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성명] 95%의 소매점에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24-12-27 21

[소수자인권위[성명]

95%의 소매점에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김 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95%가 넘는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이 사건 규정이 24년 넘게 개정되지 않아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침해받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내해 왔다며, 개선 입법 의무를 14년 넘게 불이행한 국가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목적 및 내용에서 현저하게 벗어나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장애인 단체가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했고 유엔(UN) 장애인 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공무원들이 개정하지 않고 규정을 방치했다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국가배상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은 장애인의 접근권이 헌법 규정들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는 점을 처음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부진정 행정입법 부작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로, 행정입법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손쉬운 사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 법제에서 국가배상청구를 통해 규범통제와 권리구제를 가능하게 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현재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다수의 법률이 그 적용 범위 등 실질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 판결은 이런 상황에서, 시행령을 불충분하게 규정하여 모법의 위임 취지를 도외시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게 할 경우 이러한 정부의 행정입법행위는 위법할 뿐만 아니라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추후 장애인권의 보장을 위한 소송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법리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부과한 근거 규정으로 국내법 외에도 장애인권리협약을 명시함으로서, 국제인권조약의 국내법적 지위를 확인하였다. 나아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2014. 10. 29.자 권고와 이 권고를 반영한 2017. 12. 14.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공무원들의 위법성 인식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밝혀, 국제인권기구 권고의 효력이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는 그간 판례의 법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특히 보충의견은, 2022. 4. 27.자 개정 시행령 또한 원고들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보충의견은 국가에게 이 사건 개정조항과 이 사건 부칙조항을 개정함으로써 기존에 설치된 소규모 소매점 등에 대하여도 단계적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여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고, 나아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을 바닥면적 등 규모에 따라 일부로 제한하는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시행령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판결은 휠체어가 갈 수 있도록 턱을 없애 달라며 세상을 떠난 김순석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40년 넘게 장애인 접근권을 요구해 온 장애인권 운동의 진전이다. 우리 모임은 이 판결을 만든 장애인권 운동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대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 

 

이제 갈 길은 분명하다. 보충의견이 언급한 바와 같이 개정 시행령과 부칙조항을 개정함으로써 소규모 소매점 등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여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을 바닥면적 등 규모에 따라 일부로 제한하는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시행령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매점 외에도 미용실, 음식점, 장례식장, 영화관, 목욕탕 등의 기타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성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

 

정부는 장애인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조속히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시행령을 개정하고, 소매점 이외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소규모 소매점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장애인등편의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우리 모임은 장애인등편의법과 그 시행령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장애인권 운동과 함께 싸울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첨부파일

MMRC20241227 [소수자인권위][성명]95%의 소매점에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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