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정보위][공동 논평] 코로나19 시기 이루어진 기지국 정보수집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를 묵인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4-04-25 206

 

 

[디지털정보위][공동 논평] 

코로나19 시기 이루어진 기지국 정보수집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를 묵인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헌법재판소는 2024. 4. 25. 구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제76조의2 제1항 제1호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코로나19 관련 이태원 기지국 접속정보 처리(이하 ‘이 사건 정보처리’)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했다(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마1028 결정). 위 결정은 광범위한 재량권을 허용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점을 정당화했다는 점, 약 1만명이 넘는 위치정보까지 수집한 이 사건 정보처리를 형식적 논리로서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에게 어떠한 구체적 요건도 없이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병원체보균자 및 감염병의심자에 관한 정보수집의 권한행사를 허용하는 법률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접촉이 의심이 되는 사람도 감염병의심자로 포함시키기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인적사항을 자의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근거로 1만명이 넘는 이태원에 방문한 시민들의 인적사항을 수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 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보건당국은 구체적 사안에서 비례원칙을 준수하여야”하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보건당국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광범위한 제한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법률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필요최소화해야한다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부인한 것과 다름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태원에 방문한 일반 시민들을 감염병의심자로 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시도 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제대로된 판단이 이루어진 것인지 의문이다. 

3. 이 사건 정보처리는 법률이 규정한 인적사항 뿐만 아니라 위치정보까지 함께 파악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는 법률상 근거없는 개인정보의 수집으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정보처리가 이미 종료되었음을 근거로 이 사건 정보처리의 위헌성을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정보처리와 같은 유형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 사건 정보처리에 의한 위치정보 수집의 문제가  ‘위헌성’이 아닌 ‘위법성’의 문제에 해당한다는 등의 논리로 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 이는 형식적인 논리로 이 사건 정보처리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회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4.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상황은 전 세계가 겪었던 위기이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도 기본권의 제약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세워온 기본원칙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 형식적 논리와 방역의 필요성에 치중하여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를 정당화한 결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스스로 세워온 기본원칙을 후퇴하여 해석하고, 형식적 논리로서 헌법적 문제에 관한 판단을 회피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4. 4. 25.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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