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성명] HIV에 대한 혐오를 떨쳐내지 못한 에이즈예방법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2023-10-27 111

 

[성명]

HIV에 대한 혐오를 떨쳐내지 못한

에이즈예방법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1. 어제(26일) 헌법재판소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과 처벌조항인 제25조 제2호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9인의 재판관 중 5인이 위헌 의견을 냈으나 위헌정족수에는 미치지 못하였기에 나온 결정이다. 

2.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실무적으로 이 조항은 약을 복용하여 바이러스가 미검출됨에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행위를 한 HIV 감염인을 처벌하는데 적용되어 왔다. 바이러스가 미검출(Undetectable)되면, 타인에게 전파가능성이 없다(Untransmittable)는, U=U가 이미 다수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낡은 편견과 혐오에 기반하여 HIV감염인을 처벌해 온 것이 바로 심판대상조항인 전파매개죄이다. 

3. 그리고 합헌의견을 낸 4인의 재판관 역시 U=U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견해임을 확인하고  현재의 의학수준과 국민의 법의식 등을 반영하여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구체적 판단에서는 ‘의학적 치료를 받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전파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감염인이 예방조치 없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지 않고 한 행위’는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심판대상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4. 그러나 U=U의 의미는 약을 복용하여 바이러스가 미검출인 HIV 감염인은 타인에게 전파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그 외에 별도의 예방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합헌의견은 감염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으면 ‘전파매개행위’가 된다며 자신들이 앞서 설시한 내용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합헌의견도 인정하듯이 심판대상조항은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아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을 왜곡시키면서 합헌의견을 내려야 했던 근저에는 결국 HIV에 대한 혐오와 낙인이 자리잡힌 것이 아닌지 강력히 물을 수밖에 없다.

5. 이에 대해 위헌의견을 낸 5인의 재판관은 HIV감염인이 치료를 받아 바이러스 미검출, 즉 전파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을 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일부 위헌의견을 냈다. 특히 “치료가 곧 예방이라는 의학적으로 확립된 개념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이 감염인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도 입법목적 달성에 더욱 효과적인 대안이 된다“이 된다는 판시는 향후 HIV/AIDS에 대한 법정책에 있어서도 참고해야 할 중요한 지적이라 할 것이다. 

6. 비록 위헌정족수 6인에 미치지 못하여 전파매개죄가 존속되는 상황이 되었지만, 다수의 재판관이 그 위헌성을 이야기했다는 점과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들조차 U=U를 받아들였다는 점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여 더 이상 심판대상조항을 무분별하게 적용하여 HIV감염인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U=U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현재의 의학적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인권에 기반한 HIV/AIDS 정책을 펼쳐야 한다. HIV감염인의 인권이 보장될 때만이 치료와 예방이 가능해진다. 우리 위원회는 낡은 혐오와 편견에 맞서 모든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때까지 계속해서 함께 할 것이다. 

2023.  10.  2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박 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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