재한 것이다. 이렇게 본건 화단은 인공적으로 유형의 물질을 설치한 것으로 고착성과 고정성까지도 인정될 수 있어 시설물로 봄에 어려움이 없다.
(3) 본건 화단이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본건 화단을 시설물이라고 하더라도, 현상변경허가의 대상이 되려면 국가지정문화재인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문화재의 경관이라 함은 단순히 문화재를 조망할 수 있는지를 넘어서 문화재의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화단이 통상적으로 가로의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화단을 설치하였다’는 것만을 가지고 바로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고, 본건 화단이 덕수궁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법률적 판단대상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전문가들의 판단영역이고 최종적으로는 문화재청장의 판단영역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문화재청장이 중구청을 상대로 현상변경허가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문화재청에서 본건 화단이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현상변경허가가 면제되는지
중구청은 문화재청장이 요청하여 본건 화단을 설치한 것이기에 현상변경허가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장의 본건 화단의 설치요청은 문화재보호법 제42조에 근거한 행정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명령 자체가 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면제시켜주는 것이 아니기에 행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현상변경허가대상 행위라면 허가를 받은 후에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행정명령의 이행이라고 하여 현상변경허가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중구청의 이 부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5) 소 결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본건 화단은 시설물에 해당한다. 그리고 본건 화단이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화적, 예술적, 역사적 평가를 통해 확정해야 하겠지만, 문화재청장이 중구청을 상대로 현상변경허가절차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문화재에 대한 최종적 판단기관이 ‘본건 화단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덕수궁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구청은 본건 화단에 대해 현상변경허가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문화재청장의 행정명령에 의한 것이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2. 남대문경찰서장의 위법성
가. 분향소 철거와 화단 설치에 항의하는 시민을 강제연행한 것은 불법체포
그럼에도 경찰은 오히려 분향소 철거와 화단 설치에 항의하는 시민과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공부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형법상 공무집행방해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분향소 철거와 화단 설치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님은 명백하고,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사용되지 않았음을 볼 때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오히려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하여 정당하게 항의를 제기한 집회 참가자 등을 체포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 또는 불법체포에 해당하여 경찰 자신이 현행범에 해당한다.
나. 분향소 철거와 화단 설치 등은 명백한 집회방해죄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정신적 기본권의 중핵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중 하나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그 제한이 법률로 가능하더라도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분향소 철거와 화단 설치, 그 과정에서의 불법체포 등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규정하는 집회방해죄에 해당한다. 천막을 활용한 집회에 대해 경찰이 집회금지통고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을 행정법원이 명백히 한 마당에 분향소가 설치된 천막을 철거한 행위나 그 장소에 집회 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의 화단을 설치한 행위, 나아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정당한 항의를 전개한 집회 참가자들을 불법체포한 일련의 모든 행위들은 헌법과 법률이 금지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범죄행위이다.
2013년 4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