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부][성명] 9년을 보내고 나서야 공단에 들꽃이 피었다.
[성명] 9년을 보내고 나서야 공단에 들꽃이 피었다.
“금일 AFK(Ashai Glass Co. Fine Techno Korea; 아사히글라스의 정식 명칭)로부터 도급계약 해지통보서를 받았습니다. 금일 오후반 출근조부터 정문출입을 제지한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2015년 6월 30일 아사히 글라스 사내 하청업체인 주식회사 지티에스(GTS)에 다니던 비정규직 178명 전원은 해고를 통지하는 이 문자를 받았다. 원청에도 없는 노동조합을 하청업체 직원들이 만들자, 아사히 글라스는 GTS와의 도급계약 전체를 해지하였다.
해고된 날로부터 정확히 3,300일째 되는 2024년 7월 11일 대법원은 조합원 22명 전부를 아사히 글라스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 9년은 조합원들의 아픔을 헤집으며 지나갔다. 영어학원에 가고 싶었던 딸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춥고 더운 천막에서 투쟁하던 조합원은 뇌출혈로 수술까지 받고 아직 입원 중이다. 회사는 월급도 못 받는 조합원들에게 아스팔트의 규탄 문구를 지우라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우리가 지켜본 금속노조 아사히 글라스 지회 9년의 투쟁은 노동자의 권리가 판결로 인정되는 역사였다. 법원이 일관되게 인정하는 법리를, 그들이 돌아오지 않을 9년을 보내며 피워온 꽃을 이제는 법이라는 열매로 만들 차례이다.
들꽃은 공단에 피었지만 아직 피지 못한 꽃이 더 많다.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를 해고한 케이엠텍, 화재가 나자 노동자 전원을 해고한 옵티칼 하이테크, 2023년 다시 사내 하청 노동자를 해고한 아사히 글라스까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되는 세상, 일하다가 병들면 해고되는 세상, 일하던 곳에 불이 나도 해고되는 세상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4. 7. 1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