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성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 –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담화에 부쳐 –

2022-07-15 102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
–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담화에 부쳐 –

2022. 7. 14.(목)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과 관련한 ‘對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로서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선박에서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 소속 조합원들에 대해, ‘불법 점거행위’라고 하는 등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불법’의 낙인을 찍으며 비난한 것이다.

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인상, 상여금 지급, 성과금, 1년 단위 근로계약, 일당 지급 기준시간(8시간), 전임자 인정 같은 노조활동 보장 등 노동조건의 개선 및 노조할 권리의 보장을 요구해왔다. 특히 임금의 경우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30%)의 원상 회복을 주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마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 등으로 피해를 강요당해왔다. 이처럼 장기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다 이제 조선업계가 호황이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의 원상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요구일 뿐이다.

그러나 하청업체(대우조선해양 협력사)들은 ‘원청(대우조선해양)에서 기성금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발뺌할 뿐이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원청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2022. 3.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55.7% 지분 보유)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원청과 하청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측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할 수는 없다. 목숨을 걸고 허리도 펴지 못하는 0.3평의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득한 조명탑 위에서 기약 없는 고공농성에 돌입하는 행위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절박함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파업 등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 자체를 쟁의행위의 개념요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고는 사측의 성실한 교섭 태도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입법자도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원청 사용자는) 하청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의하여 일정한 이익을 누리고 그러한 이익을 향수하기 위해 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근로의 장소로 제공하였으므로 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일정 부분 법익이 침해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법리를 토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5도1927 판결 등).

또한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하청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중앙노동위원회의 CJ 대한통운 사건 판정 등).

그렇다면 지회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은 지회의 단체교섭요구에 성실히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 거부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로서는 그 장소에서 원청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고는 원청의 성실한 교섭을 기대할 수 없었다. 지회 조합원들의 피땀 어린 노동을 수취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원청은 이 쟁의행위를 수인하거나, 그렇지 않으려면 지회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파업권은 (한국도 작년에 비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에 의해 보호되는 단결권으로부터 당연히 파생되는 본질적 권리”이고, “직장점거는 파업의 수단으로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ILO ‘전문가 위원회’ 역시 ‘파업할 권리에는 회사 부지를 점거하여 사용자를 압박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또한 유엔(UN) ‘사회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2009년과 2017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국제노동규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회 조합원들의 선박 점거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담화문을 보면 원청의 안위를 위해 하청을 방패로 내세우는 꼴이다. 이것이 정부의 노력이란 말인가. 정부가 이러니 원청의 대주주인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침묵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회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원청근로자 8천여명, 사내하청근로자 1만여 명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지회 조합원들을 힐난하고 있는데, 원청에 대한 비판 한 마디 없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른 노동자들을 내세워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나아가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회 조합원들의 쟁의행위가 “자칫 노사 모두를 공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그동안 조선업계 하청노동자들만이 멸(滅)해온 역사 속에서, 위 발언은 ‘노사 모두를 공멸케 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노동자들만 멸하라’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쟁의행위를 두고 ‘불법’ 운운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은 매우 부당하고, “… 근로조건의 기준, 근로자의 복지후생, 노사관계의 조정, …” 등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정부조직법 제40조)의 발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심히 우려스럽다.

같은 날 담화를 발표해 지회 조합원들의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한 산업통상부 장관조차도, 보여주기 식이나마 노동자들에 대한 걱정을 표하고 있는데(“철제 구조물 내 감금시위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의 건강도 걱정스러운 상황”),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파업에 임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는 전적으로 정당하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해방을 위해 노동자들을 훼방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고용노동부 장관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원청 대우조선해양과 권한을 쥔 산업은행 및 윤석열 정부에게 지금이라도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이고 진지한 태도로 문제해결에 신속히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2. 7. 1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용우

첨부파일

20220715_민변노동위_성명_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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