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내란수괴 혐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미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규탄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독립된 위치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 및 비리행위를 척결하고 엄정한 수사·기소를 위해 2021년 1월 출범하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수처법’)은 경찰과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에 대한 이첩 요청 권한도 부여하여 수사기관들 사이에서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번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함으로써 만 4년도 안 된 시기에 조직의 설립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수처는 지난 12월 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꾸렸고, 12월 13일 경찰과 검찰에 윤석열 등의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우리 모임 또한 적법한 권한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수사 진행과 수사 혼선 방지 등을 위해 다른 수사기관들에 공수처로의 이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경찰은 12월 16일, 검찰은 12월 18일 관련 사건들을 이첩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공수처는 윤석열에 대한 출석요구,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도, 그리고 체포영장 청구에 이르렀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여 윤석열 체포에 대하여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였고, 12월 31일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내란수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기한 내에 단 한 번의 한남동 관저 진입 시도 이후 어떠한 집행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에는 윤석열에 대한 수사권한은 계속 유지하겠다면서도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발표도 하였다.
공수처는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면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와 결기라도 보여주었어야 하지만 공수처는 그러지 못했다. 수많은 시민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눈·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며칠씩 밤을 새우며 자리를 지켰다. 헌법파괴 범죄자에 대한 적극적인 사법적 조치에 대한 열망의 표출이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공수처가 얼마나 허약하고 나약하며 취약한 조직인지 똑똑히 지켜보았고, 이제는 독립적인 수사·기소기관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신뢰마저 없어지는 상황이다. 공조본 차원으로 다시금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의 ‘법 앞의 평등’이 현실에서도 사람과 지위를 구별하지 않음을 이번에는 반드시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검찰이 김용현(전 국방부장관), 여인형(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전 국구수도방위사령관)를 구속기소하면서 밝힌 것과 같이, 윤석열은 이미 내란수괴 혐의로 특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 한 사람 앞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어느 시민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따르겠는가.
윤석열이 대통령의 지위에서 형사범죄 중 가장 무거운 범죄인 내란수괴 행위를 벌인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국가공동체가 법치주의를 장식물로만 두는 것은 군사독재정권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헌법규범에 반하고, 실정법에도 현저히 위반되며, 국민들의 상식과 법 감정으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 중 하나는 중대범죄자인 윤석열에 대한 신속한 신병확보와 내란범죄의 실체적 진실 확인,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사처벌이다. 그러하기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미집행 사태를 야기한 공수처에 대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규탄한다.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내란범 윤석열의 신병확보에 매진하라.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
2025년 1월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