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 견 서 ]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관한 의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서를 제출합니다.
1. 이번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의 내용
이번 양형기준 수정안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내용이 반영되어 있으며, 특히① [형종 및 형량의 기준]에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 및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상해/치상’에 대한 양형기준이 추가되고, ②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양형기준이 상향되는 한편, ③ 특별양형인자의 가중요소에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의 범행’을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수정안의 내용은 개정된 법률의 내용을 반영함과 동시에 기존 양형기준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양형기준 수정의 취지가 법원에서의 양형실무에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아래와 같이 의견을 드립니다.
2.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가중양형인자에 ‘친족관계인 사람의 범행인 경우’를 추가하여야 합니다.
장애인 대상 성폭력은 피해자가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인해 저항능력이 약하고 주변의 도움 없이는 신고가 어렵다는 특성으로 인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범행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적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돌보아주던 친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등이 무려 7년의 기간 동안 강간 및 강제추행의 성폭력을 가한 청주 지적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이 있습니다(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2009. 3. 19. 선고 2008노49 판결).
이번 양형기준 수정안에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의 범행’이 특별양형인자의 가중요소로 포함된 것 역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관계에 있는 사람이 범행을 한 경우 그 비난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인데,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범행을 한 경우에는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중요소에서 누락되어 있어 현실적인 공백이 있습니다.
가해자가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의 경우에는 성폭력특례법 제5조가 적용되어 양형기준의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및 ‘강제추행죄(13세 이상 대상)’의 유형 중 제2유형에 의한 양형기준이 적용될 수 있지만, 그 양형구간이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과 같거나 큰 차이가 없어서 ‘친족에 의한 범행’과 ‘장애인 대상 범행’이라는 두 가중요소가 함께 존재하는 경우 양형기준상 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의 범행’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에 ‘친족관계인 사람의 범행인 경우’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3. 가중적 양형인자 중 ‘윤간’을 ‘2명 이상이 합동하여 범행’으로 수정하여야 합니다.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장애인 또는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 현행 양형기준 및 수정안에 따르면 특수강간 및 특수강제추행(성폭력특례법 제4조)으로서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및 ‘강제추행죄(13세 이상 대상)’의 유형 중 제2유형에 의한 양형기준이 함께 적용될 수 있지만, 그 양형기준은 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보다는 오히려 낮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중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현행 양형기준 및 수정안에는 양형인자에 ‘윤간’이 포함되어 있는데, ‘윤간’의 의미가 양형기준상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으나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2명 이상의 간음(姦淫)’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2명 이상이 합동하였으나 한 명은 간음하지 않은 경우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추행 또는 강제유사성교만 한 경우 등은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윤간의 비난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간음’이 아닌 ‘2명 이상이 합동하여 범행을 한 점’에 있으며, 현행 법체계를 고려하여 보더라도 그와 같은 해석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현재 규정되어 있는 양형인자인 ‘윤간’을 ‘2명 이상이 합동하여 범행’으로 수정하고 추행범죄에 대해서도 가중인자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4. ‘처벌불원’의 정의를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수정안에서는 피해자가 합의(처벌불원)의 법적 의미를 잘 모르고 하는 경우 또는 가해자측의 강요 또는 기망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 등 처벌불원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처벌불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수정안의 내용은 바람직한 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수정안의 추가된 내용 중 사실상 강요 또는 기망 등에 의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여 감경적 양형인자로 고려하지 않거나,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처벌불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은 피해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친족 등에 해당하는 때’로 한정되어 있는바, 피해자가 성인이라도 사실상 강요, 기망 등에 의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당연히 이를 고려하지 않아야 하므로, 피해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성인인 피해자도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 처벌불원의 법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자의 의사표시가 진실한 것인지를 조사해야 하는 범위 역시 ‘미성년자, 장애인, 친족’ 피해자만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수정안에서의 처벌불원의 정의 중, 두 번째 단락 및 세 번째 단락에서 “피해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친족 등에 해당하는 때에” 부분을 삭제하고, 세 번째 단락의 나머지 부분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나이, 지능, 지적수준, 사회경험, 가해자와의 관계,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가지는 의미, 내용, 효과를 이해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 및 그러한 의사표시가 진실한 것인지 여부를 세밀하고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이에 해당되는 경우만을 포함한다.”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집행유예 참작사유 중 실형 권고 대상은 범죄별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형량기준상 감경구간의 하한이 3년 이상으로 규정된 범죄’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번 수정안에서는 ‘13세 미만 대상 강간, 강제유사성교 또는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강간, 강도강간, 특수강도강제추행’의 죄를 실형 권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범죄들은 형량기준상 감경구간의 하한이 4년~6년으로 규정되어 있어 형량기준에 의하면 어차피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 수정안은 특별감경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감경인자가 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아서 형량범위의 특별 조정이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실형을 권고하는 대상범죄를 위와 같이 한정한 것에는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컨대, ‘특수강제추행으로 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감경구간의 하한이 5년이어서 강도강간의 감경구간 하한과 동일한데 수정안에는 후자의 경우만 실형을 권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서 집행유예/실형 여부의 판단에 대해 일관성 없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집행유예의 선고 기준을 고려하여 볼 때, 형량기준상 감경구간의 하한이 3년 이상인 경우에는 형량범위의 특별 조정을 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거나 형량기준의 최하한(3년)을 선고해야만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실형을 권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수정안과 같이 실형 권고 대상을 범죄별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형량기준상 감경구간의 하한이 3년 이상으로 규정된 범죄’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6.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의 제3유형에 위계․위력에 의한 유사성교(성폭력특례법 제6조 제6항이 누락되었습니다.
수정안 14페이지의 장애인(13세 이상) 대상 성범죄의 제3유형에 성폭력특례법 제6조 제6항이 적용되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계․위력으로 유사성교’한 유형이 누락되어 있으므로 보충되어야 합니다(14페이지 제2유형 및 18페이지 제4유형 참조).
7. ‘상해’에 대한 양형인자의 개념정의에 정신적 상해를 포함하여야 합니다.
(위 내용은 이번 수정안의 수정내용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기준을 수정하는 과정에 기존의 미비된 내용도 함께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의견을 개진하는 바입니다)
현행 양형기준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경미한 상해’와 ‘중한 상해’로 나누어 양형인자로 고려하고 있는데, 이때의 상해개념은 신체적 상해만을 전제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신과적 증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1항 소정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하급심 법원도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계, 편두통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10. 7. 16. 선고 2010고합85 판결). 또한, 최근에는 군대 내에서의 성폭력 피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국가보훈처가 공상으로 인정하여 피해자에 대해 국가유공자 7급 등록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있습니다(2011. 5. 13.자 동아일보 기사 등).
이처럼 성폭력 범죄로 인한 상해에는 정신적 상해도 포함된다는 것이 명백한데, 현행 양형기준에는 정신적 상해를 ‘경미한 상해’와 ‘중한 상해’로 나누는 기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므로, 이를 추가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