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인권위][논평] 해외 입양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에 대한 입장 – 진실을 넘어, 정의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 2025. 4. 8.(화)
[아동청소년인권위][논평]
해외 입양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에 대한 입장
– 진실을 넘어, 정의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5년 3월 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해외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해외 입양인들이 수십 년간 요구해온 진실의 일부를 국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사례로, 분명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진화위가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실–허위 기아발견신고, 신원 바꿔치기, 양부모 자격 부실 심사, 친생가족과의 강제 분리,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부양의무자 확인공고 등–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공적으로 기록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해외 입양이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안고 추진된 제도였음을 인정한 첫 공식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분명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이번 결정이 갖는 분명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결정문은 입양 시스템을 운영한 국가의 구조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입양기관과 공무원의 과오에 초점을 맞춘 결정문은, 결과적으로 책임을 분산시키고 국가 주도의 입양 정책이 불러온 인권침해의 본질을 흐렸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진실 일부만을 인정받은 것이며 또 다른 왜곡일 수 있다.
또한 진화위는 367명의 신청 중 이번에 60여 건만을 다루었으며, 피해자 개개인의 실질적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입양인들이 겪은 삶의 단절, 신분 상실, 가족 찾기 과정에서의 고통은 ‘사실 확인’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회복과 책임 이행이다.
특히 우리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후속 과제를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 해외 입양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및 진상규명 확대
현재 진실규명은 개별 신청자에 의존한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141,776명(1955~1999년 기준)에 달하는 해외 입양인 개개인에게는 각각의 진실이 존재한다. 특히 입양인들이 전 세계 15개국으로 보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전수조사를 통해 전체 입양 정책의 실태를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운영기간이 5월로 종료되는 바, 3기 진실화해위원회 구성을 위한 신속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 입양인의 ‘뿌리에 대한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현재 입양인들은 자신의 출생 기록과 입양 서류에 접근하는 데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인 ‘뿌리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입양인들이 자신의 기원, 가족 역사,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있는 권리는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출생기록, 친생부모 정보, 입양 당시의 의료 및 사회조사 기록 등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청구 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 특히 허위로 작성된 기아발견조서나 신원이 바뀐 사례들에 대해서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 진화위가 권고한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이 형식적 개선이 아닌, 입양인들의 정체성 회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마련
국가의 공식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피해 구제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심리·사회적 지원, 신원 회복 절차 마련, 법적 지위 보장 등 실질적인 회복 프로그램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진화위가 권고한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조사 및 후속대책 마련’은 시급히 이행되어야 할 과제다. 이 과정에는 반드시 입양인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번 진화위 결정은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다. 그러나 진실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곧 정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 이후의 정의, 정의 이후의 회복,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까지 나아가지 않는다면, 이번 결정은 과거 청산이 아닌 과거 봉합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 사회가 이제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을 지고 변화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해외 입양인들이 더는 자신의 뿌리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는 날을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진화위의 권고사항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제도적 참여와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2025년 4월 8일(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위원장 황준협
첨부파일 |
[아동청소년인권위][논평] 해외 입양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에 대한 입장 – 진실을 넘어, 정의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_ 2025. 4. 8.(화).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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