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의견서
1. 문제의 소재
고용노동부장관은 2010. 8. 5. 노동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이번 개정법률안’이라고 한다)을 입법예고하였는바, 개정이유로는 2010. 1.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고 한다) 개정으로 복수노조 설립규제가 폐지(2011. 7.)되고 사업장 단위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통한 교섭창구 단일화가 의무화되면서, 교섭대표 노동조합 결정 등 제도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분쟁해결 및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노동위원회에서 관장하도록 하였고 이에 노조법 개정에 따라 제기되는 각종 이의신청 및 구제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 기능을 보강하고, 고용노동부 출범에 맞추어 의무적 재심제로 인한 권리분쟁 해결지연 등 노동위원회 제동상의 문제점을 개선함과 동시에 신속․공정한 노사분쟁 해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의 사건처리 절차․체계를 개선하며, 현행법은 노동위원회에의 보고 또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경우 등에 있어 벌칙을 부과하고 있으나,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벌금형을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고,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고 복잡한 문장은 체계를 정리하여 간결하게 다듬음으로써 쉽게 읽고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언어생활에도 맞는 법률이 되게 하였다는 점이 골자이다.
아래에서는 위 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에 관하여 항목별로 검토하고자 한다.
2. 주요내용에 관한 검토
가. 중앙노동위원회에의 재심 신청기간 도과 후 당사자 선택에 의해 지방노동위원회 판정 등에 대해 직접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에 관하여(안 제26조, 제27조 관련)
현행 노동 분쟁의 해결절차는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 사실상 5심제 방식으로 돼 있어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학계나 실무계의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2010. 7. 28. ‘노사관계선진화포럼’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심판원, 조세심판원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의 노동위원회도 모두 단심구조’라며 ‘분쟁 당사자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할 때 직접 소송을 내지 못하고 중노위 재심을 거쳐야 해 신속한 권리구제가 제약받고 과도한 행정규제 탓에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면이 있고, 중노위에서 지노위의 초심판정이 유지되는 비율이 93%에 달하는 점에 비춰 중노위 재심이 반복적․중복적 심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노동위 심판절차를 원칙적으로 단심 구조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률안은 제26조에서 중노위의 재심권을 유지하면서 제27조에서 ‘재심신청이 없는 경우 당사자가 그 신청기간이 만료된 후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여 지노위 처분에 불복이 있을 경우 중노위를 거치지 않고 막바로 행정소송을 할 수 있게 한 점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노동사건을 따로 처리하는 ‘노동법원’을 설치하는 법원조직법 개정법률안이 상정된 이상 노동위원회는 중재나 조정, 화해 사건 처리를 담당하도록 하여 ‘노동법원’의 운영에 보조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노동법원’ 설치의 목적과 ‘노동위원회’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 노동위원회 위원장․노사단체의 추천과 노사단체의 교차배제에 의해 위촉대상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을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사단체의 의견을 들어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편(안 제6조 제4항)한 것에 관하여
노동위원회는 그 조직과 업무처리에 있어 노동부장관 등에 소속 또는 지휘명령을 받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적 전문기관이며, 노동분쟁에 관한 양 당사자의 대립적 구조를 갖추고 법률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하는 준사법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노위와 지노위의 공익위원의 추천과 위촉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아래의 두 가지 사항은 반드시 시정이 되어야 한다.
첫째, 노동분쟁과 노사관계에 관해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노동법, 노동경제, 노사관계 등을 전공한 교수, 노동관계법 전문 변호사 등이 추천 절차에서부터 배제되고 “노동관계에 전문성이 없거나 사용자단체에 편향적인 입장을 가진 자”들 위주로 추천․위촉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불문하고, 노동위원회 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노동위원회 업무를 저해하고 그 위상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다.
둘째,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공익위원 후보자에 대한 사용자단체의 배제의견으로 인해서 또는 중노위 위원장 및 지노위 위원장의 공정하지 못한 후보자 추천으로 인해 “공익위원의 구성에서 불균형”은 매우 심각하다. 중노위와 지노위에는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공익위원의 수보다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할 공익위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것은 노동위원회 제도의 설립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노사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가지고 노동분쟁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번 개정법률안 중 현재 문제되고 있는 공익위원 후보자에 대한 배제의견 방식을 폐지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의견만 청취하여 공익위원을 선임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렇게 하는 경우 공익위원 선정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 즉 공익위원 선정에 있어서 노동위 위원장이 노사단체의 의견을 들을 뿐 그 결정에 노사단체가 행사할 수 있는 협의·조정·절충 절차가 없어서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공익위원의 구성에서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으며, 위원장의 인사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익위원 위촉방식에 관해서는 노동위원회위원장·노동조합 및 사용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자중에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투표로 선출하였던 구법(2007. 7. 1. 법률 제82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규정으로 환원을 적극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제청 주체에 관한 현행법 제6조 제4항과 관련해서도, 고용노동부장관이 중노위 공익위원을 제청하게 하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독립적 지위와 맞지 않고 심판업무 종속의 우려도 있으므로, 중노위 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는 것으로 그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다. 노동위원회 의사결정의 효율화를 위해 전원회의 외에 공익위원전원으로 구성된 공익위원회의를 두어, 위원회 운영의 일상적인 사항, 중앙노동위원회의 지시권 등에 대해서는 공익위원회의에서 결정(안 제15조 제1항, 제2항 및 제3항)하도록 한 것에 관하여
이번 개정법률안은 해당 노동위원회의의 위원장, 상임위원 및 공익위원 전원으로 구성하고 노동위원회 운영 등에 있어서 일반적인 사항의 결정과 중노위가 지노위 또는 특별노동위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사무처리에 관한 기본방침 및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필요한 지시를 한 경우 그 지시와 관련된 사항을 처리하는 공익위원회의를 두도록 하였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노동분쟁해결기관으로서 노사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하여 노동분쟁사건을 공정하게 해결하고 노사 양 당사자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할 것인데, 노동위원회의 의사결정의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노사관계의 당사자인 노사가 빠진 채 공익위원만으로 구성된 공익위원회의에서 노동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과 중노위가 지시한 사항을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위원회의 위와 같은 애초의 설립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익위원회의를 따로 둘 필요가 없으므로 공익위원회의와 관련한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
라. 당사자간 사실관계에 대해 다툼이 없는 경우와 노조법 제29조의 2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사건에 대해서는 단독심판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확대하고, 화해의 활성화를 위해 차별시정사건 및 공정대표의무 위반 결정사건에 대해서도 화해제도를 적용하며 사건 심문 전에도 화해가 성립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안 제15조의2, 제16조의3)한 것에 관하여
노동분쟁사건은 어느 사건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으므로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데다가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더라도 법리 해석이나 검토에 있어서 결론이 다르게 날 수도 있으므로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는 경우 당사자의 이의가 없다는 이유로 단독심판을 허용한다면 공정성의 침해가 우려된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은 단순히 여러 노동조합 중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하나의 노동조합을 택일하는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어느 노동조합이 다수 근로자의 권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지 여러 사항을 참고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단독심판은 적정하지 않다.
마. 노동위원회의 보고, 서류제출 요구 또는 조사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 등에 부과한 벌금형을 과태료 부과로 완화(안 제33조 제2항)한 것에 관하여
현행법은 허위서류를 제출한 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노동위원회법 제31조), 위 규정은 노동위원회의 조사권에 강제력을 부여하고 그 조사의 내용에 허위가 없도록 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하여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권이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4. 7. 8. 선고 2003도6413 판결) 현행 처벌 규정을 단순한 행정 제재 조치에 불과한 과태료 규정으로 완화한다면(더구나 그 액수도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 노동위원회의 조사권과 구제명령은 유명무실화될 것이므로 노동위원회 제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행 처벌규정을 더 강화하여야 한다.
바. 심판, 차별, 조정사건의 임의적인 배정(지노위 기준)을 개선할 제도의 마련이 필요
노동위원회가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노동분쟁해결기관으로서 노사관계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려면, 제기되는 노동분쟁사건을 공정하게 배당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렇게 되어야 해당 당사자등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있고 노동위원회의 설립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중노위는 오래 전부터 접수되는 재심신청사건에 대해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참석하여 추첨을 통해 사건을 배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노위는 어떤 절차를 통해 사건을 배당하는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노위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사건의 성격과 내용을 파악하여 임의적으로 배당하여 사건 당사자 및 공익위원들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고 있다. 특히, 노동부 공무원 출신 또는 사용자단체에 치우친 입장을 가진 공익위원들이 중요한 사건을 담당하도록 처리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분쟁해결기관인 노동위원회의 설립취지를 훼손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운영방식이다. 따라서, 중노위와 지노위가 제기된 사건을 공정하게 배정하는 추첨절차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노동위원회법 또는 시행령 등에 마련하여 이에 따라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3. 결론
이번 개정법률안은 노조법의 교섭대표 노동조합 결정 등과 관련한 노동위원회의 운영사항을 정하면서 이와 더불어 노동위원회 사건처리절차 내지 공익위원 선정절차를 개선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위원회는 노동법원제도가 마련되는 이상 궁극적으로 심판절차는 폐지되어야 하고, 공익위원 선정에 있어서는 위원장의 재량을 축소하고 좀 더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8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