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기간 동안 병원에서 출생하여 신생아 예방접종을 받았으나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 존재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 중 1%인 23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지시하였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조사 결과 2023. 6. 22. 현재까지 23명 중 3명의 아동이 살해되거나 사망하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10여 년의 논의 끝에, 뒤늦게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정부안(일부개정법률안 2114860)으로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진전도 없던 중 드러난 사실들이다. 정부안 외에도 의료기관의 출생통보 절차를 명시한 다수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 이미 발의되어 있었다. 출생신고의 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 행정기관의 의무는 결코 새롭지 않다.
아동의 출생사실과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출생이 신고되지 않은 아동을 지자체 등이 직권으로 기록하는 출생통보제가 진작에 마련되어 있었다면, 5년 전 발생한 아동 살해 사건이 이제서야 밝혀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출생 미등록 아동 학대는 2018년 95건, 2019년 89건, 2020년 74건, 2021년 74건에 달한다. 그런데 학대 피해를 당한 이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아동이 지금도 2천여 명 가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감사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보이나, 애초에 국내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하여는 추산치조차 없으니, 출생미등록 아동의 위기 가능성은 그 이상일 것이다. 아동권리의 보장은 어떠한 조건도 요구되지 않으며, 그렇다면 지금의 충격도 반쪽짜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안은 명백히 국가의 책무 위반이다. 이미 갖고 있는 통계만으로도 지켜낼 수 있는 아동을 수년간 놓쳤다. 그 사이에 수많은 아이들이 사망했고, 사라졌다. 왜 출생신고가 인권의 기초이며, 출생등록을 위한 사회 각계의 협력과 동참이 필요한지 시사하는 중대한 사례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이 시점에서 보호출산 특별법안(익명출산제)을 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오히려 부모가 자녀의 출생을 당연히 알리도록,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의 미비를 인정하고,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22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호출산제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의 보완적 방안으로 생각한다”는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모의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러한 접근방식으로는 그 누구도 보호할 수 없다. 오히려 아동의 뿌리를 알고 정체성을 가질 권리, 양육과 보호의 청구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이다. 어떤 임신과 출산은 은폐되어야 할 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기도 하다. 익명출산제가 사실상 시행되는 국가에서도 영아살해, 아동유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경험적 증거이다. 익명출산제가 아니라,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어떻게 완비할 것인지 논의해도 부족할 시간이다.
정부는 2천여 명의 출생미등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만시지탄의 우를 조금이나마 수습하기 바란다. 이때의 전수조사에서 파악해야 할 실태는 ‘아동의 삶’이어야 한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해야 할 사회 공동의 책무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위하여 조속한 입법과 행정상 조치를 다하라.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회기 내에 출생통보제 도입을 비롯해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23. 6. 23.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연명단체명, 가나다 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법센터 어필, 국제아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브라더스키퍼, 뿌리의 집,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유엔난민기구,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플랜코리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사례지원, 인식 제고 캠페인, 입법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22개 단체(2023년 6월 기준)가 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