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태 지회장 자살 및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 해고에 대한 의견서
1. 안녕하십니까.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연구․조사․변론․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8년 결성된 변호사들의 모임이며, 소관위원회인 민변 노동위원회는 노동문제와 관련한 연구, 조사, 분석,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의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3. 우리 민변의 변호사들은 최근 화물운송 노동자 박종태씨의 자살 사건과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해고 사건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이 박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비극적 사건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고 박종태 지회장을 자살로 몰고 간 한국 사회의 법적, 제도적 원인은 무엇인지, 또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해고와 복직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집회와 노조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4. 감사합니다.
[첨부자료] 고 박종태 지회장 자살 및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 해고에 대한 의견서
2009월 5월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직인생략
[첨부자료]
고 박종태 지회장 자살 및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의 집단해고에 대한 민변 의견서
I. 서론
대한통운이 그 소속 택배운송인들과 맺은 합의를 파기하고, 택배운송인들이 문자로 집단 해고를 당한 이후, 한 명의 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고 일정한 원인 제공자인 대한통운과 공권력의 반성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변은 이 문제가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이 박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비극적 사건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고 박종태 노동자를 자살로 몰고 간 법적, 제도적 원인은 무엇인지, 또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해고와 복직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집회와 노조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Ⅱ. 본론
1. 대한통운 주식회사와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 대한통운 택배분회
대한통운 주식회사는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58-12번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30. 11. 5. 설립되어 물류, 컨테이너, 택배, 렌트카 사업, 이사물 사업, 환경사업, 차량종합관리사업 등을 행하는 종합물류회사입니다. 대한통운의 택배사업은 1995년 정도에 시작하여 1999년 “대한통운특송”에서 “대한통운택배”로 사업명칭이 변경되었으며, 2008년 4월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었습니다. 대한통운은 전국에 지사를 두고 택배운송인 3,000여명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정규직도 있으며 이 사건 노동자들과 같이 위수탁 형태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중 대한통운 광주지사에는 비정규직(위수탁 계약자) 78명을 포함 약 10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인 위수탁 계약자와 완전히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 대한통운과의 관계가 근로계약으로 되어 있는 정규직 운송기사도 10여명 정도 있습니다.
전국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1지회 대한통운택배분회는 2006.7~8월경 노동조합 가입 및 분회 설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구성원은 대한통운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택배수거와 배달운송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 1지회의 지회장이 바로 고 박종태 지회장이었으며 대한통운 택배분회의 2009년 교섭과 집단 해고 문제, 복직 촉구 활동 등을 전임활동을 하는 지회장으로서 처음부터 책임지고 해 왔고 그로 인해 대한통운 택배분회 김OO 분회장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던 것입니다.
2.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위수탁 계약자로 전환된 과정
택배를 수거, 집화, 배달하는 운송인들은 형식적으로는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자영업자로서 택배운송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택배운송인들이 예전부터 그러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자로서 노무를 제공하여 왔던 것은 아닙니다. 택배운송인들은 1997년까지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의 형식으로 그 근로의 대가를 받아 왔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그 대부분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자차를 보유하지 아니하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회사측의 요구에 의하여 자영인으로 전환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3. 택배운송인들의 노동자성 검토
비록 1997년 이후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으로 전환되었고, 택배운송 차량을 소유하면서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고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사회보험에서 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하게 되었으나, 그 근로관계의 실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 노동자성에 관한 판례의 견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관련해서 판례의 태도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학원 강사, 퇴직금)이후 나온 일련의 대법원 판결들, 즉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두8436 판결(학원 강사, 산업재해보상보험료등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대학교 시간강사, 산업재해보상보험료등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7165 판결(학원차량 지입 운전기사, 퇴직금),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미용학원강사, 근로기준법위반-금품 청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1566 판결(채권추심인,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등의 판결들이 그것입니다.
즉 위 판례들이 설시하고 있는 기준을 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된 판례의 태도는 종전의 대법원 판례와는 몇 가지 점에서 구분되고 있습니다. 첫째,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정도와 관련하여 종전 판례에서는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을 요하고 있던 것을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완화하고 있고, 둘째, 노동자와의 구별을 위하여 사업자성에 관한 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종전에는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라고만 설시하던 것을 이 판결에서는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 지’ 등 사업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 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여 다른 요소에 비하여 노동자성 판단에 있어서 부차적인 지위에 놓이게 하고 있습니다.1)
이 판결들은 종래 학계에서 비판하던 부분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으며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에 대하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고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
나. 이 사건 택배운송인들의 노동자성 검토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택배운송인들의 노동자성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지 여부
택배운송인들은 특정구역의(동별) 택배화물의 집화(고객으로부터 대한통운으로 수거해옴) 및 반품수거와 배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탁계약서상 정해진 업무 외에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집화해온 택배화물을 동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분류작업에 대하여는 따로 명목상 대가조차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특정관리구역의 지정과 분류작업에 대한 지시 등이 모두 대한통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택배운송인들은 회사마크가 그려져 있는 근무복을 입고, 회사의 대형로고와 전화번호가 새겨진 택배운송차량(1톤 탑차)을 운전하여 대한통운의 지시에 따라 화물고객에게 택배화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물고객에게는 “대한통운로고”와 “택배이용문의 1588-1255”, “화물운송기사의 핸드폰 번호”가 기재된 스티커를 나누어주고 이를 통해 신규고객을 유치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위탁계약서 제7조(화물의 수탁 및 처리)는 “가. 수탁자는 위탁자가 별도로 정하는 화물만을 수탁한다.”라고 되어 있고, 택배운송인들은 실제로 회사의 지시에 따라 그러한 업무만을 수행하며 다른 회사의 화물을 일체 운송하지 않습니다. 한편, 회사의 사업장에 나와 운송근로 중인 경우에도, 공지사항 및 화물 배달처, 고객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핸드폰, PDA 폰을 통해 전달됩니다.
대한통운은 본사에서 공문을 내려보내는 형식으로 다양한 규율을 마련하여 택배운송인들의 근무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조회를 실시하며 아침 조회에서는 서면으로 그 공문을 공지시키고 고객 응대 잘할 것을 지시하며, 단체로 인사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 등 구체적인 업무방식에 대하여 지시를 받습니다. 대한통운과 택배운송인 사이에 체결된 위수탁계약서(이하 ‘위탁계약서’라 합니다)의 제8조 책임 및 준수사항에서는 “수탁자는 항시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하고 불만사례 발생시 고객에 정중히 사과하여야 하며 위작자의 업무기준을 준수하여 고객불만을 야기하여서는 안되며”, 위탁계약서 제15조(계약의 해지)는 “고객 불만 야기, 경위서 제출 및 제재 조치를 받은 경우, 택배수수료 미입금한 경우 등”에 대하여 계약해지사유로 정하고, 그 외 배달지연, 임의배달, 고객불만 야기 사례 접수 등 별도로 정한 사유(위탁계약서 제13조)에 따라 “벌과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율은 위수탁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감독의 실질은 사용종속관계에서의 징계처분을 활용한 내부적 규율이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통운은 위 규정에 따라 택배운송인들에게 벌과금을 부과하여 매월 급여(위탁수수료)에서 선공제후 급여를 지급하였습니다. 매월 택배운송인들의 임금인 위탁수수료 중 평균적으로 1인당 10만원 정도는 벌과금으로 공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위탁계약서상 규정 이외에도 상시적으로 본사에서 상벌에 관한 지침이 공지되어 왔습니다. 예컨대 고성과자나 고객추천자에게 일시금 10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고,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에 업무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택배운송인들은 의무적으로 참석하며 “조회불참 3회 이상시” 계약해지 당할 수 있다는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후 6시 이전에는 귀점하지 말 것” 역시 그러한 지침 중 하나입니다.
3)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위탁계약서 제6조(영업시간)는 월~토요일은 오전7시부터 오후6시까지를 화물집배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6시 40분 정도까지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일․공휴일은 휴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365택배’ 시스템 때문에 택배운송인들이 회사의 방침에 따라 돌아가며 휴일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위탁계약서 제8조(책임 및 준수사항)에는 “사. ②당일 위탁받은 화물은 당일 배송처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택배운송인들은 원칙적으로 당일 배송해야 할 화물들이 모두 배송되어야 퇴근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은 택배운송인들에게 6시이전에 귀점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오후8~ 9시정도가 되어야 퇴근합니다. 근무는 회사로 출근하고 또 반드시 회사로 들어와 퇴근을 하며 개별 운송차주별로 동별로 배송담당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간선기사라 불리는 장기리 운송기사들(대전-광주) 역시 회사의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는 계약서상 배달운송만 해야 하도록 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상․하차 작업도 도와주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역시 계약해지나 벌과금 등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4)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
택배운송인들은 1톤 차량을 구입하여(넘버는 지입회사로부터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한통운과 1:1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탁계약서 제8조는 “다. 위탁자의 승인 없이 제3자에게 재도급을 할 수 없으며, 적정차량(영업용) 및 장비, 인원을 항시 유지하고, 자가용 차량으로는 영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대한통운의 배달운송업무만을 위하여 위 차량은 사용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수고용 형태에서 노동자에게 비용은 전가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으로 활용되는 방식이고 실제 택배운송인들의 경우에도 유류비, 수리비, 보험료 등 차량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비용을 전적으로 전가당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차량의 소유라는 표지는 비용전가를 당하는 열악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일 뿐, 사업자성을 나타내는 징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또 택배운송인들이 차량을 소유할 수밖에 없게 된 연유도 그 소유관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합니다. 1995년 대한통운이 택배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모두 정규직 노동자로 입사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일방적으로 위탁계약자로 강제 전환 당하였던 것입니다. 이 때 계속하여 기존에 하던 업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비용부담으로 개별 차량을 소유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여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사용자가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강제한 표지이므로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운송차주들은 위탁자의 승인 없이 택배업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제3자에게 수탁받은 업무를 재도급 및 위탁할 수 없습니다.(계약서 제8조 다),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위탁자의 승인을 받아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부득이한 경우로 출근치 못하는 경우에는 대한통운에서 퀵서비스를 불러 배달을 대체하고 퀵서비스비용(1건당 3천원)을 개별 운송차주에게 부담시키고 있어 실제로 운송차주들이 병가로 인해 출근하지 못하거나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케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택배운송인들은 독자적으로 배달 유통망을 마련할 수 없고, 다른 택배회사의 물량을 배달할 수도 없으며, 오로지 특정 택배회사에 종속되어 그 지시에 따라서 집화와 배달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인 바, 독자적인 계산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합니다.
5)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택배운송인들은 집화 수수료는 집화금액당 일정률을 (위탁계약서 별첨), 운송수수료는 배달 물량 1개당 정액제로 수수료를 지급받고 있는데, 이 수수료는 1997년 1000원이었다가 2006년에 850원으로 일방적으로 인하되었으며, 그 이후 위수탁계약협의회를 통한 교섭을 통해 인상되어 920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사가 아닌 영업소에 소속된 위탁계약자들(5명)은 완전히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영업소의 중간착취로 인하여 운송수수료를 850씩만 받고 있습니다. 수수료명세서에는 집화수량이나 배달수량이 적시되어 있지 않고 수수료 총액과 차감액만 기재되어 있어 노동자들이 정확한 수수료 정산내역을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택배운송은 일의 완성 과정에 재량이 행사되는 일이 아니며 회사가 지정하는 고객에게 배달이 이루어져야 함은 계속적 계약을 존속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전제되는 의무이어서, 배달 물량에 따른 수수료는 근로기준법 제47조 “사용자는 도급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규정 소정의 “이에 준하는 제도” 즉, 성과급제의 한 형태에 다름 아니라 할 것입니다.
근로소득세를 원천 징수하지 아니하고,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아니하나, 이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6)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택배운송인들은 오전 7시까지 출근하여 오후 8~9까지 하루 물동량을 모두 처리하느라 하루 종일 택배 배송 외에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전국의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로부터 그날그날 발생하는 집하요청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거나 집계하여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송하인이 요청하는 대로 집하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결과 어떤 날은 화물이 폭증하고 어떤 날은 물량이 적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화물이 폭증하는 날이라 하여 그 날은 근로를 일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앞에서 본 바와 같습니다. 그 결과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택배운송인들은 월평균 300시간이 넘는 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제14조는 수탁자들은 계약서상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 이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4조 권리의 양도 금지)
7)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이 부분 역시 자영인으로 되어 있어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택배운송인들의 열악한 사정을 말하는 주는 것이고 나아가 택배운송인들의 노동자성이 박탈됨으로써 그 결과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전혀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뿐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근거는 될 수가 없다고 할 것입니다.
8) 양 당사자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
택배운송인들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이외에 특별한 자본이나 영업망, 학력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며 평균적으로 월 3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지만, 회사에 의하여 차주 및 개인사업자로서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 보험료, 지입료 등 각종 부대비용으로 월 평균 150만원을 지출하면 남은 소득이 약 150여만원에 불과합니다.
다. 소결
위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택배운송인들은 다양한 특수고용형태 중에서도 위장된 자영인의 영역, 즉 일반 노동자와 다름이 없음에도 성과급 형태의 급여지급이 용이하거나 외근형 노동자들에게 나타나는 자영인으로 위장된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판례의 입장과 해석에 비추어서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이 마땅히 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에 의해 노동자성이 박탈된 것이 바로 택배운송인들의 현재 처한 상황이라고 사료됩니다.
4. 대한통운이 78명의 택배운송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한 경위와 문제점
가. 대한통운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처했던 노동조건
택배운송 노동자들(이하부터는 택배운송 노동자로 칭하겠습니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실질은 노동자이나, 계약서 형식상으로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는 위장된 자영인으로 현실에서는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당한 근로조건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면,
① 대한통운이 부과한 규율에 위반하는 경우 대한통운은 계약서상 벌과금 부과조항 해당이유로 사전 고지없이 운송수수료에서 일방공제하여 왔고,
② 택배운송 노동자가 출근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무조건 그 대체 퀵서비스 비용을 노동자에게 청구하기 때문에 업무상재해가 발생하여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이유로 휴가를 쓰거나 휴직을 할 수도 없는 실정이며 긴 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해지, 즉 일방해고 당할 위험에까지 노출됩니다. 그런데 택배운송노동자들은 택배 차량 운전 뿐 아니라 직접 고객이 있는 곳에 가서 화물을 수거하고 화물을 배달하므로 발목, 무릎이 업무상 원인으로 상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③ 택배운송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월 300만원정도의 수수료를 받지만 차주 및 개인사업자로서 부담하는 월 평균 150만원의 부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낮은 실정입니다. 대한통운은 택배운송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사업비용으로 부담해야 할 노동자들의 중식대, 차량유류비, 세금, 지입료, 차량감가상각비, 차량보험료, 휴대폰 및 PDA사용료, 소모품 등을 전적으로 택배운송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습니다.
④ 대한통운은 택배운송노동자들에게 최초 입사후 2개월간 운송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3개월째 말일에 가서 최초 1월간의 운송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처음 2개월간의 임금은 착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⑤ 택배운송노동자들은 화물 배당수량에 따라 수수료가 지급되는데 그 운송화물당 수수료가 낮아서 하나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점심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빵으로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노동강도가 심합니다.
⑥ 한편, 대한통운택배는 계약서상 택배운송 노동자들의 업무로 되어 있지 않은 분류작업까지도 운송 노동자들에게 시키고 있습니다.(다른 택배운송사의 경우에는 분류작업은 별도의 인원을 채용하여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나. 집단 해고의 경위
2006. 7.경 대한통운택배분회 설립되었고, 당시 조합원은 40여명이었습니다. 사용자와 교섭은 전체 위수탁 계약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위탁협의회”를 통해 이루어져 왔는데, 그 실질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교섭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2006년 교섭당시 회사에서 화물택배 수수료를 850원에서 800원으로 인하하려는 방침을 발표하였으나 위탁협의회의 교섭을 통해, 1997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인하 방침을 철회시키고 920원 인상을 이루어내었습니다.
2008년 임금교섭 이전에는 근로조건 및 복지문제 등에 관해 사용자와 택배운송인 대표 사이에 일상적인 교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8. 12. 경부터 2009. 1경까지 교섭이 3~4회 진행되었고, 이 당시 택배운송인들의 요구안은 운송수수료를 현재보다 180원 인상하여 12년 전인 1997년도 수준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 정도도 되지 못하는 것이었으며, 이 요구안이 관철되더라도 대한통운에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며 동일한 내용의 근무를 하는 정규직 임금 80%수준에 달하는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작업복 및 차량도색을 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키던 관행을 바꾸어 이를 회사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요구와 대한통운 광주지사측의 요구가 맞서 교섭이 진행되다가, 2009. 1. 20. 광주지사 측과 30원 인상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합의 내용은 광주지사의 택배운송인들에게 모두 공지되었고 그 시행일은 2009. 2.부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런데 2009. 3. 초순에 갑자기 택배영업소장 임OO이 본사방침은 오히려 40원 인하라고 하면서 30원 인상 합의를 무효화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택배운송인들은 위탁협의회의 합의사항 이행하라고 하면서 정말로 어려운지 1~2개월 시행해본 후 다시 협의하자는 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 몇 번의 교섭이 있었으나 2009. 3. 16. 오전 7시 30분경 최종 교섭이 결렬되었고, 지사는 대한통운 본사 지침이므로 위탁협의회 요구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한통운택배는 그 소속직원에 대하여는 2008년, 2009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이미 12% 임금을 인상한 상황이었습니다.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상호간에 합의를 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일방적으로 무효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작업복 및 차량도색 부담주체 변경이나 업무상재해보상과 같은 다른 중요한 요구사안에 대해서 양보하면서 겨우 얻어낸 합의사항이 일방적으로 무효라고 선언됨으로써 택배운송인들이 큰 무력감과 부당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편, 택배운송 노동자들은 이전부터 위탁계약서에 자신들이 수행할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에 대하여 대한통운측에 시정을 요구하였고, 계속 분류작업을 시킨다면 별도의 급여를 지급하든가, 아니면 이에 대하여는 더 이상 작업지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묵살되어 왔습니다.
택배운송분회는 2009. 3. 16. 오전 교섭 결렬 후 8시 30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계약서상 정해진 업무가 아니고 임의로 하여 왔던 분류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2009. 3.초순 30원 인상안이 일방적으로 무효 선언되었을 때 조합원들이 회사측에 미리 경고하였던 바이기에 회사로서는 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고 실제로 회사는 그 이후로 분류작업에 미리 준비해둔 대체인력을 신속히 투입하였습니다. 작업 거부는 분류 작업에 한정된 것이었으며, 계약서상 정해진 업무인 집화와 배송 작업은 종전대로 계속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대한통운 광주지사는 분류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9. 3. 16. 11:00경 및 14:00~15:00경에 휴대폰 문자로 2회에 걸쳐 78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였습니다.
‘금일 18시 이전까지 복귀한 차량에 대해서는 계약유지관계에 협의가 가능하나, 해당시간까지 미복귀자는 자동계약해지됨을 통보합니다.’
조합원들은 2009. 3. 16. 오후 집화업무는 계속하고 집화된 물량을 회사에 수거하기 위하여 회사에 도착하였으나 회사에서는 이미 계약해지 되었음을 이유로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이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계속하여 출근하기로 하고, 그 다음날부터 회사 앞으로 출근을 하여 출근의사와 항의의 의사를 전달한 다음 일과시간에는 집화업무와 이를 수거하고 퇴근시간에는 회사에 전달하는 업무를 계속하였습니다. 대한통운은 조합원들이 수거해 온 배달물량은 모두 받았으나 조합원들의 출입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다. 소결
대한통운 택배분회의 복직 촉구 활동 등은 2009. 3. 16.이후 시작되었는데, ① 대한통운이 운송료 30원 인상에 합의를 하고서도 시행도 하기 전에 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서 분쟁이 시작되었고, ②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집화와 배달 업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위탁계약서에 수행할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에 대하여 사전 수차례의 시정요구를 한 다음, 이를 단 하루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일 바로 휴대폰 문자로 78명의 택배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조치를 단행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입니다.
즉 대한통운 택배분회가 1997년 수준으로 운송료를 180원 인상하자는 요구를 대폭 양보하고, 작업복 및 차량도색 부담주체 변경이나 업무상재해보상과 같은 다른 중요한 요구사안에 대해서 양보하면서 운송료 30원 인상에 합의하였으나, 이마저도 시행도 하기전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점, 위탁계약서상 원래 수행해야 할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은 애초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수행할 의무가 없는 것이었고 오히려 그들의 열악한 지위로 인해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면, 대한통운은 과거 근로제공에 대한 추가적인 임금의 지급을 해야 할 사항으로 보이고, 그런데도 계속 시정조치를 하지 않아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이를 단 하루 거부하자 바로 계약해지 방식으로 해고한 것으로 부당한 해고로 보이는 점, 더구나 짧게는 수년, 길게는 1995년 대한통운이 택배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15년 가까이 일해 온 노동자들을 휴대폰 문자라는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해고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옹호될 수 없는 점에서 대한통운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5. 노조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
가. 사건의 내용
1) 2009. 3. 16. 이후 복직 촉구 등을 위한 노조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비조합원들과의 일부 충돌, 업무방해 등에 대하여 고 박종태 지회장을 비롯하여 김OO 택배분회장에게 2009. 4. 19.경 체포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연대하여 투쟁한 금호지회를 포함하여 조합원 30여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였습니다.
2) 화물연대본부 광주지부 대한통운택배분회 조합원들에 대한 집단 해고에 대하여 복직을 촉구하고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노동자들은 대한통운 대전지사(본사를 제외하고 대한통운의 대표적인 장소로서 전체물류 집하지사라고 함) 앞에서 개최하기로 하여 2009. 4. 23.부터 집회 신고를 하고 집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전 대덕경찰서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과도한 개입과 집회 방해 행위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36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였는데, 경찰버스 차량이 7-8대, 경찰병력은 무려 300-400여명이 집회장소 바로 옆에 배치되어 있었다.
② 노상의 햇빛을 가리기 위하여 천막, 차광막을 치려고 하였으나, 경찰병력에 의해 제지되었고 집회할 때 사용하고 마치고 돌아갈 때에는 걷어서 갈 것이라고 약속까지 하였으나, 집회 현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강제로 철거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연행되기도 하였다.
③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타고 온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게 막았고,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 3명을 연행하였다.
④ 2009. 4. 29.의 경우에 예상보다 많은 150여명의 인원이 참석하여 집회 신고 장소인 인도만으로는 집회 진행이 어려워, 도로 1개 차로를 사용하고자 했으나,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인도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당시 집회 장소 앞의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었고 이미 경찰 순찰차량과 경찰 봉고차량, 그리고 경찰에서 설치한 정지대에 의해 도로 통행이 일부 중단되어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이는 허용되지 아니하였다.
나. 문제점
당시 화물연대 광주지부 금호지회의 김OO에 대한 구속영장 기재 범죄사실을 토대로 보면, 고 박종태 지회장이나 김OO 택배분회 분회장의 경우에 본인들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고, 그 혐의사실을 볼 때 비조합원과의 충돌 과정에서 차량의 일부가 파손되고 대체근로에 참여한 비조합원 1인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정도로서 그 경위도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노동쟁의가 진행 중인 사업장의 노조 대표자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배조치를 취하는 것은 신중하게 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수의 인원이 집회신고를 하고 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전혀 공공의 질서를 해하는 것과는 무관한 차광막과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고 또 이미 교통에 통제된 도로에 참가자들이 가지고 온 차량의 주차를 막고, 또 참가자가 많아 이미 교통이 통제된 도로의 일부를 장소로 사용하는 것까지도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물리력으로 막은 것은 자유로운 집회에 대한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과 방해로 보입니다. 경찰당국의 이와 같은 행위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표현활동을 봉쇄하게 되고 대한통운을 상대로 한 복직 촉구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고 박종태 지회장은 2009. 4. 19.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수배조치가 내려지면서 2009. 4. 23.부터 있었던 대전지사 앞에서의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위 장소(집회 장소인 대한통운 대전지사)가 보이는 길 건너편 야산에서 상당 기간 조합원들이 위와 같이 공권력에 의해 무력화되는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장소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결국 노조활동에 대한 공권력의 선제적인 개입과 체포영장 발부와 출석요구서 발부를 통한 활동 위축, 정당한 집회 활동조차도 과도한 개입과 방해로 인하여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한 부분 등도 고 박종태 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데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입니다.
6. 결론과 제언
먼저 고 박종태 지회장은 전임활동을 하는 지회장으로서 산하 대한통운 택배분회의 2009년 교섭과 집단 해고 문제, 복직 촉구 활동 등을 처음부터 책임지고 해 왔고 그로 인해 대한통운 택배분회 김OO 분회장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의 자살은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대한통운이 위 자살사건과 자신들의 택배분회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1지회 대한통운택배분회의 택배운송 노동자들은 현재의 법원 해석에 따르더라도 노동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위장 자영인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며,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어 왔고 노동법적 보호밖에서 열악하거나 부당한 노동조건을 강요받아 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통운 택배분회가 1997년 수준으로 운송료를 180원 인상하자는 요구를 대폭 양보하고, 작업복 및 차량도색 부담주체 변경이나 업무상재해보상과 같은 다른 중요한 요구사안에 대해서 양보하면서 운송료 30원 인상에 합의하였으나, 이마저도 시행도 하기전에 일방적으로 파기한 점, 위탁계약서상 원래 수행해야 할 업무가 아닌 분류작업은 애초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수행할 의무가 없는 것이었고 오히려 그들의 열악한 지위로 인해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면, 대한통운은 과거 근로제공에 대한 추가적인 임금의 지급을 해야 할 사항으로 보이고, 그런데도 계속 시정조치를 하지 않아 택배운송 노동자들이 이를 단 하루 거부하자 바로 계약해지 방식으로 해고한 것으로 부당한 해고로 보이는 점, 더구나 짧게는 수년, 길게는 1995년 대한통운이 택배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15년 가까이 일해 온 노동자들을 휴대폰 문자라는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해고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옹호될 수 없는 점에서 대한통운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노조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한 고소 사건에서는 가능한 한 체포영장 발부, 평조합원들에게까지 대거 출석요구서를 발부하는 일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노사의 자치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부여함이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항의 활동 이후 1달여만에 주요 간부들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3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 것은 자치적 해결을 방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측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집행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소수의 자유로운 집회조차도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하여 개입하고 방해한 행위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행위로서 그 책임자에 대하여는 대한통운 사용자측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고 박종태 지회장의 자살은 위와 같은 여러 원인이 겹쳐서 안타깝게도 또 한명의 노동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민변은 다음과 같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① 대한통운 회사측은 지금이라도 36명의 택배분회 조합원들을 복직시키고 노동조합의 실체와 활동을 인정하고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 합의한 운송료 30원 인상도 성실히 이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운송 노동자들을 노동법상 노동자로 대우하고 사용자로서 적절한 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② 정부와 경찰당국은 일련의 사건들의 배경에 놓인 위와 같은 법제도적 원인들, 대한통운과 공권력의 남용 등에 대하여 성찰하고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자유로운 집회의 보장, 공권력의 자제, 관련 집회로 인한 연행자들에 대한 선처조치, 대한통운 사측의 법적 책임에 대한 엄정한 수사 등 공정한 중재자 내지 조정자의 위치로 하루 속히 복귀하기 바랍니다.
③ 국회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하루속히 입법화해주기 바랍니다. 이미 ILO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외국 입법례에 의하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은 제한 없이 보장되고 있으므로 신속하게 이를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랍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