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한 특수본의 수사결과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3-01-13 110

[공동 논평]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한

특수본의 수사결과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이태원 사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출범 이후 74일만인 2023. 1. 13.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24명에 대해서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행전안전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에 대해서는 사고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등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사를 종결하였다. 특수본은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소극적인 수사와 법리해석을 통해 10. 29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재난 관련 법령에 따른 의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특수본 수사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 특수본은 처음부터 행안부 장관, 경찰청, 서울시를 법리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리상 수사 대상이 아니니, 업무상 과실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즉, 이들이 핼러윈 축제행사에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는 아예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기관들이 2017-2021년 5년동안 대규모 인파운집에 따른 대비를 해왔음에도, 2022년에만 인파 운집을 예견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오히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점은 일반 시민들도 예견한 내용이다.

 

3. 한편 특수본이 행정안전부·서울시·경찰청 등 기관에게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게 특정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주의의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법리해석이다. 특수본의 위와 같은 법리해석은 사실상 특정지역에 발생하는 자연적, 사회적 재난에 대해 예방ㆍ대비ㆍ대응의무를 지는 기관들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론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대규모 인파운집에 따른 대비를 해왔다는 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더 많은 인파가 운집할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예측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위 기관들에게 구체적 주의의무는 인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특수본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안전부장관 및 서울시 차원의 예방 및 대비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과거 성수대교 붕괴 사건에서 재난 관련 법령이 없었음에도 안전점검을 하지 아니한 공무원들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을 인정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과 같은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서 제정된 오늘날 재난 및 안전 관리 관련 법령 및 조례는 행정안전부장관과 서울시의 재난의 예방과 대비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과 조례를 통해 명시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게 구체적 주의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는 특수본의 법리해석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한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수본은 인파 관리가 자치경찰사무로서 경찰청장의 사무도 아니고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에 따라 위험방지조치에 대한 구체적 의무를 지는 기관이다. 만약 위와 같은 내부분장 및 보고체계의 문제로 경찰청장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참사를 방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양 기관이 구체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양기관은 서울 경찰청과의 긴밀한 보고체계와 대비체계를 고려했을 때, 공범으로서의 책임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특수본은 위와 같은 소극적인 법리해석에 기초하여 행정안전부·서울시·경찰청 등 재난에 대해 예방ㆍ대비ㆍ대응의무를 지는 기관들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했고,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조사하지 않았다. 즉 핵심 책임자들에게 애초에 수사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잘못된 시각으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4. 나아가 특수본은 출동하지 않은 경찰 공무원, 근무지를 이탈한 소방 공무원, 상황전파를 하지 않은 서울시 및 구청 공무원들의 행위를 범죄에 이르지 않는 직무상 비위라고만 보았다. 이들의 행위는 적어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참사의 발생과 인명피해 확대에 관여한 과실행위자로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5. 특수본 수사에 참사 피해자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되었음도 지적한다. 10. 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미 수차례 수사촉구 등을 진행하면서 특수본의 수사내용이 피해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 유가족협의회는 2023. 1. 12. 특수본에 수사결과를 유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것을 선행하고 수사종결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사 피해자들인 유가족들이 최소한의 설명을 받지 못한 특수본의 수사는 국제인권기준 등이 형사절차에서 요청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에 어긋나는 수사로서도 부당하다.

 

6. 특수본의 수사결과는 기존에 우려했던 것과 같이 윗선에 대한 수사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셀프수사’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꼬리자르기식 수사 목표를 정해 놓고 적당한 수준의 수사만 가지고 마무리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본격적인 윗선 수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특수본의 수사결과는 진상규명의 관점에서도 명확한 한계를 보여준다. 참사 발생 직후 개별 희생자들이 사망한 시점, 부적절한 대응, 참사 이후 수습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부적절한 조치에 관한 수사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는 특수본의 수사결과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3. 1. 13.

10. 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M20220113[공동 논평]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한 특수본의 수사결과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최종.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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