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대응TF][성명] ‘10·29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동의 없는 명단공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성명]
‘10·29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동의 없는 명단공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1. 한 언론사가 2022. 11. 14. ‘10·29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일부 정치인들이 희생자 명단의 적극적인 공개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TF는 일부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2. 모든 사람은 헌법 제10조, 제17조, 제37조 제1항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누군가의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는 물론 사인에 의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간섭으로부터의 적절한 보호가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법원도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 즉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인정하고 있으며(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개인정보보호법이 민간을 포함한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처리에 있어 ‘동의’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재난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 등 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국제적 준거규범이라 할 수 있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및 배상의 권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인격과 내밀하게 연결된 프라이버시의 공개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상에서 살펴본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단이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도 필요하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필요하다.
4. 정부가 희생자 유가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 추모와 애도를 위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 사회적 추모, 연대를 목적으로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이 합치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TF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개된 ’10·29 참사’ 희생자의 명단이 확대, 재생산 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요청한다. 더불어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에게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하여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
2022년 11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