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09. 11. 13. 조진형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민변 의견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조진형 의원 대표발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법률검토 의견을 개진합니다.
1. 개정안 개요
개정안은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의 옥외집회시위의 금지시간을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규정하여 ①관할경찰서장의 조건부 집회허용에 대한 단서조항을 삭제함과 동시에 ②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집회 및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2. 개정안은 오후 10시 이후는 옥외집회와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결과, 오후 10시 이후에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목적의 행렬조차 불법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는 비상식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1) 시위는 “움직이는 집회”로서 집회와 시위는 실무상 동일한 기준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의견입니다. 그러나, 집시법 제 15조는 학문등의 목적을 가진 집회의 경우만 제6조부터 제12조 적용제외를 규정하고 있어 개정안에 의할 경우, 시위의 경우는 학문 등의 목적일 경우에도 오후 10시이후에는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결과, 그 위헌성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2) 집시법 제15조에 의하면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개정안 제10조에 의해 오후 10시이후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야간집회의 경우는 학문등 목적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이 되는 반면, 오후 10시 이후의 시위는 이러한 예외규정조차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개정안의 이러한 규정체계는 결국 오후 10시 이후에는 일체의 시위가 금지되는 결과, 예를 들어 그 본질적 성격상 오후 10시 이후 행진등을 수반할 개연성이 매우 큰 크리스마스 이브날 야외 행사, 초파일의 연등행사, 12월 31일 보신각 앞에서의 시민행렬, 월드컵 야간경기가 있는날 광화문 등에서의 합동응원 행렬등에 참가한 시민모두를 집시법 위반의 범법자로 규정할 수 밖에 없는 비상식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3)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현행 집시법 제10조 본문 중 ‘시위’부분에 대한 위헌제청결정문에서도 “학문 등의 목적을 가진 야간시위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집시법 제15조) 허용규정이 없어 제 10조 본문에 따라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와 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표현의 자유 뿐만 아니라, 헌법상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학문․예술․체육․종교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 결국 야간에는 크리스마스 행사, 연등해사 등과 같이 일반인들이 당연히 용인할 수 있는 야간시위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설시하여 이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4) 결국 오후 10시 이후에는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과 시위에 대해서는 학문등 목적의 경우에도 예외적인 허용을 하지 않는 집시법 제15조가 결합하여 만약 현재의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사실상 오후 10시 이후는 ‘집시법’ 자체에 의해 종교적인 목적의 행진까지 금지될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의 국민이 범법자로 규정되거나, 아니면 집시법이 국민들에 의해 규범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입니다.
3. 오후 10시 이후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전면적인 금지하는 개정안은 오히려 야간집회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전에는 허용이 되었던 집회조차 금지하는 구조를 취하는 결과, 과잉금지의 원칙상 오히려 현행 집시법 보다 위헌의 소지가 더 크다 할 것입니다.
(1) 2008헌가25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합헌의견을 표명한 재판관 2인(김희옥, 이동흡 재판관)은 현행 집시법 제10조의 옥외집회 부분은 옥외집회에 대한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규제로서 “집시법 제10조의 단서조항은 입법자가 일반적 금지에 대한 예외적 허용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기본권제한의 비례원칙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으로서 헌법상 금지된 ‘허가제’가 아니라고 전제한 후 “부득이 야간옥외집회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러한 야간옥외집회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허용된다. 즉 집회의 자유를 더 한층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집시법 제10조 단서조항에 의하면,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중략)..실제로도 신청된 집회 중 약 77%가 허용되었으며, 관할경찰관서장의 야간옥외집회금지통고에 대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설시한바 있습니다. 즉 야간옥외집회 금지규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두명의 재판관의 경우에도 과잉금지 원칙 위배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허용되는 점, 불복절차등이 마련되어 있는 점‘등을 근거로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2) 그러나 개정안은 오후 10시이후에는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결과, 예외적 허용이나, 불복절차의 여지 조차 없습니다. 또한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등을 포함하여 실제로도 77%나 허용되었던 집회마저 이제는 허용의 여지와 개최의 여지가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3) 결국 개정안은 현행 집시법 보다 집회의 자유를 더욱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고, 오후 10시 이후의 집회나 시위는 “일정한 조건하에서의 허용이나 불복절차”등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야간집회의 일반적 금지에 대해 합헌의 근거였던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충족한다는 입론의 여지조차 상실하고 있습니다.
4. 야간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 제10조의 ‘시위’부분이 현재 위헌제청되어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에 있습니다. (2010 헌가2)
일몰후 예외적 허용의 여지도 없이 일체의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제10조의 ‘시위’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에 있습니다. 만약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현행 집시법 제10조의 ‘시위’부분이 위헌결정이 난다면 또다시 개정안도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될 여지가 농후하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입법에 의해 발생하는 법적 혼란등은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이 될 것입니다. 성급하게 오후 10시 이후 집회와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현행 집시법은 집회에 대한 충분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만 그 존재의의가 있습니다. 국회는 2010헌가2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림과 동시에 개정안의 위헌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