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번호 : |
24-03-여성위-02 |
수 신 : |
각 언론사 |
발 신 :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담당 : 서한솔 간사, 직통 070-5176-8165, seohs@minbyun.or.kr) |
제 목 : |
[민변 여성인권위][보도자료]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 |
전송일자 : |
2024. 3. 21.(화) |
전송매수 : |
총 16 매 |
[기자회견]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함께하는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2024. 3. 21.(목) 오후 2시, 민변 대회의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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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등과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위원장 오현희, 이하 ‘여성위’)에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를 대리하기 위해 2023년 10월부터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이하 대리인단, 단장 오지원 변호사)”을 구성하여 활동해 왔습니다.
2. 범죄피해자들은 형사절차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사건당사자이지만 형사사건의 당사자는 아니’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계속 들으며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참여의 기회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피해자가 소외된 상태에서 수사가 위법, 부실하게 진행될 때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진실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고,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3.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많은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변화시키고자 자신이 겪은 부실수사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자 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오후 2시, 민변 대회의실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4. 오늘 개최한 기자회견의 취재와 보도를 통하여 범죄 피해자들의 권리가 향상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언론인 여러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붙임 1: 기자회견 개요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와 함께 하는
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2024. 3. 21. (목) 14:00 / 민변 지하1층 대회의실
- 참석 및 순서
- 기자회견 전체 사회
- 조윤희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간사)
- 당사자(피해자) 발언
- 피해자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러, 음성변조 처리 등을 부탁드리며, 신원이 노출될 경우 민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 대리인단 및 국가배상 취지 소개
- 오지원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단장)
- 연대발언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혜정
-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송란희
- 질의응답
- 한주현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대리인단 국가배상팀장)
- 오현희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 문의 : 민변 서한솔 간사(02-522-7284, seohs@minbyu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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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붙임 2: 소송의 개요 및 주요 내용
1.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란
피해자는 2022년 5월 서면돌려차기로 강간살인을 당할 뻔했습니다.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피해자는 본인이 살고 있는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해자로부터 돌려차기 방식으로 머리 부위를 가격당해 쓰러진 뒤 온힘이 실린 발길질로 머리를 5차례나 더 세게 밟혔습니다. 머리에 집중된 가격으로 피해자는 기절했고 사건 당시에 대한 기억도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로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사건 이전과 같은 인지력을 회복하지 못했고 거동상의 장해도 남았습니다.
2. 사건 후, 피해자는 당사자인데 당사자가 아니다
사건 후, 피해자는 안 그래도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피해자는 수사 진행 상황, 가해자의 체포 여부 등에 대해 언론보도 이외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모든 사람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기억이 없는 상태여서 가해자의 주장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까봐 답답하고 불안했지만 막연히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사내용이나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는지 여부조차 마치 국가기밀인 양 피해자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수사절차에 참여할 수가 없었고 피해자의 신체에 남아 있던 증거들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은 살인미수로만 가해자를 기소했고 피해자는 주로 성폭력 사건의 증인에게 인정되는 비공개 재판을 받을 수도, 보호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법정에 갈 때마다 아무런 신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청석에 앉아 모자를 벗어야 했고 가해자와 눈이 마주칠 수 밖에 없었으며 가해자는 피해자 때문에 자신의 형량이 세어졌다며 보복협박까지 하기에 이릅니다.
피해자는 이처럼 가해자를 대면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픈 몸으로 법정에 직접 가서야 자기 사건의 증거들을 처음 알게 됩니다. 적어도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피해자는 씨씨티비에 7분의 사각지대가 있고, 성폭력 의심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그 때부터 발로 뛰어다니며 성폭력 증거들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관련 정보들을 1심 법원에 제출했으나 아무런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저는 12년 뒤면 죽습니다’라는 글을 쓰고 이 사건이 큰 주목을 받고 나서야 항소심 재판에서 겨우 최초 목격자를 증인으로 세우고 DNA 재검사를 진행하여 죄명을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변경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는 당시 어떤 내용의 성폭력이 있었던 것인지, 그로 인한 피해는 어디까지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3. 위법하고 부실한 수사, 피해자는 진실을 알 수 없고 가해자는 법을 비웃는다
묻지마범죄 등 각종 범죄가 하루도 빠짐 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고소 이후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잘 모릅니다. 막상 피해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어려움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왜 공무원들은 내가 아닌 가해자 편일까.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첫 번째 의문입니다.
법과 공무원들은 가해자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느낄 만한 현실임을 본 대리인단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 수사와 재판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마녀사냥식 처벌을 막고자 피고인의 인권 보장 위주로 짜여진 법입니다.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에 대해서도 일부 규정하고 있지만 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체계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있지만 이 법은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국가에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는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래서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기억을 잃거나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진실규명은 더욱 중요합니다. 법원도 그러한 경우 남은 사람들의 진실규명할 권리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초기 수사가 부실하고 위법할 때 피해자는 영원히 진실을 알 수 없고 국가는 가해자를 합당하게 처벌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법상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래와 같이 성폭력 의심정황을 모두 무시하고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수사의 밀행성만을 강조하며 피해자에게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증거 확보도 포기해 버렸습니다.
(1) 입건전조사보고서에는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고, 피해자의 상의 티셔츠는 반쯤 올라가 있었고, 하의지퍼는 열려 있었으며 신발도 벗은 상태였다’는 점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피해자가 스스로 술에 취해 쓰러진 것으로 판단하고 최초 목격자 등 성폭력 의심정황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2)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성폭력 의심정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원고 신체 등에 남아 있었을 증거 수집 및 현출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피해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계속 항문에서 출혈이 있었고 의사는 항문의 찢긴 형태가 다발성이어서 성폭행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이지만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입증은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습니다.
(3) 경찰은 DNA 감정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속옷을 수거하여 감정을 실시하였으나 속옷 밴드 부분을 닦은 면봉에 대해서만 감정이 이뤄져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DNA 재검사를 했을 때 원고의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되었습니다. 청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고 속옷이 제대로 입혀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목격자 등이 알고 있었으므로 이들을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DNA 감정도 처음부터 제대로 실시될 수 있었습니다.
(4) 가해자는 범행 직후 강간, 강간미수 등 성폭력 범죄를 의미하는 단어를 수차례 검색한 것이 핸드폰 포렌직 결과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가해자가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는데도 이에 대해 더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4.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의미와 범죄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향후 활동계획
피해자는 사건 이후 많은 범죄피해자들을 만나며 자신과 같은 경험이 특수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운 좋게 살아 남은 자신이라도 반드시 이 문제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관련 활동을 열심히 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약속들이 행해지고 있지만 과연 그 약속들이 얼마나 현실에서 이행될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나아가 법이 바뀐다고 해도 경찰, 검찰, 법원 등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기관의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현행법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법보다 더욱 부족한 것은 법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려는 법집행자들의 의지이며 피해자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관점과 능력입니다.
피해자와 대리인단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우선 본 사건에서 위법하고 부실한 수사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합니다. 배상금을 받거나 공무원들 개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소송의 목적은 아닙니다. 잘못은 분명히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와 수사기관이 범죄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을 부담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잘못된 관행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수사의 밀행성만을 강조하여 피해자에게 아무런 진행사항이나 정보를 주지 않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마저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나아가 대리인단에서는 국가배상청구 이외에도 그간 많은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해 왔던 형사절차에서의 피해자 권리 미보장 및 소외 문제를 하나하나 드러내고 개선을 촉구합니다.
(1)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반면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은 전적으로 재판장 허가에 의존하고 이의신청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형사소송법이 피해자의 기록열람등사의 범위를 소송 기록 전체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음에도, 열람등사 허가여부를 재판장의 광범위한 재량판단에 의존하고 있고 피해자는 이에 대해 어떠한 불복도 할 수 없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자기 사건에 대한 알권리는 여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범죄피해자보호법이 피해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추상적,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알 권리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절차적 참여권 역시 그것을 보장하기 위한 안내 등이 미흡하고 실무에서는 제각각입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 제10조의 수사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3) 양형심리가 실질화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의 사건에서 공판검사가 피해자와 소통하여 양형가중사유를 주장하는 등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피고인의 주장과 소명 위주로 양형심리가 행해지고 피해자의 참여권, 진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채 법원에만 반성문을 제출해도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형이 이뤄지는 등 관행이 여전하여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2019. 4. 27.~2020. 4. 26.)에 따르면 성범죄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 4,824건 중 강간죄의 경우 53.1%에 대해 기본영역에서, 44.5%에 대해 감경영역에서, 불과 2.4%에 대해서만 가중영역에서 선고형량이 정해졌습니다.
특히 (1)항과 관련, 대리인단에서는 기록열람등사청구를 했다가 불허된 피해자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자 하였으나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6555)이 국무회의를 통과(2024. 2. 27.)하여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라 일단 보류하였습니다. 향후 새롭게 구성되는 22대 국회와 함께 기록열람등사권 관련 개선사항들을 다루는 입법 촉구 토론회를 개최하고, 위 개정안이 제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범죄피해자의 권리와 인권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형논란 및 사법불신을 해소하고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국가배상 청구를 비롯한 관련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붙임 3: 기자회견 발언 내용
※ 아래에 있는 발언 내용으로 보도가 가능합니다. 다만, 현장 발언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아래 내용을 참고하시면서 현장 발언을 우선하여 보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발언
안녕하세요 .부산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입니다
범죄 피해자들을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범죄피해자로서 국가배상을 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과실이라고, 실수라고 얘기하겠지만 범죄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의 실수는 치명적입니다.
처음에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가 연계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센터가 연계되는 게 당연할 거라는 것은 재판이 끝나고서야 알았습니다.
누가 공격한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모든 사람을 두려워해야만 했습니다.
그 500일동안 저는 대한민국에서 혼자인 것만 같았습니다. 수사기관은 저란 존재가 없는 듯 굴러갔고 저는 지독하게도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사진을 제대로 찍지 않은 점, 목격자의 진술을 묵인한 점, 가해자의 휴대폰 포렌식 결과를 보고서도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니 가볍게 넘어간 점, 7분의 사각지대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은 점 등등
제가 기억을 잃으니 가해자의 말이 모두 진실이 되었고 저는 어딜가나 소외당했습니다.
성폭력 재판이 아니였기에 비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없었고 방청객으로서 가해자의 얼굴을 저는 바로 앞에서 봐야만 했습니다. 수많은 과실들이 저를 더욱 더 고통스럽게 했고
국가가 가해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차라리 죽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수차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알아보고자 노력하는 제 모습을 오히려 수사기관과 법원 분들은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심지어 재판부는 열람권을 거부하여 민사를 걸었야했습니다. 이로인해 주소가 노출되면서 보복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아직도 이 보복범죄 재판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범행을 인정한다며 8년을 감형했지만 여전히 구치소에선 보복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법원을 다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2심에서야 성범죄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알 수 있었지만 3심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이 사건의 진실은 알지 못합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그냥 재수가 없는 사람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범죄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 소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범죄피해자들이 사법체계에 가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부실수사, 기습공탁, 어이없는 양형기준, 소외된 범죄피해자의 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상당한 범죄피해를 회복하는 데에도 벅차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또한 그랬습니다.
한 때는 사법체계에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눈치만 보는 피해자였기도, 한 때는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아무런 대처도 못하던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와 달리 기적적으로 회복했기에 제가 그 몫을 하려고 합니다.
개인이 부담하기 어렵고 오래걸리는 과정임에도 감당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국가배상이 범죄피해자 권리강화에 크나큰 메세지를 던지는 기회가 되고 기억상실장애를 겪고 있는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수사 매뉴얼 구축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범죄피해자들이 최소한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도록 피해자 권리가 보장되었으면 합니다.
범죄피해자는 어느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가족이 이런 불합리한 일을 겪지 않도록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이왕 가해자에게 죽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싸울게요. 아직 안 죽었으니까.
감사합니다 |
2. 대리인단 및 국가배상 취지 소개(대리인단 오지원 단장)
피해자분의 말씀을 잘 들어보았습니다.
저희 대리인단 변호사들은 다양한 피해자들을 대리한 경험이 많은 분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진주방화살인사건, 중곡동살인사건의 유가족들을 대리해서 국가배상청구를 한 경험이 있고 성폭력 등 다양한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피해자분 말씀과 같은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왔습니다. 살인방화사건 피해자들, 스토킹을 당하다 칼에 찔린 피해자, 가정폭력을 당해 뇌사상태가 된 정황이 많은데 술취해 넘어진 것으로 무혐의처분이 나 버리는 것을 지켜본 가족, 수십억대 사기를 당한 피해자,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 회사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가족들, 피해 유형이 다 다르지만 형사절차에 대해서는 같은 경험을 얘기합니다. 왜 법은 가해자 편이죠? 왜 피해자인 저에게는 진행상황을 안 알려줘요? 왜 피고인한테는 통지가 가는데 저희한테는 통지를 안 해줘요? 왜 이런 결론이 났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질 않아요?
오늘 발언한 피해자분 뒤에는 수많은 유사 경험을 한 범죄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경험은 우리의 형사절차에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 피해자들은 범죄를 겪고도 자기 자신을 탓했습니다. 죽을 뻔한 피해자들은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이런 고통은 안 당했을 거다 생각했다는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런데 법과 공무원들은 절대 가해자 편이 아닙니다.
그들은 균형을 잡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형사사건은 국가가 피고인을 처벌하는 구조이고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1차적으로 수사기관입니다. 수사를 하는 경찰관이고 검사이고 재판에서는 공판검사입니다. 이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경찰청, 법무부입니다. 물론 수사기관은 편견을 가지면 안 되고 1차적으로 피해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피해자와 소통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사기관이 후자에 대해서 거의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피해자에게도 수사의 밀행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통해야 할 사항조차 소통하지 않고 실체 진실을 놓치고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모릅니다.
이 사건에서 저희가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입니다.
보도자료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듯이 이 사건에서 수사 초기 성폭력의 단서들은 많았습니다. 경찰은 범행 직후 씨씨티비를 확보했고 씨씨티비에서 가해자가 돌려차기를 해서 피해자를 실신한 뒤 들쳐업고 사각지대로 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가해자가 도망친 후 최초 목격자는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것을 보았고, 현장에는 머리에서 피가 흐른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에서는 성폭력 증거들을 수집하지 않았고 DNA 검사를 의뢰하면서도 성폭력 정황은 배제해 버렸습니다. 사건 직후 머리를 너무 맞아서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에 인지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던 피해자를 조사하면서도 그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법원에 직접 방청을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방청 과정에서도 피해자는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모자를 벗으라는 요구를 받고 가해자와 눈이 마주쳐야 했지만 그제서야 수사기관이 전혀 알려주지 않았던 자기 사건의 증거들을 처음 알게 된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협박에도 계속 법정 출석을 하고 증거수집을 위해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이런 현실에서 형사소송법과 범죄피해자보호법상 피해자의 참여권과 진술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습니까.
이제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들을 보도자료에 보다 자세히 기재해 두었습니다.
2019년 통계상 강간죄의 선고형량 중 기본영역에서 선고된 사건이 가장 많긴 하지만 감경영역에서 선고되는 비율이 가중영역에서 선고되는 비율보다 10배나 많았습니다. 이러한 양형 논란과 사법불신도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만큼은 용기낸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우선 국가배상청구를 통해 수사부실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나아가 범죄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 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특히 기록열람등사청구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 헌법소원을 준비하였는데 관련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일단 보류하였습니다. 추후 법안 통과가 되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인데 열람등사 거부로 고통을 받은 피해자분들은 특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
3. 연대발언 1(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혜정)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대리인단의 국가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지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0년대 초반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해 본격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연구서 ‘성폭력 관련 공판에서의 2차 피해와 피해자의 권리’에 따르면 두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절차에서 피해자가 없는 문제이고, 하나는 성폭력, 즉 폭력과 범죄를 이해하지 못해 책임이 피해자가 전가되는 내용적인 문제였습니다. 199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피해자권리를 선언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3년 성폭력피해생존자 권리헌장을 발표하고 이런 내용이 초석이 되어 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2008년 범죄피해자 권리선언을 하게 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도 그간 생겨났습니다.
1994년 비공개재판신청권, 피고인퇴정요청권, 피해자 신상정보와 사생활비밀 보호권, 1997년 신뢰관계인 동석제도, 2003년 신문시 중계시설 및 차폐시설 활용, 2006년 성폭력 전담 수사 재판부 등. 그러나 이것은 국가의 성과와 자랑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과 고난의 행렬 끝에 생겨난 제도의 일부입니다.
2004년 일어났던 밀양 여성중학생 대상 집단 성폭력 사건은 수사기관의 최악의 성폭력 사건 수사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수십명에 이르는 집단 성폭력 가해자들을 모아놓고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지목하게 하고, 경찰관이 피해자를 탓하는 말로 모욕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최초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저지른 이러한 가해자를 절차상 내용상 우선값으로 두고,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책임전가하는 행위는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러한 사회에서 피해자는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합니다.
국가대상 손해배상청구는 국가의 책무, 보호 의무, 주의 의무를 확인하고 판례로 남겨 모든 현장에서 적용하게 하는 적극적인 시민의 정당한 요구입니다.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공공적 노력과 활동을 다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그 과정을 옆에서 조력하는 대리인단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수많은 술과 약물에의한 준강간 사건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피해자가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서 피해자는 최소한의 신체적 보호, 증거확보를 할 수 없고, 가해자의 일방적인 증거인멸과 보복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가해자 주장에 의한 수사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의식을 상실하게 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방식과 정확성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사건은 성폭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이 누락되고 성폭력이 아닌 범죄로 입건, 조사되고 송치 기소된 사건입니다. 수많은 디지털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성폭력특별법에 명시된 범죄혐의가 있으면 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가 안내되거나, 안내될 가능성 안에 있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그 제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성폭력 전반에 대해서 ‘성폭력’으로 인식하고 그에 입각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엄중히 처벌하게 하는데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속에서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사건은 가해자가 알지 못하는 사람을 피해자로 겨냥하고 일상의 예상과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범행을 행하고, 범행 전에 강간, 강간미수를 수차례 검색했던, 사건 이후에는 보복협박까지 했던 최근 발생하는 ‘증오범죄’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수많은 여성혐오, 약자증오 범죄의 피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서울 신림 공원에서 성폭력, 살인을 겪으신 피해자가 떠오릅니다. 수사기관은, 검찰과 법원은 증오범죄의 성격, 경로, 위험성, 피해자 보호 필요, 양형에 대해서 연구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이번 사건은 완전히 수사의 허점과 중요한 지점을 모두 놓치는 것을 다 드러냈습니다. 무차별 약자를 범죄의 타겟으로 삼고 저지르는 증오범죄는 국가가 면밀히 보호, 주의 책무를 발동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상황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젠더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이 사건의 국가대상 손해배상소송 과정을 지켜보고 할 수 있는 연대를 이어갈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 응원을 요청합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책임 인정과 배상, 무엇보다 구조적인 대책 마련의 이후를 지켜보겠습니다. |
4. 연대발언 2(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송란희)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엇이 증거가 되었는지, 무엇이 증거가 되지 못했는지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피해자’가 된 당사자일까요, 범죄를 저지르고 ‘방어’를 해야 할 가해자일까요. 이 우문 앞에 오늘 국가배상 소송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어떤 피해든 예방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모든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면, 피해자를 잘 보호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그다음의 조치가 될 것입니다.
이런 당연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성폭력은 피해자 본인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으로,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이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나의 몸과 마음, 일상생활,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 내게 일어났고 일어날 일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차원에서 통제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수사·재판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일 뿐 아니라, 피해 회복에도 매우 중대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 중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한 사건을 추려 통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여성이 살해된 사건도 함께 분석하였는데요. 작년 한 해, 최소 4.14일에 한 명의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범행 동기가 언급된 사건 중에서는, 성폭력을 하기 위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30.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이 사건처럼 살해당하거나 그에 준하는 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그 목적이었던 성폭력까지 겪는 일이 빈번하다는 뜻입니다. 언론 보도만을 기준으로 한 통계이므로, 실상은 더욱 심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건의 피해자들은 본 사건처럼 자신에게 일어난 피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의 책임이 있는 국가가, 수사기관이 그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 사건 피해생존자의 용기에 지지를 보냅니다. 나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고, 그래서 사회가 바뀌어야만 한다는 앎과 실천은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일인지요. 이 여성이 많은 피해자들과 함께 걸어가는 그 길의 끝에는 반드시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응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우리 사회가 겨우 이만큼 왔습니다.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폭력에 대한 이름이, 인식이, 법률이, 제도가 피해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이제 미흡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알권리를 확장할 또 한 번의 순간 앞에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와 함께,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이번 국가배상 청구소송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늦었지만 잘못을 바로 잡는데 함께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피해자들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 하겠습니다. |
[보도자료 다운로드] MWRC20240321_보도자료_범죄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국가배상 청구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