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논평] 미성년 자녀를 둔 자에 대한 성별정정을 허가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논평]
미성년 자녀를 둔 자에 대한 성별정정을 허가한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1. 대법원은 오늘 성확정 수술을 마치고 여성으로서 생활하고 있으나,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어 성별정정허가가 기각된 자에 대한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취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22. 11. 24. 선고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불필요한 요건을 들어 트랜스젠더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던 결정들을 되돌아보며, 우리 위원회는 이번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취지의 대법원 결정을 환영한다.
2.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변경된 2011년 대법원 결정에서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음에도 성별정정을 허용한다면 미성년자인 자녀의 입장에서는 법률적인 평가라는 이유로 부(父)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모(母)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그러나 이미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러운 가족관계가 형성된 경우 등에서는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자의 복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 이를테면 부모의 성정체성에 따라 확인된 진정한 성이 있음에도 그 성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성이 일치하지 않는 상태가 방치되고 있다면, 그로 인하여 다른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특히 미성년 자녀의 부모의 성별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하는 혼란으로 인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대한 침해가 더 중대할 수 있는 것이다.
3. 그런데도 이전 결정들은 자세한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미성년 자녀의 보호나 복리’와 같은 모호한 가치만을 들어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 표기를 정정할 수 없다고 보아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 살펴볼 수 있듯,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는 성별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사회적·법률적으로 친자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으며,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과는 별개로 여전히 자녀에 대한 그들의 부모로서의 의무는 달라지지 않으며, 부모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 과정을 거쳐야 할 뿐이다.
4.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선언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며,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트랜스젠더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혼인 중에 있는 자는 여전히 성별정정을 할 수 없으며, 불임 요건 또한 사실상 강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성별정정에 요구되는 불필요한 요건들을 없앨 수 있도록 계속하여 요구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22. 11.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위원장 대행 김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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