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견 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1807616, 원유철 의원 등 14인)에 대한 의견서
1. 序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국가공무원법 중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제65조 및 제66조, 그리고 노조 전임자의 휴직기간에 관한 제72조를 개정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원유철 의원 대표 발의, 이하 ‘개정안’이라고 함)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위 국가공무원법에 대응하는 지방공무원법 제57조, 제58조 및 제64조 개정안 포함)
2.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제65조 관련)
가. 가입이 금지되는 정치단체 규정(제1항)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정치 운동의 금지’라는 제목 하에 제1항에서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하고 제2항에서는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공무원의 가입이 금지되는 ‘정당이나 그밖에 정치단체’ 중 ‘정치단체’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에서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할 것을 표방한 단체’로 대체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치단체가 아닌 경우에도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특정 정당 내지 특정인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고, 공직선거법 상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까지 허용되고 있는데, 단체의 설립 목적, 조직의 규모나 형태 및 활동 내용을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선거에서 특정인을 지지․반대한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그 가입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공무원의 결사의 자유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입니다.
주지하다시피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는 모든 단체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해 오다가 2000년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계기로 2000. 2. 16. 개정 당시 동 조항 단서를 신설(법률 제6265호)하여 ① 노동조합 ② 후보자를 초청하여 대담·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단체에 한하여 선거운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입법방식을 채택하였고, 이후 2004. 3. 12. 개정 당시 동 조항을 전면개정(법률 제7189호)하여 현행과 같이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의 입법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현재는 공무원노동조합 등 현행 공직선거법 제87조 1항 각호에 해당하는 단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단체들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법 개정 과정은 다양화된 현대사회에서 단체 역시 중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 절차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도출되는 것을 통제만 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시대적 반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행법상 민간 노동조합들은 자유로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반면, 공무원노동조합, 교원노동조합은 선거운동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고, 한편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은 상급단체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결국 공무원노동조합, 교원노동조합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전국단위 상급단체에 가입은 할 수 있되, 부분적으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는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현대민주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회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많은 대외적인 활동들(계약체결, 물품거래, 사회단체 참가, 입법안 청원, 사회적 의제 제시, 문화행사, 각종 집회 등)을 수행하고 있고, 이러한 대외적인 활동들은 경제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 정치, 문화적 영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정안 제65조 제1항의 공무원 및 공무원단체의 가입이 금지되는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에서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할 것을 표방한 단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광범위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부분의 단체가 자유로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특히 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위 개념들은 사실상 대부분의 단체를 지칭하게 되고, 따라서 위 개정안은 공무원 및 공무원단체의 결사의 자유, 단결권을 사실상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고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배라고 할 것입니다.
나. 정치활동의 금지 영역을 선거 이외의 일상적인 영역까지 확대(제2항)
종전 제65조 제2항은 선거에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해 왔던 반면에 개정안 제65조 제2항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여 선거공간에서의 정치운동 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적 정치활동이 가능해졌음을 이유로 정치활동의 금지영역을 확대하여, 선거에서 뿐만 아니라 선거기간이 아닌 경우라도 특정인, 정당 또는 단체에 대한 지지, 반대의 서명운동(2호), 문서나 도화를 공공시설에 게시하는 것(3호), 가입, 후원 등 권유(5, 6호), 집회 및 시위 주도, 기획, 참가(7호)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구성요소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비록 선거운동 기간 중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에 한정하여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직무, 지위와도 상관없고 선거와도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이고 항상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개인의 기본권의 내용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됩니다.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부분의 단체가 자유로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특히 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1항 각 호, 즉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에서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단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할 것을 표방한 단체’의 어느 하나를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서명, 문서·도서 게시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그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위 개정안은 만약 특정단체가 선거운동을 표방하기라도 하면 그 선거운동과 무관하게 공무원 및 공무원단체가 그 특정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서명, 문서·도서 게시 행위를 하는 것까지도 금지하는 것이 되고 이는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개정안은 노조와의 마찰 등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고 선량한 공직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7호를 신설하여 ‘타인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기획하거나 주도하는 행위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까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데, 정치적 의사란 비단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집회나 시위 자체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공동의 의사표현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에 의할 경우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집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우월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 특히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 공무원단체까지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점
개정안은 위 제65조의 적용대상에 공무원 외에도 공무원단체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노사관계의 기준규범인 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을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무관계의 기준규범인 국가공무원법에서 사실상 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 가입을 금지시키겠다는 것으로서, 노사관계의 자율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과 관련하여 민주노총을 사실상 가입이 금지되는 단체에 포함시킴으로써 결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활동을 불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우회적인 규제 방식은 지나치게 편법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3. 집단행위 금지(제66조 관련)
개정안 제66조 제5항은 공무원 다수의 결집된 의사를 표시하여 공직 내 질서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다고 하면서 ‘집단ㆍ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의로 특정 정책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개정안 제66조 제5항 신설).
이미 현행법 제66조는 제1항에서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는 포괄적인 금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의 개념에 관하여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와 국가공무원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중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 축소해석 함이 상당하다고 하였습니다. (헌재 2005. 10. 27. 선고 2003헌바50 등 결정,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503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개정안의 내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한 어떠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예컨대 특정정책에 대한 공익목적의 비판,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등 내부 고발 등이 위축되고(집단․연명, 단체명의 사용금지), 특히 해당 정책이 공무원의 근로조건 등 공무원노조의 단체교섭 사항 및 조합 활동에 관한 것일 경우 정당한 노조활동까지 단속할 수 있게 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안 제66조 제5항은 정부가 2009. 11.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도입시킨 내용을 법으로 상향시켜 규정하겠다는 것인데, 위 복무규정 개정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이 ‘과잉금지의 원칙,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으므로 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4. 노조전임자의 휴직기간(제72조 관련)
개정안은 노조전임자의 휴직 기간을 3년으로 하되 재직 중 총 5년을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전임자의 휴직기간은 복무관계가 아닌 노사관계의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입니다. 이를 복무관계의 기본 규범인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율하겠다는 것은 공무원노사관계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5. 결론
개정안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 단체의 가입이 금지되는 단체의 개념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선거의 공정성이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공무원의 일체 정치적 의사표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미 현행법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ㆍ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의로 특정 정책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에 추가하여 일체의 정책비판을 불허하는 점에서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하여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개정안은 위 제65조의 적용대상에 공무원 외에도 공무원단체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사전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무원노사관계의 기준규범인 공무원노조법이 허용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의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는바, 노사관계의 자율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편법적인 규정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개정안과 같이 현행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힙니다.
2010년 4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