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공동논평]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라 –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개인진정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 / 2025. 4. 16.(수)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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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공동 논평]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라
–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개인진정 인용 결정에 대한 입장
- 형기에 따라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유엔 자유권규약과 어긋난다는 조약기구의 판단이 나왔다. 4월 11일 유엔 자유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실형 1년 이상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유엔 자유권규약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3월 14일자 결정문(CCPR/C/143/D/3660/2019)을 진정인들에게 통지했다. 우리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한국 정부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모든 수형자들에게 선거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 2019년 3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6년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박탈당한 김아무개씨 등 4명은 한국 정부가 보통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5조를 위반했다며 위원회에 개인진정(Individual Complaint)을 제기한 바 있다.
- 과거에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가 모두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2014년 1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수형자 부분에 대해서는 2015년 말 시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으로써 집행유예자는 곧바로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2012헌마409·510, 2013헌마167(병합)). 그러나 2015년 8월 국회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를 개정하면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즉 실형 1년 이상을 선고 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은 여전히 박탈했다. 이에 진정인들은 2016년 7월 헌법소원을 냈으나 2017년 5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권의 박탈은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을 갖는다”라며 재판관 7(합헌):1(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2016헌마568).
- 자유권규약 제25조는 어떠한 차별이나 불합리한 제한 없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선언하고 있고, 그 해석 원칙인 일반논평 제25호는 선거권 박탈의 근거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객관성·합리성 기준), 만약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근거가 된다면 정지 기간은 범죄와 형량에 대하여 비례해야 한다(비례성 기준)고 지적하고 있다. 심리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선거권 제한 규정의 취지가 범죄를 범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자에게 사회적·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수형자의 선거권 자동 박탈이 특정 또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추가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거권 박탈이 마치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하다. 징역형과 같은 형벌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있더라도 징역형에 덧붙여 그 집행 기간 동안 선거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로 사회구성원으로서 무력감, 반사회성, 정치혐오 등이 나타날 우려가 있으므로 선거권 박탈은 합리적이지 않다.
-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진정인들처럼 양심을 거스를 수 없어 현행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양심범 △중죄가 아닌 경죄를 저지른 자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과실범 등을 가리지 않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죄질 △전과 유무 △누범 여부 △집행유예 기간 중인지 여부 등에 따라 구체적 양형이 다르다. 심리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유형의 범죄가 공익에 더 해로운지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실형 기간이 선거권 제한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선거권 박탈이 추가적이고 별도의 처벌이므로 그 합리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평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 제도의 전복이나 선거 관련 불법 행위 등 범죄의 종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형 1년’이라는 기준은 사법과 행정의 편의만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 우리 단체들은 위원회가 “당사국의 거주 시민인 수형자는 해당 국가의 법률의 적용을 받으며, 따라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민주적 선거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점에 주목한다. 빈민, 흑인, 여성들이 참정권 투쟁으로 일군 보통선거 원칙은 선거권자의 재산,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진정인들과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과거와 같은 일률적인 유죄 판결과 이에 따른 선거권 박탈을 당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2024 법무연감』의 2023년 <수형자 형명, 형기별 인원>에 따르면 선거권이 보장되는 실형 1년 미만 수형자는 5,672명으로 전체 수형자 38,045명의 14.9%에 불과할 정도로 대다수 수형자가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 이번 결정에서 위원회는 “당사국은 당사국의 의무 및 본 사건에 대한 위원회의 견해에 부합하도록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에 관한 법률과 그 이행을 검토하는 등 향후 유사한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180일 이내에 당사국으로부터 위원회 견해에 효과를 부여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한 정보를 수령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 가입을 통해 개인진정에 대한 위원회의 심리 권한을 인정했고 규약상의 권리 침해에 대하여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으므로 개인진정에 따른 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결정의 취지에 따라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다.
2025년 4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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