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헌법재판소는 다시 한 번, 구시대의 잘못된 제도에 면죄부를 부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22. 7. 21.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결정하였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31일 선고된 2017헌마1343 등 결정과 동일한 결론이다.
3월과 이번 결정의 주된 요지는,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새로운 자격제도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재량에 해당하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어 헌법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임이 지난 성명을 통하여 지적한 바와 같이, 문제가 되는 법률보다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식의 신규 입법 또는 제도의 도입이라는 대안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함께 선고한 다른 위헌법률심판 사건들에서도, 금지되는 범위를 한정하여 기본권을 덜 제약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하다면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구체적인 제도를 어떻게 설정할 지 결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몫이나, 과도하게 기본권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 그 자체에 대하여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왜 이 사안에서만 다른 방향으로 판단이 내려졌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안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이 저촉되지 않는다고 본 이유는, 타투시술을 위한 새로운 자격제도를 신설하거나 시술의 방법만을 규제하는 등의 입법례가, 의료인이 직접 타투시술을 수행하게 하는 것만큼의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여 현행 의료법 규정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투시술은 시술 방법이 정형화되어 있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 내지 위험성이 한정적이다. 당연히 의료인의 직접 수행이 가장 높은 정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여타의 의료 시술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타투시술에까지 같은 방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를 고집하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불법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시술이 조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입법 목적 달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타투시술은 인체에 관한 전문성 외에도 창의성과 아름다운 표현을 위한 기술이 함께 요구되는 행위이다. 의료인의 수행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언정, 타투의 예술성과 기술의 숙련도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재 해외 유수의 국가들은 타투시술을 위한 별도의 자격 또는 등록 제도를 두거나, 시술 방법과 도구 및 염료에 대한 입법을 통하여, 이미 타투 시술을 의료와 다른 영역에서 규제하여 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장기간 문제없이 시행되어 오고 있는 사례가 실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만 그 효능을 달리 판단해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대안으로서의 실효성을 부인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3월 16일 동일한 입법례 및 발의된 법률안들이 현행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실효적 대안에 해당하고,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저촉되어 국민의 기본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함으로써 헌법재판소와 정반대의 의견을 국회에 표명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타투이스트들은 여전히 과거의 제도에 따라 아무런 건강상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았음에도 단지 의료인의 자격 없이 타투시술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타투이스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예술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었으며, 이와 같은 기본권 침해의 상황은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변경되거나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이상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국회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의 입법적 개선 노력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타투 시술은 의료인이 아닌 전문 타투시술자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이를 억지하는 데에도, 그렇다고 타투 시술을 의료계 내부 영역 안으로 포함시키는 데에도 이미 실패하였다. 심판대상조항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서 만들어진 현행 제도는 타투에 대한 인식과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여 발생한 제도적 지체에 불과하다. 이미 실효성을 다한 과거의 제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면죄부를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에 대한 법원의 인식 변화와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
2022. 7. 22.(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