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논평]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를 형해화시키는 2021다266631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를 형해화시키는
2021다266631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1. 대법원은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이라 함) 계약갱신요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후에 임차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을 인정하였다(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이하 ‘대법원 판결’이라 함).
2.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한 개정 주임법의 입법취지를 사실상 몰각시키는 것과 다름없어 우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3. 종래 임차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임대차기간이 2년에 불과하여 임차인의 주거가 불안정하였고 이러한 상황이 30여 년 간 이어져 왔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국회는 2020. 7. 31.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되는 임대차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뒤늦게나마 도입한 것이다.
4. 이후 실무에서는 임대인의 반발이 있었지만, 시장참여자들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행사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체결여부를 결정하면서 계약갱신요구권은 주택임대차시장 및 매매시장에 빠르게 적응되어왔다. 또한 공인중개사는 갱신요구권 행사여부를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어 매수인은 매수 전 갱신요구권 행사를 충분히 고려하여 매수한다.
그런데 대법원에 의하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이 갱신거절할 수 있어 ‘실거주 예정자에 대한 매도’라는 새로운 갱신거절 사유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실거주의사가 없는 임대인이 “매도”를 이유로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된 것이다.
5. 대법원은 개정 주임법의 입법취지가 임차인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하여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판시하였으나, 주임법 본래의 제정취지, 갱신요구권의 신설 취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 강화이며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가 아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갱신거절 사유를 추가한 것은 대법원이 사실상 입법을 하는 것으로서 이는 권력분립에 반한다.
6. 계약갱신요구권은 형성권으로 갱신요구시 갱신거절 사유가 없는 한 바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갱신 거절 사유의 존부는‘갱신요구 당시’ 임대인에게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한다. 따라서 갱신 요구 후 매수인은 갱신 요구 당시 임대인에게 갱신거절 사유가 없어서 갱신된 임대차를 승계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으로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고서도 실거주의사가 없었던 임대인이 언제 실거주 매수인에게 매도할지 알 수 없어 언제든지 갱신을 거절당할 수 있어 임차인의 주거가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
7. 대법원 판례는 갱신요구권 시행 전 매수계약을 체결한 사안으로 매수인이 갱신요구권 시행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안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구체적 타당성과 무관하게 예측가능성이 있는 사례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되도록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갱신요구권이 도입된 지 2년이 넘었고, 공인중개사는 갱신요구권 행사여부를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어 예측가능성이 확보된 현재에도 임대인이 언제든지 실거주 예정 매수인을 구한다면 임차인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8. 현재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시행 초기의 혼란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거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주요국은 갱신요구권과 임대료 규제 등 주거 안정 정책을 지속하며 임차인이 의무를 다하는 이상 주거의 안정을 두텁게 보장해왔다.
9. 이번 대법원 판결로 뒤늦게나마 신설한 계약갱신요구권의 실효성이 사실상 형해화될 우려가 커진 이상 국회는 계약갱신요구권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갱신요구를 받은 임대인이 일정한 기간 내에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하여 서면으로 갱신거절을 하지 아니한 경우 갱신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 특히 실거주 사유에 대하여 실제 거주하려는 자와 거주가 필요한 사유를 기재하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임대인에게 지도록 하는 등의 보완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2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이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