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논평] 故 김용균 사건의 원청과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을 규탄한다
[논평]
故 김용균 사건의 원청과 대표이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을 규탄한다
대법원은 오늘(12월 7일) 故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원청과 대표이사가 무죄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18년 12월 10일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5년 만이다.
이 사건은 원청에 폭넓은 책임을 지우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2020년 1월 16일 시행, 이른바 ‘김용균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개정법이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청의 책임을 좁게 보는 구 법에 따르더라도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건이었고, 실제로 제1심도 원청에 벌금 1천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구 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소속 노동자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사정이 있으면 사고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왔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등 참조).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은 ‘불법파견’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원청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의 증거가 차고도 넘쳤다. 김용균 노동자와 동료 노동자가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원청이 하청에게 보낸 공문은 모두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업무보고를 받은 증거였다( ‘소화전 밸브가 안 닫힙니다. 조치하여 주십시오’, ‘낙탄 안쪽까지 청소 바랍니다’, ‘벨트 낙탄 많습니다. 즉각 조치하여 주십시오’, <중앙일보, 2018년 12월 21일 자 기사, “카톡으로 하청직원에 업무지시” 서부발전 ‘불법파견’ 정황). 그럼에도 원청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원청 대표이사와 태안발전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하급 부서인 기술지원처가 김용균 노동자 사망의 원인이 된 ‘석탄 취급 설비’와 관련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상급자인 본부장과 대표이사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 즉 법인에게 안전조치의무를 지운다. 법인을 대표하여 업무를 집행하는 것은 대표이사다. 이미 서부발전에서는 여러 차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과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었고, 하청노동자의 안전이 방치된 채로 업무수행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안전에 관하여 무관심했던 상급자의 죄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 젊은이의 삶이 미처 꽃을 피우기도 전에 끝났다. 그 죽음의 무게에 관하여 대법원이 숙고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김용균 노동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어둡고 비좁은 곳으로 자신의 몸을 집어넣어야 했는가. 왜 법원은, 원청이 위험한 작업에 관한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았음에도 책임이 없다고 보았는가. 2심판결이 내려진 지 10개월 만에 선고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섣부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법원은 젊은 노동자의 죽음에 무관심하고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2023년 12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