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더하기][성명] ‘희망 없는 조선소’를 바꾸기 위한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 투쟁,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촉구한다

2024-11-22 64

‘희망 없는 조선소’를 바꾸기 위한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 투쟁,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촉구한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임금 복원과 노동조건 개선, 노동조합 활동 보장과 단체교섭을 내걸고 싸운 51일 간의 파업투쟁의 외침은 2024년 현재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470억 원 손해배상소송으로 전형적인 노동조합 탄압을 이어가고 있고,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형사고소 또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업무방해’를 주장하는 자본,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찍기에 대대적으로 앞장 선 정부에 화답하듯 검찰 또한 무차별적인 기소를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징역 4년 6월, 유최안 부지회장 징역 3년 등 12명에게 징역형을, 다른 10명에게는 총 3,3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오는 12월 11일 형사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적어도 지난 2년은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거부될 수 없을 정도의 지지를 얻어간 시간이었다. 51일의 파업은 하청노동자 쥐어짜기로 조선업계 불황을 버티고도 이들의 생존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원청이 자신의 책임을 외면했기 때문에 장기화됐다. 모두가 다 희망이 없다며 떠나는 조선소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하청노동자들의 업무와 자부심을 방해한 것이 진짜 사용자 원청의 책임회피다. ‘적어도 부당한 일은 당하지 말자’는 자연스러운 다짐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모이게 했지만, 허울 좋은 ‘원하청 상생’만을 외쳐온 국가가 보편적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계속 방치해 온 역사때문에 상징적인 싸움이 됐다. 노동자들의 보편적인 노동3권 보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과 무책임한 정치의 부작위가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의 정신을 위반하고 훼손하는 ‘불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휘두른 두 번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원청임을 확인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계속해서 통과한 데에는 바로 이런 폭넓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51일 파업을 그저 상징적인 싸움으로만,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아야 할 사회적 과제가 있다. 노동조합 투쟁을 범죄화·불법화하며 지금도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것이 그 과제에 대한 응답일 수는 없다. 지금 한국사회가 다해야 하는 책임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호언하는 원청 자본권력에게 진짜 책임을 따져묻는 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요구해 온 하청노동자들의 권리와 저항과 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재판부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통해 지난 2년 동안 쌓아올린 사회적 원칙과 정의의 방향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

함께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그 결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형사고발-손배소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왔다. 2024년 한국사회가 여전히 “이대로 살 수는 없”는 사회라면,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박탈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 투쟁에 대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다시금 촉구하며, ‘보편적인 노동의 권리’에서 비껴난 노동자들과 계속 함께 할 것이다.

 

2024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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