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논평] 실거주 목적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2023-12-20 93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에 제8호에 따른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 갱신 거절과 관련하여 그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를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을 환영한다.

2. 2020. 7. 31. 임차인의 주거권 강화를 위해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예외적으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에는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을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된 이후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이에 대하여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에 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임차인이 이를 주장·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 사실상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에 대한 입증책임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신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바, 위와 같은 법해석은 사실상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나가라고 하면 임차인은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더욱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임대인에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위 조문체계상 예외사유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하급심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다.

3.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고 밝혔으며,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인정될 수는 없고,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될 때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한 뒤,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ㆍ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4.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 및 강화라는 계약갱신요구권 도입 취지 및 입증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적 법리에 따라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리를 확인했고, 이로써 기존의 잘못된 하급심 판결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우리 사회의 불균등한 주택 분배로 인하여 임차인의 주거는 언제나 불안하다.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아주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그동안 법원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제라도 개정법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법원은 잘못된 법 해석을 하는 경우 개혁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무겁게 상기하고, 향후 주택임대차 분쟁 사안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2023년 12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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