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PHMG, PGH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국가책임을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24-02-07 125

1. 서울고등법원은 2024. 2. 6. PHMG, PGH를 원료 화학물질로 사용한 세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대한민국과 가해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4. 2. 6. 선고 2016나2086563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

2. 제1심은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 등은 모두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른 것으로서 그 과정에 대한민국 소송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으나,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심사 및 그 공표 과정에서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특히 환경부장관 등이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해 용도 및 사용방법에 관한 아무런 제한 없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공표하는 경우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화학물질이 심사된 용도 외로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물질 자체의 독성 등 유해성이 일반적으로 충분히 심사‧평가되지도 않아 이 사건 화학물질에 대해 불충분하게 유해성심사를 하였음에도, 그 결과를 성급하게 반영하여 일반적으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고시하여 국가가 해당 물질 자체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한 후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한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가해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시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사법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사건 판결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위자료의 액수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구제급여를 지급받았다는 고려하여 원고들의 위자료를 산정하였는데, 일부 원고에게는 원고들이 구하는 고유위자료에 상당하는 구제급여조정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도 원고들이 기지급받은 지원금, 구제급여 액수 등을 고려하여 1인당 300~500만 원의 위자료를 산정하였다. 청구가 기각당한 원고들의 경우에는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딸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사망을 한 경우이고, 청구가 인용된 원고들의 경우에도 현재 중학생인 아들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상해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평생 동안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 사건 판결에서 인정한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원고들의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가해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이 사건 판결을 환영하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원고들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판단함에 있어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을 최소한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판단을 하길 촉구한다.

 

2024. 2.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조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